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먼지


빈 집.

한동안 폐쇄된 흔적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흐르지 못한 시간이
마침내 침전한 것입니다

그들은 힘껏 부스러져도
흙처럼 바닥에 눌러앉을
공백 찌꺼기.
당신은 이토록 당당하게 뿌리 내린
굶주림의 씨앗을 본 적이 있었던가요?

원래는.
원래 그들은 꼽추의 목젖처럼
숨어있었을 겁니다
누구도 쉽게 발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차갑게 떨어지는 햇살의 칼날,
그 날에 비치는 우연에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수줍음이 있었으니까요

나는 이제서야 발견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동안
그들은 무리지어 허공을 기어다니며
닿는 곳마다 발 들이밀고
빌어먹기 급급해졌던 겁니다
곯은 뱃속에 수줍던 눈썹
모두 떨어뜨리고 악착같이 모여
매케한 눈빛으로 누군가를 기다린 겁니다

당신은 그런 눈먼 시선으로
화려한 소멸을 만들지 마세요
그들은 방에 가둬두기엔 너무 많습니다

혹여나 그러다간
폐부를 찌르는 반김에
헛나올 기침을 하고서야
보답을 받았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미 그들의 끗발은
모든 벽에 묻어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