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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를 처음 접한건 피시방에서 롤 말고 할 게임을 찾다가 우연히 로아를 발견하고 나서부터였다. 그렇게 트리시온에 가서 캐릭터를 만들고 루나패스를 지나 정말 단숨에 광기의 축제까지 도달했었다. 그러다가 대륙 밖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서 배를 타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섬에 도착해 모험을 즐겼다. 그러다가 토토이크도 가게되고 여러 대륙과 섬들을 여행하며 진짜 모험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날 이후로는 로아에 접속하는 시간이 즐거웟었다. 다른 유저들과 우연히 가게 된 낙원 3종에서 팔괘진을 파훼하는것도 재밌었고 카이슈테르를 잡으러가서 기믹을 모르지만 우루루몰려다니는것도 재밌었다. 아마 그게 내가 느낀 로아의 낭만이었던것 같다. 파도 파도 계속 새로운것이 나올것 같은 무한한 바다와 드넓은 대륙, 나와 생각이 같은 유저들이 많았으리라고 생각한다. 



   게임에 불쾌함을 느끼게 된 시점은 파푸니카에서부터였던 것 같다. 파푸니카로 항해하다가 배가 난파되어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뜨니 어느 가옥에 있는 나. 뭐 그런 스토리가 시작부터 아주 흡입력있게 다가왔던것같다. 배경음악도 참 좋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게임으로 삶을 연명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알게 된 첫 시점이 파푸니카에서 벨가누스버스 모집글을 보고나서부터였다. 사람들끼리 소통하기위해 지역채팅창이 존재하는것이 아니라 골드를 얻기 위해 맹목적으로 벨가버스 모집글 매크로만 올라오는 채팅창. 처음엔 전에 봣던 채팅을 보려면 너무 위로 올려야해서 지역챗을 보기 힘들다 정도였는데 나중이 되니 버스 채팅 자체를 보기싫어졌었다. 뭔가, 나만 아크라시아를 지키는 모험가고 지역채팅창엔 골드를 벌어서 팔려는 사람과 그 사람에게 버스를 받아서 골드를 팔려는 사람 두 부류만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제대로 클리어 도전을 한 레이드는 오레하 어비스 던전이었다. 그 당시 세토던전을 딱렙으로 갔었던 기억이 나는데 매칭된 파티원들도 딱렙이어서 리트가 엄청 많이 났었다. 당시엔 주변에 세팅을 알려주는사람도 없었고 지금처럼 완화로 막 퍼주는 시절도 아니었어서 당시 서머너 교감,상소를 개당 3000골대에 구매했던것 같다. 골드값도 100:350정도여서 재련해서 스펙을 올리기에는 정말 돈이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 오레하 던전을 몇주 돌고나서 하도 리트가 많이나서 버스를 타는걸 택했었다. 클리어 시간이 오래걸리는 버스여도 클리어만 하면 됐기 때문에 아무 버스나 탔던것 같다. 


  발탄,비아,쿠크로 이어지는 3연속 군단장 업데이트 때는 정말 로아를 열심히 했었다. 공략도 열심히 찾아보고 트라이도 다니고, 발탄 트팟 10시간 비하트팟 10몇시간 정도 박곤 했었다. 근데도 너무 재밌어서 로아를 끄는게 아쉬웠던 것 같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는 무엇이 달라졋을까. 분명 발탄비아쿠크보다 하탑 노멘 양갤이 훨씬 더 기믹이 어렵고 복잡한데 왜 나는 발비쿠 시절에 더 재밌게 로아를 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골드값이 내려가서가 아닐까? 발비쿠 출시 당시에는 골드값이 너무 비싸서 골드를 사서 올리는건 미친짓이었고 그래서인지 매주 군단장 클리어 하는게 정말 중요했었는데 이제는 6캐릭터 숙제 돌려봐야 하루 일급 박으면 그 골드를 살수있는데 대체 누가 레이드에 목을 매겟나. 계정을 처음키우는 사람이 아니면 이제 레이드는 빼던 안빼던 아무런 감흥이 없을것이다. 나를 쌀먹이라 욕해도 된다. 어차피 나는 쌀먹이 아니기에.  오히려 나는 스마일게이트 본사에 벽돌 몇개 정도는 기여했을거다.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이 많을것이다.


   매주 골드를 사고 캐릭터 스펙을 올려서 다시 레이드를 가고, 그게 재미없어지면 캐릭터 몇개를 유기하다가 골드가 필요해지면 또 골드를 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마치 헤어진 연인이 떡을 치다 재결합하는 일이 생기듯, 나의 로스트아크는 점점 마음에서 멀어져갔다. 검은비 평원에서 느낀 절망감, 베른 남부에서 연합군들과 싸울때 느낀 긴박함, 모험에 대한 설레임. 그런것들이 사라져가고있었다.  만렙을 찍고나서 마음이 공허해졌고 게임이 허무해졌었다. 한번 계정을 처분하고 다시 키우고 있는 지금 시점에도 느끼는 바는 같다. 노멘을 다니다가 레벨을 올려서 하멘을 가도 매주 반복되는 레이드라는 숙제의 굴레에서 벗어날수 없겟지. 저 언덕까지만 오르면 달콤한 보상이 있을줄 알았지만 그 끝에는 시작점과 동일한 일상이 반복된다는걸 너무 뼈저리게 느껴버린 것이다. 나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것인가? 이는 로스트 트 아크 유저들 뿐만 아니라 유명한 방송인들도 느끼는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에키드나를 가면 뭘 할 것인가? 결국 재련해서 에키드나에 가고, 클리어해서 또 스펙업을 할 수 있겟지만 어차피 매주 반복되는 숙제가 아니던가? 갈 수 있는 맵이라곤 지금까지 보여준 로헨델 루테란같은 메인대륙들 뺑뺑이에 쿠르잔이 나왔다고는 하나 별볼일 없는 작은 대륙 하나일뿐이다. 내 눈은 이미 쿠르잔 우측에 있는 대륙들에 가 있는데 로스트아크 개발팀은 아직 거기까지는 준비하지 않은것같다. 정말 로아가 재밌어지기 위해 레이드만 계속 주구장창 내는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제는 우리가 봐왔던 월드맵의 페이지를 바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오류섬에서 보여주었던 에어록과 포르파지, 대해적들이 돌아다녔다는 미지의 바다를 이제는 보여주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신규레이드를 계속 출시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흥분하지 않을것 같다.


  이로써 몇년간 해왔던 로스트아크를 접으며 나의 로스트아크 회고록을 마친다. 아직도 로스트아크에 남아있는 그대들에게 질문하고싶다. 당신들은 아직도 아크라시아의 모험이 설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