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오늘
검지손가락 첫마디가 잘려 나갔지만 아프진 않았다. 다만 그곳에
서 자란 꽃나무가 무거워 허리를 펼 수 없었다. 사방에 흩어 놓은 햇
볕에 머리가 헐었다. 바랜 눈으로 바라보는 앞은 여전히 형태를 지
니지 못했다.
발등 위로 그들의 그림자가 지나간다. 망막에 맺힌 먼 길로 뒷모
습이 아른거린다. 나는 허리를 펴지 못한다. 두 다리는 여백이 힘겹
다.
연필로 그린 햇볕이 달력 같은 얼굴로 피어 있다. 뒤통수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양손 가득 길을 쥔 네가 흩날린다. 뒷걸음질치는 그림
자가 꽃나무를 삼킨다. 배는 고프지 않았다.
꽃이 떨이진다.
----- 잘린 손가락에서 피가 난다는 것이고 그 아프지도 않은 동안을 그린 것. 이건 오일장날 바닥을 기어다니는 한 걸인 모양 찬송가를 틀어대지는 않은 모양새지만 아무도 모를 낱말을 쓴 셈. 그러니까 확실한 한 줄 `검지손가락~않았다.'를 빼면 아무런 소식이 오지 않는다 마음에. 피가 나는 것을 꽃으로 표현하는 거야 거의 아무나.
신춘문예 2013]시 ‘가난한 오늘’ 심사평
통념을 깨는 상징을 찾아라, 감각의 명증성(明證性)을 보여라, 생명의 도약에 공감하라, 세계의 찰나를 경이로써 보여주라. 좋은 시의 덕목으로 꼽을 만한 것들이다. 무엇보다도 껍질을 깨라! 도약하는 힘을 보여라! 마치 “알맹이의 과잉에 못 이겨 반쯤 벌어진 단단한 석류들”이 그렇듯이. “제가 발견한 것들의 힘에 겨워 파열”하고, 사물의 새로움과 내면의 고매함을 융합하며 붉은 보석이 밖으로 터져 나온다.(발레리의 시 ‘석류들’에서 일부 인용) 상상력은 늘 그렇게 독자를 익숙한 것들에 대한 놀라운 개안(開眼)으로 이끈다. ...... 우리는 서너 편의 시를 손에 쥐고 오래 망설였다. ‘가난한 오늘’을 두 시간이 훌쩍 넘는 고심 끝에 골랐다. 신체 말단이 잘리고 헐고 바랜 자는 상처 받은 자이고, 그 상처는 가난의 흔적일 것이다. 일절 엄살이 없다. 아픔을 과시하는 헤픔을 절제하고 가난에 형상을 부여하는 힘은 정신의 야무짐에서 나온다. 시구와 시구 사이의 여백이 그 시적 물증이다. 수사가 덜 화사하고 주제가 소박했지만 아픔과 미망에 대한 표현의 간결함에서 사물에 감응하는 시인의 정직과 내핍의 염결성을 느꼈고, 그것에 깊이 공감했다. 이 시인의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은 게 분명하다. 지금보다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이 우리를 설레게 한다.
http://news.donga.com/3/all/20130101/51977798/1
장석주, 장석남 시인
그래도 저것을 뽑은 리유는 저 당선자가 응모한 다른 시들을 보고 그래도 믿을 만은 하다 싶어서일 것이며 저 시가 리해 불가인 문장들이 있다고 해서 전혀 리해 불가인 것은 또 아니기도 할 듯하다. 왜냐하면 그림은 그림이니까.
이해 불가가 시인 잘못이 아니라 독자 잘못이라면 그리 나무라는 이유가 뭐요.
가능성이 우리를 설레게 한다.
왜 리해 불가인 낱말을 쓰는가. 분명 아무 생각도 없었을 그 순간을 그냥 아무 낱말이나, 자기도 남도 모를 낱말을 갖다댄다는 것은 사기 남속임.
확신에 근거 있나요. 나는 모르겠어서 그냥 읽습니다. 치밀하게 고민한 문장일지 모르니.
"그럴 리가 없다. 문장을 봐라?"
사방에 흩어 놓은 햇볕에 머리가 헐었다. ...... 두 다리는 여백이 힘겹다. ...... 뒤통수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양손 가득 길을 쥔 네가 흩날린다. ......
물론 저러는 것도 필요하긴 할 것도 같다 그 급한 상황은 그런 정신병자 언어로나 감당될 터이니.
가능성이 우리를 설레게 한다.
ㄴ 그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