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의 해는 매우 청초했다.

 

나는 한기에 옷깃을 여몄다.

 

죽은 이파리들 사이 서린 눈꽃들을 보곤,

 

피어오를 얼음의 꽃들을 생각했다.

 

대문 앞 개집은 꽁꽁 얼어버렸다.

 

바람도, 추위도, 서릿발도

 

원망스럽지 않았다.

 

빼빼 마른 이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내 세상은 모래 위의 나뭇가지였다.

 

짙은 먹구름은 느리게 흘렀다.

 

시간도 더뎌가듯이

 

제법 쌓인 나뭇떼기들은 무거웠다.

 

지금은 사라진 친구가 내 옆에 앉았다.

 

우리는 불을 지피고 장작을 멀리 던지며

 

추운 하늘과 도망친 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저 멀리, 초점 잃은 상가들의 불빛이 보였다.

 

우리는 그저 허깨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