멜랑콜리아 - 진은영

그는 나를 달콤하게 그려놓았다
뜨거운 아스팔트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나는 녹기 시작하지만 아직
누구의 부드러운 혀끝에도 닿지 못했다

그는 늘 나 때문에 슬퍼한다
모래사막에 나를 그려놓고 나서
자신이 그린 것이 물고기였음을 기억한다
사막을 지나는 바람을 불러다
그는 나를 지워준다

그는 정말로 낙관주의자다
내가 바다로 갔다고 믿는다



그는 사랑하는 상대일수도 있고 아버지일 수도 있고 자신을 동경하는 대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화자는 상대가 가지는 기대감과 자신의 모습 사이의 간극 때문에 슬픔을 느끼고 있다.


그/그녀는 달콤하지만 누구의 마음속에도 어울릴 수 없다. 아이스크림처럼 실체가 없이 사라진다.


그는 모래사막에 그/그녀를 그려놓았지만 사막에는 어울리지 않는 생명체다

그는 그/그녀를 어울리지 않는 장소로부터 놓아준다.


그는 그/그녀가 어울리는 장소로 갔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론 그/그녀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곳으로 갔을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시는 멜랑꼴리 우울하다.

누군가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고 초라한 나를 반영하는 모습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