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지 일주일만에 도착한 2차세계대전사입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할까 하다 나름 지역경제에 보탬이 좀 될까 ..7,500원을 더 주고 서점에 주문을 했는데 늦어져도 연락이 없어서 부아가 치밀다가 전화했더니 방금 도착했다는...
목차를 펼치니 신뢰가 갑니다. 전장을 유럽서부전쟁, 유럽동부전쟁, 태평양전쟁으로 구분한 다음 1~3장을 전쟁 전반, 4~6장을 전쟁 후반으로 나누었네요. 우직하게 내용으로 승부하겠다는, 논문 투로 일관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혔습니다.
오른쪽 <지상 최대의 쇼>가 600쪽 분량. 이 책은 900쪽을 살짝 넘네요.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2차세계전 시리즈보단 상세할 것 같아서 기쁩니다.
2차대전은 여러 모로 인류 문명사를 크게 바꾸어 놓았죠. 근대 이래로 날개를 펼친 과학기술이 힘차게 상승기류를 타면서 미증유의 집약적 결과물을 쏟아냈고 그 결과로 사망자만 최소 5천만명을 낳은 대사건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은 건 비단 과학기술 탓만은 아니었죠.
합리적 이성. 중세의 불합리한 구조를 합리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허물면서 억압에 신음하던 인류를 구원했던 이성이, 그것만큼이나 효율적이면서 총체적으로 사람을 죽였던 결과였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그 과정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동시에 그 결과를 계승하고 긍정하는 모순의 지점이라 할 만합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이런 모순의 역사를 단 50여 년만에 모두 경험했습니다. 제국주의와 전면전, 군사독재와 전체주의, 집약적인 산업화와 기형적인 자본주의, 이념대립과 그에 기인한 변태적 민주주의...
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말끔하게 답이 나올 리야 없겠지만, 늘 그래왔듯 구체적 진술의 힘이 가져다 주는 혜택을 넉넉하게 누리겠구나 기대가 큽니다. 우리가 왜 지금과 같은 모순의 굴레에 놓이게 됐는지 말이죠. 지금까지 제가 구축해 놓은 건 대개 우리 내부의 문제와 관한 거였고, 외부에 관한 건 무척 피상적이었던 데 반해 이 책을 계기로 적어도 우리 역사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의 구체적 양상을 엿볼 수 있게 됐으니까요.
이런 기쁨에...책을 받아 돌아오다 술도 샀습니다. 오랜만에 집이 비기도 해서 소주 다음으로 좋아하는 술...잭 다니엘을 사온 거죠...몇 자 되지도 않는 이 글을 쓰면서 반을 넘게 마셨습니다.
사설이 너무 많아서 좀 지루하긴 하지만 월트 디즈니도 꽤 재밌고요, 지구의 정복자는 2/3쯤 읽었는데 과학과 인문학을 섞어놓은 듯한 스타일이 나쁘지 않습니다.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은...기초학력이 짧은 관계로 좀 벅찬 느낌이고..지상 최대의 쇼는 ㄷㄷㄷ 아직 반도 못 읽었어요..레전드 100곡 저거 땜에 요새 유튜브에서 6~70년대 가요 뒤지고 있고ㅎㅎ
이 책이 늦게 도착한 덕분에 요 며칠은 올 초에 사놓고 방치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400쪽 넘게 읽었습니다. 늦은 덕에 그대로 덮어둘 뻔한 고전을 읽게 된 거죠.
가끔 저만한 두께의 책을 사면 아무도 없는 방에서 휘둘러보곤 함.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스윙
괜히 두께만으로 뿌듯하곤 하죠. 정독할랍니다 ㅎㅎ
책 두께 양주며. 한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