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험에만 열중을 하고 나니 1년이 금방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제 research 도 시작했고 어떤 방향으로 박사과정 research 를 해나가야 할지를 지도교수와 상의해 정할 때가 왔습니다. 물론 명문대이니 만큼 교수진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교수님들이 외국 원서를 번역하라고 학생들한테 시킬때 도데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하던 바로 그 저자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체험이었습니다.
과연 그런 사람들은 다르더군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 과연 천재라는 것은 이런 사람들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사람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앞에 존경심이 저절로 생겨났습니다. 그동안 제가 갖고 있던 미스테리가 풀렸습니다.
그동안 교과서에서만 보던 바로 그 신기하기만 하던 이론들을 만들어내고 노벨상도 타고 하는 사람들, 그런정도가 되려면 이런 정도의 천재가 되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걱정이 되었습니다. 과연 내가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도데체 비밀이 무엇일까? 저런 사람들은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물론 지금까지 수업도 착실히 듣고 시험도 그런대로! 잘보고 해서 어느정도 유학생활에 자신감은 있었지만 이 부분에는 영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제일의 공학대학에서 이 정도 교수는 갖추고 있는게 당연하고 나와는 다른 차원의 사람들이다라는 식으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주위에 있는 미국인 학생들을 보면서 그래도 내가 한국에서 어려운 교육도 받았고 (대학교 수학도 한국이 더 수준이 높습니다) 저 아이들보다는 잘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소름이 오싹 돋는 일이 자꾸 생겼습니다. 하나 둘씩 주위에 있던 몇몇 미국인 학생들이 점점 두각을 나타내면서 점점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벽에 부딪치면 새로운 길을 스스로 파헤쳐 나가는 등 저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초기에 제가 미분기하학이란 이런것이야라고 설명해주던 미국애가 이제는 제가 알아듣지 못하는 이론을 제게 설명해 줍니다. 뭐 그럴수도 있지라고 처음에는 생각 했습니다. 자기한테 맞는 분야를 잘 정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그런 케이스를 보면서 또 그들이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 했습니다. 이들중 몇명이 내가 천재라고 생각하던 그런 교수님들 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랬습니다. 바로 그런 학생들이 그런 교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재미 한인 수학 교수
처음 유학생활을 시작하여 대학원 수업을 들을
당시, 언제나 한국인, 중국인 친구들은 좋은 성적
을 받지만 대부분의 미국 친구들은 아시안 친구들
에 비해 훨씬 저조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학부 미
적분학 강의를 할 때도 보면 제일 성적 좋은 학생
들은 대부분 아시아계 학생들이었습니다. 많은 사
람들이 아시안들은 수학을 잘 한다고 믿는 주 이
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험을 본다거나, 프로젝
트를 하는 등 분명한 목표가 주어진 일들에서는
아시안 학생들의 역량이 훨씬 뛰어나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독립적인 연구
자나 학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리고 시간이
더욱 지나 이들이 자신들의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
할을 할 나이가 될 때면 상황이 역전되어 아시안
들 보다는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이 훨씬 더 두각
을 나타내고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왜 이러한 현상들이 벌
어지는 것일까요? 미국 대학에서 오래 있다 보니
그 이유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아시아계 학생들과 미
국 학생들의 태도에 확연한 차이를 보게 됩니다.
대체로 아시아계 학생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
을 교수가 구체적으로 지시해 주기를 바라고, 또
일 하나하나를 끝낼 때마다 교수한테 확인받으려
니다. 또한 스스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두
려워합니다. 반면에 미국 학생들은 가야 할 큰 방
향을 보여주고 구체적인 아이디어 몇 개를 이야기
해 주면, 교수가 말한 아이디어를 시도해 볼 뿐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것들을 생각하고 시도해 봅
니다. 이러한 태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른 결
과들을 초래합니다. 기계처럼 논문은 많이 쓰지만
그 분야에서 이미 이루어진 결과들에 조그만 기여
를 하는 학자들과, 아니면 그 분야에서 패러다임
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시도해
보는 사람들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제가 생각할 때 서양인들이 학계에서 리더
역할들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들은 그들의 넓
은 안목과 뛰어난 의사소통 기술입니다. 특별히
요즘처럼 학문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학문이
대세인 이 시대에는 더욱 중요한 덕목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학만이 아닌 다른 분야에의 관심과
지식 습득은 결국 융합학문을 함에 있어서 넒은
안목으로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되고, 그
것은 다시 수학 연구에 있어서도 중요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의 분
야에서 뛰어난 실력만큼 절실히 요구되는 능력은
바로 의사소통 기술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한
국 사람들이 부족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미국 사
람들은 대체적으로 굉장히 말을 잘 합니다. 이 말
은 단순히 그들의 모국어인 영어를 술술 말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자신의 의견이나 가지고 있는 지
식을 무척 논리정연하게 표현하고 자신감 있게 전
달 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이
유가 중고등학교에서의 토론식 수업이라고 말하지
만, 미국 중고등학교가 모든 수업을 다 토론식으
로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학교육자로서 그리
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저는 이 부분에 오랜 관심
을 가지고 그 이유를 찾아보려 애썼습니다. 제가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부모들은 아이가 아
주 어릴 적부터 어른과 대화 하듯이 아이와 대화
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아이의 생
각을 묻고 대화를 유도합니다. 그래서 이미 초등
학교 입학 전부터 한국 아이들과 미국 아이들의
의사소통 방식과 능력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도록 장려하는 학교 수업 분위기는 그러
한 능력을 더욱더 강화시킵니다. 저는 우리나라
대학원생들이 열심히 우수한 논문을 쓰는 동시에
국제 무대에서 다른 학자들과 교류함에 있어서 부
족하지 않은 의사소통 능력과 리더쉽을 기르는데
도 노력을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비단 더욱 유창한 영어실력을 키우는데 그치지 않
고, 평소에도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두려움 없이 자신 있고 조리 있게 말하는 훈련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자질들이 뛰어난 학문적 성과
에 더해질 때 비로소 국제 수학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수학자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수학자들의 국제 무대에서의 활약을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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