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고 등단시켜주겠다고 하면서 어떤 어떤 책 읽어 보고 그거 맞춰서 공부하고 분석해서 글 써라, 이럼.
누구 작품인지 말하기는 좀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 작가 작품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좀 별로였음. 나 말고도 좀 평가가 엇갈리는 편이었음
장편은 괜찮은데 단편집이 홀리 쉩 이런 작가였음.
게다가 그 선배뿐 아니라 몇몇 다른 선생님들도 무슨 족집게 과외 하듯 뽑히거나 심사위원, 각 신문사 문예지 성향 분석해서 그대로만 형식 맞춰 쓰면 된다고 알려줌.
상당수의 등단자들이 무슨 창작 교실 이런 곳에서 매년 몇 명씩 그렇게 교육 받아서 배출되는 걸로 알고 있음.
몇몇 일부 문창과 대학에서도 입시 미술하듯 그런 식으로 등단용 글만 죽어라 쓰는 행위 시키기도 하고.
실제로 인문학 전공자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써서 등단한 사람이 예전에 있었지. 문갤에서도 잠깐 거론됐던 것 같은데 자세히 기억은 안 난다.
이런 식으로 공장에서 메뉴얼대로 맞추듯 뽑아내고 또 대물림 되는데 좋은 작품들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쓰일 확률이 얼마나 되나 싶다.
좀 더 덧붙이자면, 끼리끼리 아는 내부에서는 등단하기 수월하고 공부하기 좋은 그런 작품들, 작가들이 몇몇 있더라고. 그것만 읽고 분석하고 따라하라고 시킴. 다른 작품 읽지 말고 그것들만 파라고. 외국 소설 이딴 거 읽을 필요 없다나 뭐라나. 솔직히 등단 욕심 있긴 해도 그렇게까지 등단하고 싶지는 않았음. 문제는 그런 식으로 해서 신춘 도전하고 뽑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거지.
그리고 죄다 보고 공부하는 것들이 한국 단편들, 그것도 등단용 일부 단편들로만 한정됨. 글을 쓰기 위해 다독 습작 기본인 건 알겠다만 이런 식으로 틀에 맞춰서 하는 게 굉장히 불편했음.
등단하고 꾸준히 작품 활동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어. 시험 합격용 글만 써봤으니 막상 제 작품 쓰려면 힘들어지지. 등단용 문장 버리고 자기 문장 진짜 자기가 쓰고 싶은 글 되찾느라 몇 년을 날려버린 사람도 있더만.
애초 의도는 초심자에게 따라라도 써서 기본 골격을 갖춰라, 인데. 뽑는 놈들까지 그러고 있으니.
왜? 일 년 천여만 원씩 학비 받고 식사대접도 받고 가르쳤는데 다른 게 뽑히면 안 되잖아. 그러니 왜 그렇게 가르치기 시작했나 잊고 닥치고 뽑음. 신춘문예 작품 보다 보면 시체공시소 구경 간 기분. 이 작품 여기 잘라 저 작품 저기 잘라 이어 붙이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