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신호등의 가쁜 맥박은

 

그 아래 선

 

소년의 발걸음을 제어한다.

 

사력을 다해 울부짖는

 

클랙슨 소리가 한 가득

 

소년의 무력한 귓가에

 

폭폭 한 다발 쑤셔들어 가고.

 

일정한 음률에 맞춰 난반사 되는 땡볕은

 

소년의 겨드랑이 사이에서 자꾸만

 

겨울을 끄집어 낸다.

 

가을의 끝이 삐죽 튀어나왔을까 싶을 때

 

크고 검은 그림자는 소년의 몸뚱이를

 

가뿐하게 쓸어 담는다.

 

널브러진 겨울과 약간의 가을이

 

여름의 시공간에 보란듯이 전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