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친한 형 영입해서 같이 보고 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후회가 많았음.
후지노는 자기보다 더 잘 그리는 사람보고 즉시 책하고 노트 사서 바로 연습했지만
나는 혼자서 주늑 들고 자신감 없어질 뿐 공부할 생각을 안했음
때로는 그림 연습을 위해 책도 샀는데 그럴 때마다 일주일 정도만 가고 연습 그림도 못 그리는 스스로가 너무 보기 싫어서 공부를 접었음
그럴 때마다 남들한테는 그림은 그냥 취미일 뿐이라고 변명했지만, 속으로는 매 순간이 자기혐오로 가득 찼었음
나도 그림 잘 그려서 남들한테 칭찬 많이 받고, 그림 잘 그려서 그걸 직업으로 삼으면 그게 곧 자아 실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후지노와 쿄모토가 꾸준히 그림 공부하고 만화 그리는 장면 보면서는 ‘나도 어렸을 때 진득하게 공부했다면 달라졌을까’ 생각이 들면서
지금까지 낭비한 시간이 너무 눈물나게 슬프고 스스로가 너무 밉더라. 그래서 영화는 정말 감명깊게 봤지만 마음 한 구석은 편하지가 않았음.
근데 2회차를 보고 나니까 생각이 좀 많이 바뀌더라.
후지노가 자기는 만화 그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해놓고, 그럼 만화를 왜 그리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쿄모토와 함께한 기억 말고도 만화가 잘 안그려져서 괴로워하던 것까지 회상에 포함되는 걸 보면서
창작의 결과와 상관 없이 창작 과정 그 자체가 매우 귀중한 것이라는 것이 느껴졌음
나도 그림 그리면서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서 힘들고 슬펐던 적이 많지만
낙서 그렸을 때 부모님이 칭찬해주신 것
친구들이 은연중에 ‘너 그림 잘 그리잖아’라고 해준 것
갤러리에 그림 올리고 처음 개념글 갔을 때 모든 걸 가진 듯한 기분이었던 것
생각해보니까 그림 그리는 게 힘든 점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그림 그렸던 그 시간들과 노력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
내가 그림을 그린 건
프로로 데뷔해서 억대 연봉자가 되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방송에 출연하는 유명 작가가 되려고 했던 것도 아니라
그냥 그림 그리는 순간이 재밌어서 그린 거였다는 걸 후지노를 보면서 알게 됐음
이전에도 창작 관련된 영화 보고 감동해서 좀 열심히 했던 적은 있는데 오래 가진 못했음
근데 룩백은 보고 나서 내가 그 여운을 죽기 전까지 계속 갖고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라
그래서 난 후지모토 타츠키 작가가 너무 고마움
난 그냥 그림 그리는게 즐거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룩백을 다시 보니까 알 수 있었어
그니까 이젠 어떤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으니까 그림 공부 시작할꺼야
뭐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결과가 형편없다 해도 내가 하고 싶은 거니까 계속 할 수 있어
영화 보고 아직도 여운이 남아서 주저리주저리 쓰게 됐는데
다른 사람들도 룩백 보고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거니까
*영화 끝나고 바로 만화카페 가서 단편 읽음, 이젠 후지모토 타츠키가 내 롤모델이다.
안녕에리는 너무 어렵던데 - ruri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