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장은 더 이상 나이테를 두르지 않는다
서랍 위에는 나무의 가죽을 적시는 짐승 한 마리가 잠들어 있고
교실 안엔 유언을 남기지 못한 나무의 살점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보행의 습관을 간직한 발자국은
미처 아물지 못한 새 계절의 꽃잎들
내 무릎의 굴곡에는 늦봄이 딱지처럼 들러붙어 있다
지하철역 계단엔 당신과 나의 뒤꿈치 사이 목적을 잃은 흔적이 남아 있어요
도시의 음각을 쪼아 먹는 텃새는
연주법을 잃어버린 악사들의 악기에 독백을 불어 넣어요
비가 내리면 숲의 새들은 음율을 조율하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수확되지 않는 생명력의 계보는 홀로 들판을 지킨다
딱 어린티
한껏 멋만 부린 태가 난다 나.
Gooo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