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문제는 다음과 같이 다시 쓸 수 있다. '여기 천사인지 악마인지 알 수 없는 X가 있다. 나는 예/아니오로 응답할 수 있는 질문을 단 한 번 할 수 있다. X가 천사라면, 질문된 내용이 참일 때 "예", 거짓일 때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X가 악마라면, 질문된 내용이 참일 때 "예", 거짓일 때 "아니오"라고 할 수도 있고, 질문된 내용이 참일 때 "아니오", 거짓일 때 "예"라고 할 수도 있다. X가 천사인지 악마인지 결정하려면 뭐라고 질문해야 하는가? (단, 반드시 X는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이 문제의 답은 없다. 가정만을 고려할 때, X가 설사 악마이더라도 늘 천사와 똑같이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사실 이것으로 모든 설명은 끝난다.


그럼에도 어떤 종류의 질문이 정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분들을 위해 몇 가지 가능한 경우들을 나누어서 생각해 보자.


1. 주체 상대적이지 않게 참이거나 거짓인 내용을 질문할 경우.

"나는 남자이다"는 이 문장을 승인하거나 진술하는 주체에 상대적이게 참이거나 거짓이다. 이런 종류가 아닌 문장이 질문의 내용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그 질문이 어떤 구문론적인 구조를 갖든 간에, 이 질문의 내용은 (i) 참이거나, (ii) 거짓이다.


(i)일 때, 천사에게 이 질문을 주었을 때, 천사는 "예"라고 할 것이다. 반면 악마에게 이 질문을 준다면 악마는 "예"라고도, "아니오"라고도 할 수가 있다. 둘의 답은 악마가 "아니오"라고 했을 때에만 차이날 수 있는데, 이는 질문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ii)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2. 주체 상대적이게 참이거나 거짓인 내용을 질문할 경우.

자신이 천사인지, 악마인지에 따라 참이거나 거짓이 되는 내용이 질문된다고 하자. 가령, "당신은 천사인가?" 또는 "당신은 참인 내용을 물었을 때 "예"라고 할 것인가?" 등등. 그리고 그 중에서도 천사와 악마에게 동시에 성립하지는 않는 내용만을 고려한다고 하자. 다시 말해, (i) 천사에게 참이거나 악마에게 거짓인 내용 또는 (ii) 천사에게 거짓이거나 악마에게 참인 내용.


(i)일 때, 천사는 "예"라고 답할 것이다. 반면 악마는 "아니오"라고도, "예"라고도 할 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ii)일 때, 천사는 "아니오"라고 답할 것인데 악마는 "예"라고도 "아니오"라고도 답할 수 있다. 1에서와 마찬가지로, 질문은 정답을 차이나게끔 결정하지 못한다. 이는 구문론적으로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든 마찬가지이다.


3. 1과 2에 해당하는 각 명제가 논리적으로 연언된 경우.

천사에게 참인(따라서 악마에게 거짓인) 임의의 명제를 A라고 부르자. 그리고 임의의 참인 명제를 T, 거짓인 명제를 F라고 부르자. 다음과 같은 형태의 명제를 내용으로 갖는 질문은 어떨까? (i) A&T, (ii) A&F, (iii) ~A&T, (iv) ~A&F.


(i)에서 천사는 "예"라고 답할 것인 반면, 악마는 "아니오"라고도, "예"라고도 답할 수 있다. (ii)에서 천사는 "아니오"라고 답할 것인 반면, 악마는 "아니오"라고도, "예"라고도 답할 수 있다. (iii)에서 천사는 … 등등. 따라서 3의 경우도 의미가 없다.


4. 논리적 선언의 경우.

즉, 다음과 같은 경우. (i) A∨T, (ii) A∨F, (iii) ~A∨T, (iv) ~A∨F. 이것들은 1, 2에서 고찰했던 경우들과 꼭 같은 질문이 되고 만다. 따라서 고려할 의미도 없다.


왜 이런지는 아주 간단하다. 다음의 표를 보자. (사실 이 표가 필요하지도 않은 문제이기는 하다.)


내용

T

F

A

~A

T and A

T and ~A

F and A

F and ~A

T or A

T or ~A

F or A

F or ~A

천사에게

T

F

T

F

T

F

F

F

T

T

T

F

악마에게

T

F

F

T

F

T

F

F

T

T

F

T


이 중 (강조해둔) 천사와 악마가 차이나는 사실들에 대해서는, 악마는 그저 거짓말을 하면 천사와 똑같이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차이나지 않는 사실들에 대해서는, 악마는 그저 참말을 하면 된다. 그렇다면 악마는 천사와 늘 똑같이 답할 수 있다. 물론 다르게 답할 '수도' 있지만, 이는 질문만으로 결정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