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효과적인 논증적 대화를 주제로 삼은 강의록 <토피카>에서, "아무하고나 논쟁하지 마라"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모든 논쟁이 다 유용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니, 쓰잘데기없는 일로 감정 상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조언이 논리학에 아직도 포함되지는 않겠지만(애초에 이론적 학문은 조언을 담지 않습니다) 저는 이 조언이 아직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논쟁할 때는 보통, 당신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충분한 맥락이 체감됩니다.


예컨대 최소한 내가 교실에 있으며, 고의로 뻘소리하거나 비난하면서 물흐리면 내 입장만 난처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체감하고 논쟁을 시작합니다.


최소한 우리는 논쟁의 상대방이 멍청이일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으며, 그렇게 가정했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당신을 비웃을 것입니다.


보통 이런 논쟁은 좋은 교수자가 보조하며 그렇기에 당신이 비싼 등록금 내면서 논증의 기술을 키울 수 있는 것입니다.


(뭐 물론 실제로 그 기술이 잘 키워지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해도 딱히 성장한 느낌이 없더라고요.)


반면에 인터넷에서의 논쟁의 경우, 인터페이스가 갖는 결함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맥락을 완전히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곤 합니다.


(이건 정말 괴상합니다. 게시판 인터페이스에서야 당신이 익명처럼 보이겠지만 게시판 서버만 국내에 있어도 당신은 쉽게 고소당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특히 비형식적으로 어떤 유형의 오류인지 밝히려 드는 경우가 여기서 종종 보였습니다.


단언컨대 그런 시도는 무용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만난 어떤 사람에게 모욕감을 준다고 당신의 실제 지위가 상승하거나 이 쟁점에 유효한 반박을 가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들 뿐입니다.


특히나 특정 쟁점에 대해 인터넷에서 논쟁하는 것은 거의 쓸모없는 일입니다.


(토론이 장려되는 민주적 생활 태도라는 것은 아무데서나 욕 박으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토론 태도를 일상에서도 실천하라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어떤 쟁점이 현실의 정치적, 제도적, 법적 맥락이나 기타 사회 영역에서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어떤 근거 하에 어떤 방식으로 주장되는지는 개별 사안마다 다 다릅니다.


이 경우 누적된 논쟁과 그 논쟁에서 사용된 개념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게시판이 아니라 보통은 도서관에 가야 합니다.


이러한 양질의 정보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레퍼런스 달린 인터넷 백과사전을 보십시오.


인터넷 백과사전이 게시판 스레드보다 짧고 재미없는 것은 그냥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정보가 그것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글을 써도 어떤 사람은 자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짓밟고 싶어서 무의미한 게시글을 올리겠지만 그것은 쓸모없습니다.


오류론에 있는 몇 개의 유형을 외워서 상대방을 낙인찍는다고 유식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오류론은 충분히 엄밀한 논의 수준에 다다르면 거의 쓸모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가능하면 인간을 사랑하고 게시판 활동은 줄이며 공부는 더 많이 합시다.


당신 주장에 반박하는 악한들은 괘씸하지만 의외로 당신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르면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