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의 주인공 지훈은 오늘도 막막한 현실 앞에 서 있었다. 

백수 생활은 길어졌고, 불어나는 빚 독촉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갑에 남은 마지막 만 원짜리 한 장. 그는 시장 어귀의 허름한 식당에서 3,000원짜리 짜장면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웠다.


'남은 돈은 아껴야지.'


다짐하며 식당을 나섰지만, 발걸음은 절망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담배라도 사려고 편의점 줄에 섰다. 그때, 계산대 옆 로또 용지가 눈에 들어왔다. 지훈은 홀린 듯 담배 대신 천 원짜리 로또 한 줄을 샀다. 그게 그의 인생을 바꿀 마지막 도박이었다.


토요일 저녁, 기적이 일어났다. TV 화면 속 번호들이 지훈의 구겨진 종이 위로 하나둘 내려앉았다. 1등이었다.

 월요일 아침, 그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기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서대문 농협 본점으로 향하는 내내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 창구 직원에게 떨리는 손으로 로또 용지를 내밀며 나지막이 말했다. 1등 당첨금을 받으러 왔노라고.


용지를 확인한 직원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직원은 아무 말 없이 책상 아래의 벨을 눌렀다. 잠시 후, 복도 끝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2층 VIP룸으로 모시겠습니다."


사내의 안내를 따라 깊숙한 복도를 지나 안락하지만 폐쇄적인 방으로 들어섰다. 지훈이 자리에 앉자마자 사내는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는 지훈의 로또 용지를 훑어보며 비스듬히 웃었다.


"이상하네요... 이번 주는 분명 당첨자가 나올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지훈은 귀를 의심했다.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사내는 천천히 다가오며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 그러니까 제 말은... 여기 오시면 안 되는 분이 오셨다는 뜻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내의 손에서 치직거리는 전기충격기가 튀어나왔다. 무방비 상태였던 지훈의 옆구리에 강한 전류가 흘렀고,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점멸하는 시야 너머로 사내의 무미건조한 구두 굽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