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최승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한국 시는 별로 읽어본 적도 없어
한번 읽어볼까하면 잡히는 게 죄다 쓰레기여서
괜한 시간 낭비는 하지 않으려고
한국 시를 열심히 읽고 옹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요즘 흐름을 읽기 위해서 이것저것 읽다보니
그런 수고들이 아까워서
모태신앙인들이 바친 시간이 아까워
쉽게 믿음을 저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계속 붙들고 있는 거다
물론 그런 계산은 거의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일어나고
의구심이 들기 전에 멈춰버리지
등단하려면 그런 저급 문학을 쓰고 있는
한국작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들 수준에 맞춰서 적당히 저급으로 맞춰야 한다
당연히 일부러 수준 낮춰서 쓰는 사람은 없지
애초에 그런 수준도 안 되는 사람들이
등단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지고 모여드는 거니까
그런 사람들 앞에서 한국문학 저급하다고 하는 건
그들의 평생 소망인 등단의 가치를 바닥에 내팽겨쳐버리는 거야
그건 곧 이제껏 쏟아온 노력과 시간들이
전부 그런 어린애 장난 같은 것들에 쓰여졌다는 뜻이고
어쩌면 그들의 삶의 이유였던 문학에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거지
행과 연 음보 음율 같은 게 왜 있다고 생각해?
왜 굳이 표현에 구속을 할까
그건 그런 틀이 주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색칠공부 같은 거야
수채화로는 다 망칠 뿐이니까
일단 연필만 쥐어주는 거라구
쓸데없는 형식이나 문체같은 건
시 쓰는 데에 고려해선 안 돼
그런 건 벽에 붙여놓은 포스트잇 같은 것일 뿐
시는 원래 존재하지 않아
자신만 존재할 뿐이지
시를 왜 쓰고 왜 읽는지부터 생각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