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이 글 제목을 왜 저따구로 써놨나 싶을 거임


솔직히 말하면 저 제목을 쓰면서 룩붕이들로 하여금


저 새낀 뭐지 시발? 싸우자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게 하진 않을까 두렵기도 함


하지만 절대 룩붕이들하고 싸우고 싶어서, 갤에 분탕을 치고 싶어서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전하고 마저 글을 쓰도록 하겠음



서론이 존나 길어서 읽기 싫은 룩붕이들을 위해 세 줄 요약도 끝에 남겨 둘게


----‐--------------------------------------------------------------------------------






룩붕이들의 후기를 보면 다들 울컥했다거나 진심으로 울면서 봤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음


굳이 룩백갤 뿐만이 아니라 여기저기 돌아다녀봐도 울었다거나 울컥 했다거나 다들 감정이 표현되는 정도가 달랐을 뿐이지 작품을 통해 느낀 감정의 결은 같아보였음


그런데 난 도저히 이 작품을 보면서 슬픔이란 걸 느낄 수가 없었음


정확히는 슬픔 이전에 찾아온 감정이 너무 격렬해서, 지금까지도 슬픔에 닿거나 슬픔이 나에게 닿지 못하고 있는 거 같음


도대체 무슨 감정을 느꼈길래 이러세요라고 묻는다면


진짜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존나 커다란 분노를 느꼈음


왜? 얼마나 빡이 돌았길래 입에 거품을 무느냐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왜 빡이 돌았느냐 보다는 작품의 언제부터, 어느 부분을 보면서 화가 났는지부터 시작해야 더 잘 설명을 할 수 있을 것 같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분노를 느낄 수 있는 시점은 딱 한 곳 뿐이라고 생각함




이미 만화가로 큰 성공을 거둔 후지노가 연재에 지친 삶을 질질 끌면서 원고 작업을 해나가다가 옆에서 곡괭이 붕쯔붕쯔 쇼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쿄모토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서 불김함이 고조되고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 한 통, 후지노는 굳어버린채 핸드폰을 떨구고


끝내 보는이로 하여금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며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전개가 펼쳐지지


쿄모토의 영정사진이 묵묵히 놓여있는 충격적인 장면이


정말 무심하게 툭 하고 던져지듯이 내 눈앞에 놓여지는데




여기서부터 화가 존나게 났어


아마 슬픔에 앞서 분노가 느껴진 이유는, 이 죽음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받아들이기 힘든 종류의 죽음이었기 때문이겠지


왜? 왜 씨발 하필이면 이딴식으로 쿄모토를 죽이지? 이제 자기 하고 싶은 일 찾아서 한창 잘 살아가야만 했던 쿄모토를?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음


이후에 작품은 후지노가 어쩔 수 없이 쿄모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쿄모토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며 한 층 더 성장하는, 훈훈하면서도 씁슬한 이야기를 보여줬음.


아마 다른 룩붕이들은 이 작품의 흐름 속에서, 그것이 자연스러웠든 강제적이었든 일단 쿄모토가 죽었다는 걸 받아들였을 거임


그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후지노와 함께 쿄모토에 관한 것들을 정리하고


후지노가 한층 더 성장하는 그 씁슬한 분위기의 결말 속에서 주인공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극장을 떠났을 거라고 생각함


나도 어떻게든 쿄모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룩붕이들처럼 작품으로부터 많은 걸 얻어 가며 극장을 떠났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난 스탭롤이 다 올라가고 극장의 불이 꺼지는 순간까지 쿄모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음


룩붕이들이 후지노가 느꼈을 슬픔을 같이 받아들이며 씁슬하게 극장을 나가던 그 순간까지도


난 여전히 왜? 왜 씨발 하필이면 쿄모토가 이렇게 죽었어야 했지? 꼭 그랬어야만 속이 후련했냐 씨발련아? 라는 생각을 하며 극장을 나갔음


덕분에 작품을 접한 직후의 감상은 시발 진짜 존나 얼척 없네, 밥상 다 차리고 사랑방에 들이려다가 문지방에 발 걸려서 엎어먹은 기분이네, 이 정도에 그쳐 있었음


솔직히 지금도 그런 감상이 아주 가시지는 않아서, 아직도 작품으로부터 분노보다 슬픔을 느낀 사람들을 이해 하기가 어려움




그러다 보니 하도 찝찝해서 작품에 대한 평가나 작품의 뒷이야기라고나 할까, 작품의 외적인 이야기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음


그런데 그 중에서 유난히 자주 나오는 얘기가 쿄애니 방화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


벌건 대낮에 웬 미친놈이 쳐들어 와서 불을 지르고


늘 해오던 일을 묵묵히 해쳐나가며, 평범한 일상을 지내던 이들이 한 순간에 때죽음을 당하는.


피해자들에게나 그 주변 사람들에게나, 그날의 죽음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극도로 불합리한 것이었을 테지


아마 주변 사람들은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왜? 어째서 우리 애가 그런 일을 당해야 돼?라며 당황해하고 분노했겠지


쿄모토의 영정사진이 무심히 놓여있던 그 장면을 보던 나 처럼 말이야


그때가 되어서야 아차 싶더라고


어째서 작가가 쿄모토를 그토록 불쌍하게 죽였는지


이것이 쿄모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진 못했지만


적어도 그 동기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됐어


솔직히 이 전까지만 해도 나는 쿄모토가 갑작스레 죽는 원래의 전개를 부정하고 싶었어


그래서 귀가하는 길에 홀로 쿄모토가 죽지 않는 선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여럿 망상했고


정확히는 그런 망상을 하면서 쿄모토는 죽지 않아도 됐다, 죽이지 않아도 후지노는 충분히 각성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


동시에 작가가 그려낸 원래의 전개는 지극히 부당한 것이라 증명하고 싶기도 했고


그런데 쿄애니 방화사건이라는 작품의 외적인 뒷이야기를 알고 나서야


작가는 쿄모토를 불합리한 죽음으로 내몰아야만 만족을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이해하게 됐어


이런 심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단편만화의 분량과 1시간 이내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후지노에게 큰 충격을 시사하고 성장을 이끌어내려면 나름 쓸만한 전개이기도 하고 말이지


그런데 작가가 이 과격한 장치를 이용한 마음을 아무리 잘 알게 되더라도 도저히 쿄모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더라


원래 갑작스레 찾아온 불합리한 죽음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인가


아무리 알고 이해하려고 해도,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알고 이해 하더라도


막연히 받아들이기 힘든 그런 건가 싶더라


어쩌면 작가는 오히려 내가 이러길 바랬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그런가 아직도 쿄모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분명히 엎어진 밥상 같다고 여겼던 작품이 천천히 좋은 작품으로써 받아들여지더라고




마치면서 못 다한 이야기를 살짝 해보려고 해


작품에 대한 평가나 뒷이야기를 살펴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글이 하나 있었는데, 제목인 '룩 백(Look Back)'에 초점을 맞춰서 작품을 해석한 글이었어


작품 내에서 인물의 등을 많이 보여준다는 이야기나 후지노와 쿄모토가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성장해온 이야기,


마지막에서도 후지노가 이제는 죽고 없는 쿄모토와의 일을 되돌아보며 다시 펜을 집어드는 결말 등등


감상 중에는 알듯 말듯 하다가, 그 글을 보고 나서야 작품이 제목과 유기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 와닿게 됐어


작품 속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작품 밖에서 일어났던 방화사건과 같은 갑작스럽고 불합리한 죽음에 대한 것들도 Look Back 하도록 해주기도 했고


그런 면에서 참 여러모로 좋은 작품이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비록 끝까지 나는 쿄모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이 작품을 되돌아보면서 룩백을 좋은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거 같아


혹시 나처럼 작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는 사람이 이 글을 봐준다면


나처럼 이 작품을 Look Back 해보는 건 어떨까 조심스레 권해보고 싶다

----‐--------------------------------------------------------------------------------


세 줄 요약


1.진짜 뒤져도 쿄모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고 그래서 작품이 좆같았다

2.근데 작품과 그 뒤에 숨은 이야기를 되돌아보니 적어도 작품만큼은 매우 좋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3.하지만 어쨌든 쿄모토 불쌍해 제발 살려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