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수필 - 새벽, 김밥집 가는 길

 


열한 시에 잠자리에 누웠다. 이런 저런
잡생각들을 뒤로 하고 잠들려 했지만
결국 나는 한시 반에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동네 깁밥집으로 향했다....

집을 나서서 돌아올 때까지 이어폰을 꽂고
루시폴의 머물다를 들었다. 2년 전인가
3년 전에 봤던 버스, 정류장이라는 영화의
OST이기도 한대 그 영화 속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삶의 의미를 잃은 32살 학원강사와 17살 원조교제

여학생. 그러나, 그 어떤 선정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김태우와 김민정이 나눈 담백하고 고요한, 그러나

고요할 수 없는 영화였다. 그 영화가 계속 생각이 아른거렸다.

집을 나서서 김밥집으로 가는 동안 습관적
으로 담배를 물었다. 바람이 내 남방을 펄럭
이며 골목 여기저기로 쏘다녔다.

김밥집엔 술취한 왠 남자가 있었다.
삼십대 초반쯤, 주인이 가라고 해도
가지를 않았다. 이 시간에 동네 김밥집에
오면 언제나 메뉴는 참치김밥과 라면이었다.

김밥과 라면이 나올 때쯤 남자의 아내 되
보이는 여자가 왔다. 삼십대 초반에 가슴이
조금 파인 검은색 원피스, 하이힐을 신고
왔다. 집에서 나온 거 같은 폼인데 의아했다.

남자는 아내가 오자 대뜸 "내가 뭘 잘못했냐?"
라고 물었다. 그렇게 한 오 분 실갱이를 하다가
들어갔다. 그 남자는 무슨일이 있었길레
떡이 될 정도로 술을 퍼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뭔가를 들킨걸까.
회사에서 혹은 친구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있었던걸까 하고 말이다.

김밥과 라면을 다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담배를 물었다. 담배를 핀 지도 벌써
네 해째다. 점점 담배가 늘어만 간다.
끊어야 되는데.

바람은 여전히 뭐가 마음에 안든다는냥 여기저기를

배회했다. 집에서 나오는 길에도 들어가는 길에도

바람이 담배를 더 태웠다. 얼마든지 줬다. 아깝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