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공기만이 유일한 지향점이다. 단순한 삶이 좋다. 몸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는 모두 도망간지 오래. 피부를 누르고 있는 물질의 무게감이 좋다. 공기는 가벼워서. 조금 가벼워서 무언가 비현실적인 구석이 있다. 어떤 실체들. 텅 빈 공간을 채워가는 어떤 실체들이 필요하다. 조금씩 나무가 자란다. 나무가 잠긴다. 잠겼는데 자랐다. 자랐는데 잠겼다. 조금씩 잠기기 위해서 조금씩 자라간다. 잎사귀들은 보이지 않는다. 환상따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구원은 위에서 내려오는 밧줄, 햇살 등이 아니라는 것. 누군가가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물 아래로 바위들을 밀어넣는다. 바닥부터 쌓여가는 바위들. 바위들은 자란다. 잠겨서 자란다. 자라기 위해 잠긴다. 구르지 않는 바위들. 한번만 더 누군가를 믿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