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도, 외모도, 청각도 신에게 버림받은 복춘.
그는 세상의 모든 멸시를 몸으로 받아내는 '인간 샌드백'이다.
하지만 전원을 켠 모니터 속에서 그는 다시 태어난다.
띄어쓰기 하나 못 하던 손가락이 '하빈'이라는 이름표를 다는 순간, 세상 그 누구보다 날카로운 독설의 칼날로 변한다.
복춘은 하빈의 명의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피로 물들인다.
"너네 엄마 안부 좀 물어봐도 될까?" 고졸 여자의 탈을 쓰고 내뱉는 선을 넘은 비하와 패드립에 네티즌들은 열광하고 분노한다.
현실에선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중얼거리던 그가, 넷상에선 수만 명의 혈압을 올리는 '혐오의 아이콘'으로 군림한다.
하빈의 악행이 도를 넘자 분노한 네티즌들이 '살인적인' 추적을 시작한다.
복춘이 무심코 올린 사진 속의 낡은 벽지, 중얼거림이 섞인 독특한 비문(非文)들이 단서가 된다.
"야, 하빈 너 39살 먹은 복춘이지?" 모니터 너머로 들려오는 조롱 섞인 확신에 복춘의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한다.
결국 실시간 라이브를 통해 복춘의 집과 외모가 전 국민에게 생중계된다.
하빈의 발랄한 목소리를 상상했던 이들은, 모니터 앞에 앉아
침을 흘리며 괴성을 지르는 뚱뚱하고 추한 복춘의 모습에 구역질을 느낀다.
하빈을 추종하던 이들은 이제 복춘의 집 앞에 돌을 던지는 사냥꾼으로 돌변한다.
법적 처벌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하빈'이라는 자아의 완벽한 사망이다.
감옥 안에서도 그는 여전히 손가락을 까닥이며 하빈으로서 댓글을 다는 시늉을 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간수들의 발길질과 죄수들의 비웃음뿐.
복춘은 자신이 판 가상의 무덤 속에서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한 채, 미친 듯이 벽을 긁으며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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