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가지에 머물던 시선은
벌레가 먹어 힘을 잃은 잎에는
추하게 패인 옹이가 있는 줄기에는
머물지 않았다
시선을 실은 눈동자는
하염없이 구르다
땅 밑의 뿌리에게 머문다
단정하게 덮여있던 흙을
파내기 시작한다
손이 긁히는 것마저 아랑곳않고
심장의 고동만을 느끼며 파낸다
이제 그 고결함을 보나 싶었지만
벌써부터 위태위태한 줄기와 가지를 본다
사시나무 떠는 것
이와 다르지 않을 것.
네가 나올 수 없다면
내가 들어가겠다
새로 땅을 파며 느낀 점은
'누가 나를 멈춰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세상엔 나무와 나 둘뿐이기에
누가 들을 일 없지만서도
땅을 파느라 너무 힘들었다
구덩이 안에 그대로 누워 일어날 수 없다
감기지 않은 눈꺼풀 사이로 눈이 증발함을 느낀다
흙으로 스며드는 뼈와 살들을 느낀다
존재가 가벼워짐을 느낀다
그래도
뿌리와 같은 곳에 있어 기쁘다
뿌리와 같은 곳에 있어 기쁘다
뿌리와 같은 곳에 있어 기쁘다
그래도
가지 끝의 열매를 맛보지 못해 한이 맺혔다
------------ 감상 - 녀성인 화자라고 할 때 저 시 대상은 남성 성기. 무의식일지언정 `열매를 맛보지 못해' 즉, 정말은 남성 씨앗을 받지 못해서 그게 한이다.
네가 나올 수 없다면 내가 들어가겠다 ...... 이 부분은 가히 <구지가> `구하구하 수기현야 약불현야 번작이끽야' 식이야.
그거야 물론, 안나오면쳐들어간다 이러는 것과도 일맥상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