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얼마나 많은 통증의 날개짓을

 

되풀이 해야하는가

 

펼친 날개 철창에 부딪혀 꺾일때

 

새의 존재는 무(無)에 가까워진다

 

고개 숙여 바라본 땅

 

그것은 피가 섞여

 

암울해진 모래들의 집합

 

그리고 한 가운데 놓인 접시

 

그것은 물이 아닌 눈물을 받아내는

 

이전에 있던 자비의 허상

 

흙을 움켜쥐려 하지만

 

움직이는 것은 손가락이 아닌

 

한낱 날개

 

위풍당당한 그 옛날 맹금은

 

지금 어디 있는가

 

찾으려 해도 모인 눈물에 아른거리는

 

헛된 자신만이 전부일 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들끓는 체계의 용광로

 

그저 앞으로 흘러갈 뿐이지만

 

열기는 철창 사이 숨통을 조인다

 

알에 들어 있을 땐 몰랐으나

 

이제 와서

 

새에게 날개는 한낱 사치품일 뿐

 

부리로 손수 그 사치품을 찢어발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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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동심-

 

못 다 불어재낀 병나발들과
못 다 타버린 담배 꽁초들이
내다 놓은 짜장면 그릇과 가세해
벽을 시꺼멓게 먹칠 해논
행복 빌라 3층 층계참으로
아이야 한 번 와다오

벽에 눈물 그 진한 원액 말라붙어
가뜩이나 짠내가 진동하는데
누군가 한을 담아 게워낸 토사물땜에
구린내 또한 피어오르는
행복 빌라 3층 층계참으로
아이야 한 번 와다오

이 어둠을 밝히고
이 악취를 없애줄 것은
네가 유치원에서 만들었다던
작은 향초 밖엔 없구나

시간이 씌어버린
어른의 껍질을 벗고
아이야
내게 달려와다오

(남자는 경비원에게 자기 집으로 끌려갔다)

(그 사이 아이는 향초 불이 꺼질세라 조심스레 걸어오느라 둘은 만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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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나의 희곡-


많이 기다리셨죠?
이게 뭔지 아세요?
부끄러워마시고 한 번 봐주세요
어떠세요?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이 아주 아름답죠?
이제 이걸 한 움큼씩 쥐어서
저 밤하늘에 던져 볼게요

<던질 때마다 무수한 별들이 하늘에 박힌다>

자, 당신이 하실일은
그저 저 별들을 보며 감탄하시면 됩니다
여기 저와 이 세상 가장 높은 나무 위에서 말이죠

근데 저 별들은 어떻게 만들었냐고요?

<그녀에게 미소짓는다>

아까 당신의 눈물들을 빻아서 만들었답니다.
맛 보셔도 괜찮습니다
이젠 아주 달콤한 맛이 날 테니까요

<밤하늘의 일부분을 움켜쥐고 그녀의 입안에 털어준다.>
<털 때마다 별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녀도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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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의 눈앞이지만 태양은 저문다-

 

참 내,

남들 다 걷는 길
지 혼자 안 가겠다고
승질 부리는 꼬맹이 땜시
그리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개진거냐?
그리 꼭지가 들어서
몸까지 펄펄 끓는 거냐?
그럼 니가 직접 가서
볼멘소리 그만하라 혼 좀 내주고
시원하게 싸대기 한 대 후리고 와라


참 내,

그래서 이렇게 부풀어오른 내 뺨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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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반 경과, 최초 발견자가 입을 열었다-

 

그건 참으로 이상한 나무였어요

여타 나무들처럼

차갑고

딱딱했지만

팽팽하도록 얇은 줄기
밉도록 높은 곳에 
짧게도 났습니다
그 밑 훌쩍거리는 네 갈래 뿌리
잔뿌리 5개씩, 끝에는
미련을 남겨 하얗게 문드러집니다

뿌리를 툭 치면 줄기도 같이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줄기와 뿌리를 잇는 혹
혹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저는
뚫린 세 개의 구멍입니다
두 개로 절 바라봤습니다
속삭임이 울리다 못 해
남은 구멍으로 나옵니다

너도 나무가 되자

나와 같이 알맞게 검은 흙을 먹고 마시자

나와 같이 모두의 위에서 볕을 쬐자

나와 같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자

너도 나와 같이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

{어젯밤 경기도 의왕시 모 주택에서 김모씨가 스스로 목을 매달아 숨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김모씨는 평소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큰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보고되었습다. 사건이 벌어진지 8시간 뒤에,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김모씨의 친구 최모씨가 김모씨의 집에 갔다가...(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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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담배-

 

거기 적힌 숫자
안 뵐 때까지 찢어라

손가락 끝 미련을 버리라
원통 된 종이 안
쓴웃음 짓지 말고
안 뵐 때까지 우겨 넣어라

네게로 향한 붉은 금
안 뵐 때까지 들이쉬라


<첫 빵>
썩은 내가 진동 한다
양쪽에서 주고 받는 
비열한 웃음소리

후아~

시꺼먼 연기
담배 연기 너머
오고 가는 배 상자와 사과 상자

<둘째 빵>
술내음이 난다
미간을 찡그리며 아래턱 내미는
쓰디쓴 몸부림

후아~

회색의 연기
담배 연기 너머
가족 이름 섞인 부르짖음

<셋째 빵>
달달한 냄새가 난다
골목 구석 구석 돌아다니며
휘파람부는 선량함

후아~

분홍빛 연기
담배 연기 너머
구세군 통에 닿는 아이의 손

...

남은 한 개피
집던 손가락 
그냥 주머니로 향하고
눈물만 하늘에 쏘아보낸다
연기너머로
어머니의 주름 뵐까
어머니의 피땀 맛볼까

다른 건 다 피워도
이건 못 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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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오고, 시간은 가고-

 

적당히 얽힌 잎들 사이로 정수리 때린다
콧등 서슬퍼러하게 벴다가 가슴 때린다
얼얼한 환부 어루만진다
뱅글뱅글 도는 입 안의 


참을 만하지 않어?


고개 드는 순간 말을 삼키고
먹색 동심원 가운데 두 뿔 돋아난다
똑똑히 보아라
역동하는 분침과 시침이다
네가 잃어버린체 했던 생명이다


이 순간 나는 아프다
빗물이 아프지 않다
그들의 개수가 아픈거지
그래, 개수가 불어난 세월이
더 아프...

째깍,

      똑
     
           째깍,
                 
               똑
     
                    째깍,

                        똑

                           째깍.......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또-옥

                 (할 말을 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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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안개-

 

으슬으슬하다 싶더니

건너편 산이었다

 

후-

 

후-

 

거친 숨이 오늘 따라 더 거칠다...?

 

...

 

시치미 떼지마

네 온몸에 피어오르는 흰 연기만 봐도 난 알아

 

 

등짝 아니면 가슴팍에 뛰는 난쟁이가 너무 많아서 그래?

아니면, 머리에 날으는 난쟁이가 너무 많아서 그래?

 

귀찮구먼?

 

 

"아니야. 지금의 속닥속닥거림이 있기 훠-얼씬 전 부터 그들과 속닥속닥거렸어"

 

 

...

 

이상하다

분명 멀리서 대답했는데

 

지금도 귓가는 웅-웅 소리내며 떤다

다행히 머리의 흔들거림은 줄었지만

 

입술에 펜을 부딪히며 뇌에서만 되내여야지 어디보자...

 

 

 

"하늘이 울지 않겠니? 난쟁이 친구들도 울었겠지? 난 못울어. 그래서 그렇게 씩씩 거린거"

 

 

어느 새 내 옷도

눅눅-

눅눅-

하고 운다

 

 

...그렇다고 성내냐?

 

그리 안 해도,

난 너 좋은 놈이란거 안다

 

(에이, 괜히 을씨년스러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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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친구가 거무웃 하게 타왔다

취익 소리내는 연기를

보는 내가 앗 뜨뜨-!

엄마가 말을 들이 붓고

(불 : 약 --> 중 --> 강)

볶았다고 했다

#주의 ! 
지나친 가열로 타버릴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숫자가 글자보다 많은

레시피를 들고 갔다지

...

어중간한거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

중불로 좀 볶읍시다

#주의!
사실 저 '주의!'는 안 적혀있어도 

당연히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러 안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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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뇌와 뇌의 대화-

 

쓰라림이 껍질 뚫고 들어옴
아차 싶었다
빨아올린 양분은

고농도 염분

흙이 접촉한 건 저주
저주
저주
저주
저주

초고농도 염분
뿌리를 잘못 내렸어

살구빛 주름진 씨앗
들어선 초고농도 저주

모세관의 비명
소금기로 오그라든 몸

살구빛 주름
이젠 창백한 종잇빛 주름

'위험해...'

...당신들은 누구인가?

'또다른 너'
'상념으로 점철된 흙의 주인이 이젠 죽었다'

이걸 말한것은

분홍빛 주름?
살구빛 주름?

분홍빛 살구

----------------------------------(슈뢰딩거의 고양이)

야-옹
하는 소리에
창 밖을 보던 아이는 소리쳤다

 


엄마! 분홍빛 살구가 가지에서 떨어졌어요!

 


...

 


아이에겐 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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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이, 그대에게 Tender Surrender-

 

6가닥의 가지를 쓸어넘겼을때
비집고 나오는 구름들
광활한 궁창을 보랏빛으로
쓰다듬을 줄 아는 이의 손길이었다

6줄기의 강물을 훑고 지나갈 때
어울림이 깨져버린 태양의 거울
드넓은 흐름을 붉은빛으로
흐트러놓을 줄 아는 이의 손길이었다

6개의 은하수를 홀로 방랑할 때
찰랑거리는 무한의 별빛들
아득한 빛의 아들들을 부드러움으로
입맞춤 할 줄 아는 이의 손길이었다

뇌 밑바닥까지 기들어가
두레박으로 다시 퍼올릴 땐
빛 만 가득하여
어둠의 다리를 후려 꿇게 만든

그 이의 손길에

내가 원하던 항복을
부드럽게 이루었다

나뭇가지도
강물도
은하도 빛으로 점철된, 

    E 

                      A

D

                                    G

                                                      B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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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 기타리스트, 스티비 레이 본-

 

그가 기타를 어께에 둘러매고

기타 머리에 난 여섯개의 나사를 돌려가며

의도한 건 기타와 그의 주인

이 둘만의 대화

 

그러나 잔잔하게 흘러나간 기타의 목소리

그걸 들은 사람들은 환호하고 있었다

 

드디어

거미줄처럼 얽힌 철근 사이로

강렬히 빛을 내리 쬐는 조명들

조명들의 눈이 향하는 곳은

둘 만의 대화를 끝마친

기타와 그의 주인이었다

 

사람들은 더욱 크게 환호하고 있었다

 

둑으로 막아놓은 물을

가뭄이 가져온 갈증과 실증을 참을 수 없어,

둑을 터뜨려 한꺼번에 흘려보내면

쌓여있던 시간은

흐르는 힘이 되어

역동적인 춤으로 변모하는 것이었다.

 

그의 손놀림은

길지만 힘없이 이어지는 흐름이

맥아리 없이 졸졸거리는 시냇물이

결코 아니었다는 것이다

 

느린 손놀림은

그 뒤에 바다보다 넓은 물을 감춰두고 있다가

마침내 한 줄

그리고 또 한 줄 튕길 때마다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과 몸을 맡기는

웅장한 파도의 춤사위였다

 

어쩌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그와 기타와의 대화를

우리가 즐거운 마음으로 엿들으며

흥겨운 마음이 그렇게 파도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하늘에 퍼져 일렁이는 파도의 대화이지만

나의 귀는 잊지 못하고 갈증에 젖는다

느림 속에 무게 있던 그 흐름을

오늘도 들이킨다

빠른 세상이 흘러 나오는 앰프

잠시라도 잭이 뽑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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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어느 새 맺힌 땀을 양분삼아
내 손에 뿌리 내린 컴퓨터 싸인펜

-----------

'씨앗은 네 손이 쥔 한 줌의 흙에서도
싹을 틔우고
커다란 나무가 될 수 있단다'

하긴, 태양빛이 이렇게나 뜨거운데
나무 그늘 하나 없이 산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런데,
태양빛을 너무나 피하고는 싶은데,
씨앗은 제 손의 흙으로는 만족하지 않아요
흙 밑의 제 손바닥까지 뿌리가 뚫고 들어와요

너무 아파요

흙을 치우면 드러나는
피투성이의 구멍 뚫린 손바닥을 보면
더욱 아파서
눈물이 나요

'...'

---------

그의 무응답으로 둘은 입을 다물었다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저 책상위 시험지만 바라볼 뿐이었다
피투성이의 손으로 컴퓨터 사인펜을 쥐고
빈 공간에 자신의 운명을 칠하고 있을 뿐이었다

운명은 나무가 자라도록
허락해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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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의 母子-

 

달리는 버스 안
다른 좌석들이 꽉 찼기에
엄마는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힌다

다음 정류장
몇몇의 사람들이 좌석을 떠난다
그걸 보고 있던 아이는
방금 주인 없어진 좌석에 재빨리 앉는다

'좀 있음 내릴건데 걍 무릎 위에 가만히 있을 것이지...'

생글생글 웃으며
바깥 풍경을 즐거운 듯 바라본다

그러다가
집 근처 가게를 발견한다

'내가 누를래! 엄만 누르지마!'

잠시 후,

그새 더 커지고
굵어지고
힘줄 돋은 손이
벨을 누른다

삐-

아이는 재빨리 내렸으나
엄마는 어쩐 일인지 내리지 못하였다

아이는 홀가분 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여자 친구와 연애 끝에 결혼하고
직장에도 다니며
자식을 기른다

이 때쯤,
아이는 느낀다
바깥 풍경은 바라볼 땐 참으로 즐거웠는데...
그 땐 도착할 목적지가 있어 평화로웠는데...

아이의 눈물 젖은 걸음은
어느 새 버스정류장에 와있다
눈물이 바닥을 때리는 그 순간,
놀랍게도,
버스는 아이 앞에 도착한다

문이 열리자,
아이는 그 곳에서
같은 좌석에서
몸을 땡기며
무릎을 피며
빨리 여기 앉으라는 손짓의
어머니를 보게 된다

잠깐이지만,
이번엔 어머니 무릎위에
가만히 앉아있어야지

아이는 작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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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일탈-

 

시침

분침

초침

세 개의 팔을
더듬어 올라가면
세 개의 어깨뼈
모두
한 개의 관절에
단단히 박혀있다

도는 물체는 밖으로 튕겨져나가려는
원심력이 있다

팔이 빠져라 돌아감에
머리마저 어지러워
라고 느끼는 그 때

고통을 감수하고
관절을 끊어버린다

신음소리는 멀어지고
한없는 직선 방향으로
튕겨나가는 팔
그 끝에 달린 손이 움켜쥔 나는

신음이 아닌 기쁨의 외침
시간이 멈춰
누구에게도
닿을 수 없는
닿을 필요 없는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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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대왕-

 

그가 별안간
껍데기의 진화를 멈춘 것은
그저
맨몸으로 고생과 맞부딪히겠다는 멍청함이 아니다
그저
짐을 지기 싫다는 나태함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원대한 꿈을 향한 야망
그것을 위한 고결한 포기

지금 그는 등에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았기에
하늘을 짊어지고 나아갈 수 있다

지금 그는 뭐하나 튀어나온 것 없는,
완벽한 직선이기에
빗물로 가득한 이 혼돈을 가르며
자신 아래로는 땅
자신 위로는 하늘이라 일컬을 수 있다

그는
말없이
예리하게 세운 두 눈빛만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난, 그 위엄에 압도 당하고 만다

상추 한 장을, 경의의 표시로 그에게 바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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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치약의 자백-

 

이제
껍데기만 남았으리라 믿었던
가난한 육신은,
하반신이 꼬드득 부러지며
말려 들어갈 때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비명이
목 위로부터
정수리 아래까지
쩌-적 하고 금을 긋는다

나도 모르게 남아있던 
내 속이
그 틈 사이로
피처럼 흘러나온다
 
그 대가로 나에겐
당신의 미소만은 남았다
잃어버린 나의 미소만은 찾았다

이제
껍데기만 남았으리라 믿었던
가난한 육신은,
처음과 같은 당신의 손으로 버려져
행복으로 채워진다

===============================================================================

 

-시인의 길-

 

새장 안의 새가 지저귀는 것은
고통에 겨운 통곡이었다
인간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새장의 쇠창살이 조각조각 금을 그어놓았다

금따라 흐르는 피를 튀기며
날아오르면 남들보다 낮은 천장에
부딪혀야한다는 자괴감이 새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이었다

그 때였다

새장을,

새를,

금 그어진 세계의 이 쪽과 저 쪽을,

모두 아우르는 손들이 뻗어왔다

그 손들이
흩어진 새의 조각들을 끼워맞추는 순간,
새는 어느 순간 새장에서 벗어나 있었다!

다시, 손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드눈 순간,
고집스러웠던 구름 사이, 청명하게 뚫린 궁창 사이를 손이 되어 나는 것이다!

(새의 날개짓은 스스로를 허물고 치솟아 오른다)
...

이제 내가 할 일은 저 멀리 보이는,
수많은 새들의 조각들을 맞추기 위해
알이 아닌,
또 다른 손들을 낳는 것.

또 다른 나를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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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검었다

거대했다

그래도 한낱 낙엽이었다

놓았던 빗자루를 다시 들어 쓸기 시작했다

이미 낙엽으로 가득찬 쓰레기 봉투에
이 거대한 검은 낙엽이 들어갈지는 의문이었으며,

비질을 할 때, 
그 낙엽이 쓸리진 않고
외려 빗자루와 바닥을 얼싸안아 
을씨년스럽게 늘어지는 것 또한 의문이었다

나 자신이 바닥에 기대어 
빗자루에게 추태를 부리는 듯 했다
꼴보기 싫은 광경이었다

결국
낙엽을 포기했다
빗자루와 함께 바닥에 벌렁 드러눕고
밤이 내리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밤이 소복이 쌓였을 무렵
나 몰래 자조하는 태양을 듣고
허탈한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온 세상이 거대한 낙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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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버스 밖에서
당신은 버스 안의 나를
끊임없이 쫓아옵니다

버스가 멈출 땐
당신도 교회 십자가에 걸터 앉아
잠시 숨을 고릅니다

한 줌 구름 사이를 지날 때
그 차디참에 몸서리치는 당신을 봅니다

당신을 떼어놓으려
버스 창문에
입김으로 구름을 불어넣습니다

당신은 몸서리치기는 커녕
온기를 띤 미소로 입김을 녹이며
창문 너머 나를 데웁니다

버스 안에 당신을 두고 내리려던
저를 용서해주길 빕니다

회개하는 등 위에
당신을 업고 집으로 갑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온몸으로 더러운 길바닥을 훑으며
나를 덮어주려 합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어두운 집안에 들어서자
당신은 어느새 창 밖에서
집안을 환한 빛으로

나의 눈을 눈물로

피와 뼈와 살을 인간으로 
채워줍니다

고마움을 미처 표하지 못하고
잠들어버리면
당신은 내가 깨버릴까
조심조심 물러갑니다

아침 하늘에 희미하게 남은
당신의 잔상을 봅니다
아침이 너무 밝아 잔상처럼 보이는
당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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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가지에 머물던 시선은
벌레가 먹어 힘을 잃은 잎에는
추하게 패인 옹이가 있는 줄기에는
머물지 않았다

시선을 실은 눈동자는
하염없이 구르다
땅 밑의 뿌리에게 머문다

단정하게 덮여있던 흙을
파내기 시작한다
손이 긁히는 것마저 아랑곳않고
심장의 고동만을 느끼며 파낸다

이제 그 고결함을 보나 싶었지만
벌써부터 위태위태한 줄기와 가지를 본다
사시나무 떠는 것 
이와 다르지 않을 것.

네가 나올 수 없다면 
내가 들어가겠다

새로 땅을 파며 느낀점은
'누가 나를 멈춰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세상엔 나무와 나 둘 뿐이기에
누가 들을 일 없지만서도

땅을 파느라 너무 힘들었다
구덩이 안에 그대로 누워 일어날 수 없다
감기지 않은 눈꺼풀 사이로 눈이 증발함을 느낀다
흙으로 스며드는 뼈와 살들을 느낀다
존재가 가벼워짐을 느낀다

그래도
뿌리와 같은 곳에 있어 기쁘다

뿌리와 같은 곳에 있어 기쁘다

뿌리와 같은 곳에 있어 기쁘다
그래도 
가지 끝의 열매를 맛보지 못해 한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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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갤러리란 곳을 알게 된 후, 3개월 동안 짬짬이 쓴 시들입니다.

 

사실...저 시들이 제가 처음으로 써본 시들입니다^^;

 

전 아직 배울 게 많이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다 읽어보시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몇 개라도 대충 훑어보신 후에,

 

더 나아진 점들이나, 아니면 좀 더 고쳐야 할 점들이 무엇인지 평가 해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시를 쓰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시인 한 명의 탄생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주셨으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