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조도

 

구멍가게는 매일 밤 마지막으로 양초를 판다

눈먼 안마사가 구석에서 면도날을 고르고 있다

일기예보를 보면서 주인은 유통 기한이 지난 통조림을 까먹는다

그렇지만 면도날은 유통 기한이 없지요

지나치게 날이 센 알들은 위험한 법입니다

 

 

오리들이 죽은 시궁쥐들을 물고 하수구 구멍으로 들어간다

하수구에서 방 안의 날씨들이 눈병처럼 흘러나온다

이 동네를 마지막으로 돌아야겠군

 

 

용달차 뒤칸에서 키 작은 여인들이 생선을 뒤적거린다

생선을 좀 더 싱싱하게 보이려고 사내는

주머니에서 마지막 남은 전구를 꺼내 갈아주면서 보았다

 

 

나무의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으로 보아

곧 밤이 온다는 것을

목이 없는 마론 인형을 안고 있는 아이가

아까부터 멍하게 바라보는 하늘을

자신도 오늘 몇십 번은 올려다본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 하늘에서 푸른 비린내가 흘러내리고 있는 지금,

저 아이는 한번 이곳을 떠나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형의 얼굴은 어디로 간 것일까?

어쩌면 저 아이가 부엌칼로 웃고 있는

인형의 목을 잘라버렸는지도

 

 

사내가 도량을 향해 담뱃불을 툭 던진다

부엌에 알을 낳은 새들이 조금씩 알을 쪼아 먹는다

 

 

구름의 조도(照度)가 짙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