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하게 떠도는 기운은 짐짓 귀신이라도 지나칠 것 같았다. 그러나 이곳은 귀신이 아닌, 상념없는 산 망자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이미 일찍이 차의 라디오는 꺼져있었다. 차의 뒷꽁무니를 따라 맹렬히 질주해오던 무리들도 떨궈낸 뒤였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차 문을 열었다. 그들의 눈은 이미 빠르게 퇴화되었다. 퇴화되었다는 표현 보다는 제기능을 잃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단지, 우리는 소음에 유의하면 됬다. 작은 소음일지라도 그들의 청각은 예민하여 불쑥 찾아오기 일쑤였다.
붉은 머리 여인은 이런것에 숙달된 듯, 담벼락을 걷는 고양이 마냥 앞장 서서 움직였다. 내가 지목한 건물로 들어가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보였다.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지만 재수없게도 널부러져있던 쓰레기들중에 하필 빈 콜라 깡통을 밟아버렸다.
빈 캔은 밟은 즉시 퉁겨져나가며 소리를 냈다.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이내 쥐죽은 듯 조용하던 이곳에 괴성이 터지더니
이곳 저곳 괴성들이 차례로 난무해갔다. 벽을 치는 소리, 무언가를 잡아 뜯는소리. 당연지사 놈들중 몇 놈이 이곳으로 미친듯이 달려왔다.
나는 튕겨져나오듯 그곳에서 달음박쳤다. 그녀가 문 앞에서 손을 뻗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낚아채졌고 문은 굳게 닫혔다.
문은 박살날듯이 흔들렸다. 우리는 서둘러 커다란 원목 진열대로 문뒤를 막았다. 난무하는 소음들 가운데 숨을 골랐다.
"여기 안전한건가?" 나는 숨을 몰아쉬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멀리 거실 벽걸이액자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젊은 부부의 사진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로 엄숙한 표정의 노인의 자화상이 걸려있었다.
나는 제대로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판타지 좀 읽어본 경륜이 드러나는군요
ㄴ달빛조각사 읽었지말입니다 ^^
너무너무 재미재밌습니다. 꼬꼭 끄긑까지 여연재해해 주세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