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에는 오선지가 없다
ㅡ 강해림
아가미를 떼어내고 비늘을 털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죽음을 완성하는 그는 명연주자다
뼈를 발라내고 살을 저미는
칼의 현이 지날 때
아직 막소금을 치지 않은 신선한 주검 냄새가 단조의
어둡고도 우울한 음을 흘리고 있다
스민다
붉은 피!
그 위로 스타카토의 경쾌한 음이 지나간다
저 도마 소리
그는 검은 연미복 대신에
검정 바지에 검정 고무신 늘 같은 곡만 연주한다
난바다 헤엄쳐 온
슬픈 어족들 내장이 빠져나간 뱃속처럼 음푹 파인
도마에는 오선지가 없다
어느덧 어둠의 변주가 시작되고
도마 소리 멈춘
생선가게엔 파리 떼가 윙윙
생선대가리만 수북한 쓰레기통 속에서 비릿한
죽음의 구음口音이 흘러나온다
밤의 장막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조쿠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