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국에서 직장 다니고 있는 27살 모쏠남이야. 영어권에서 오래 살아서 영어와 한국어, 대학을 일본에서 나와서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어.
최근에 직장에 합격해서 부모님과 떨어져 자취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이 외로워서 진심으로 여자친구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됐어.
데이팅 앱도 써보고, 직장 동료 소개도 받으면서 현지인 몇 분 만나는데 다 조금씩 내 스타일이 아니더라고.
그러고 있던 와중에 직장 근처에 새로운 라멘집이 생겨서 먹으러 가봤는데, 너무 내 스타일인 일본인 여성분이 거기서 일하고 있더라고.
메뉴를 시키면서 일본어로 물어보는데 이분은 한국어로 답장하더라고.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독학했대.
외모도 내 스타일이고 일본인이 타지에 파견 나와서 근무하는 것도 멋지고 한국어 할 줄 아는것도 다 너무 좋아서 다음에 같이 밥 한번 먹자고 하며 인스타를 주고 받았어.
주고 받은 다음 며칠 뒤에 내가 먼저 한식 먹자고 DM 했는데, 흔쾌히 받아주더라고. 근데 본인 친구(가게 스태프) 랑 같이 오겠다대?
그래서 나도 직장 동료 한명 껴서 2:2 로 한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2차를 와인 바에서 보냈어. 분위기는 괜찮았던거 같은데, 아무래도 2:2 였고 내가 숫기가 없다보니 말을 많이 못했어.
그래도 2차에서 남친 있냐고 물어볼 수는 있었는데, 있다고 하네? ㅠㅠ 일본에 있고 연락을 거의 안한다... 라고 하면서 조금 자세히 이야기 하기 싫은 눈치였어.
난 병신 모쏠이라 남친 있다는 이야기 듣고는 맘 접으려고 했지..
근데 며칠 뒤에 이 일녀한테서 먼저 DM 이 오더라고. 첫 만남 때 혼술 좋아한다고 하길래 농담 반으로 혼술하지 말고 나 근처 사니까 연락해라.. 이런 식으로 플러팅 했는데.. 진짜로 한잔 하자고 연락이 오더라고.
기횐가? 싶다가도 남친 있는 여자랑 술 마시는게 맞는건가.. 하는 병신 모쏠다운 생각이 반반씩 뇌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주변인들이 무조건 가라고 해서 결국 만나기로 했어.
호프집에서 7시에 만나서 10 반까지 이야기 할 정도로 대화는 잘 됐던거 같아. 병신같은 나를 일녀가 잘 맞춰줬던 거 같기도 하고.
내일 잠깐 일본으로 휴가 갔다가 5일 뒤에 돌아온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은근슬쩍 남친도 보겠네? 하면서 물어봤는데 대답을 잘 안하더라고. 서로 바빠서 연락을 거의 안한다.. 이정도만 말하고.
근데 병신 모쏠인 난 여기다 대고 일본에서 보고 오면 잘 해결될거다, 걱정하지 마라 같은 병신같은 위로만 함.
이후 5일 동안 일본에서 맛있는데 엄청 다니는 사진 올라오길래 남친이랑 잘 있나보다 하고 마음 다시 접음. 절대 선연락 안하기로 다짐함.
근데 필리핀에 돌아오고 나서 자꾸 내가 올린 스토리에 먼저 DM 을 보내더라고. 음식 사진들에 자꾸 "우와 진짜 맛있겠다" , "부럽다 나도 가고싶다 ㅠㅠ" 이런 식으로 자꾸 선연락이 계속 와서 뭐지 싶었지.
객관적으로 모쏠 찐따인 나를 만나고 싶어서 그럴 일은 없고, "타지에서 혼자 있는데 한식 좋아하는 한국 친구가 있으니 같이 놀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계속 보내는 거라고 결론 내림.
그래서 마음 다 접고 그냥 친구로써 현지 적응하게 도와주려고 언제 시간 되냐, 같이 먹자 도시 구경시켜줄게" 이렇게 답장함.
근데 이 일녀가 원래부터 답장이 느렸는데.. 이번엔 존나 느림. 아침에 보냈는데 저녁이 되도록 답장을 안함. 내가 너무 선넘었나? 라는 생각이 들던 중에 갑자기 일녀 스토리가 올라옴.
근데 스토리 내용이 자기 남친의 스토리 릴스 공유였는데, 남친이 개업을 하게 되면서 감사영상을 만든 거였음. 문제는 그 감사 영상에 이 일녀랑 반지 끼고 있고, "부부 원만" 플래카드 같이 들고 있는 사진들도 포함되 있는 거임. 일본어로 남친이 "오쿠상(부인)" 이라고 칭하기도 하고. 이 영상 공유하면서 이 일녀는 "당신(아나타)은 나의 자랑입니다" 라는 텍스트도 달아놓음.
ㅇㅇ. 이 영상만 보면 빼박 유부녀였던 거임. 결혼한지 몇달 안된...
개충격을 받긴 했는데, 이미 나는 그냥 친구로써 보는 거라고 자기 합리화를 끝마친 상태였어서 이거까지는 별 타격이 없었음. 유부녀한테 술마시자고 한게 죄책감 드는 정도?
근데 문제는 내가 이 스토리를 본 다음 한 30분 뒤에, 일녀가 나를 자기 스토리 못보게 숨김 처리 해놓음 ㅋㅋㅋㅋㅋ
어떻게 알았냐고? 얘 프로필에 하이라이트들이 갑자기 다 안보여짐. 부계로 보니까 다 있고 남편스토리 공유한것도 그대로 있음.
상황이 이러니까 나는 갑자기 띠용함. 왜 내가 그 영상을 보고 난 30분 후에 숨긴거지? 내가 선을 그렇게 넘었나? 자긴 임자 있으니 선 넘지말라는 무언의 압박인가?
근데 한편으로는 존나 화남. 난 유부녀인 줄도 몰랐고 선연락 할 생각도 없었는데 얘가 자꾸 먹고싶다, 가고싶다 이런 dm 보내길래 한번 같이 놀아주려고 한건데....
이 와중에 내가 보낸 언제 시간되냐는 dm 엔 답장을 아직도 안함.
걍 거절 당했다고 생각하고 잤는데, 아침되고 보니 일녀한테 연락이 와있었음. 오늘 같이 보자고.
스토리 숨김 처리된 것도 해제되었는데(하이라이트들 다시보임), 얘가 어제 저녁 올린 스토리들 중 그 남편 스토리만 삭제되있음...
ㅆㅂ 이게 뭔 상황이지? 이걸 가야돼 말아야돼? 어제 스토리 숨김 당한게 날 저격한게 아니었나? 왜 다시 풀고 스토리 삭제한다음 가자고 dm 했을까?
병신모쏠찐따인 나는 오만가지 뇌내망상을 펼치다가 결국엔 만나기로 함. 물론 친구모드로.. ㅋ
만나서 밥먹으면서 너랑은 그냥 친구다 라는걸 어필하기 위해 요즘 소개팅 가고 있는데 잘 안되고 있다 같은 되도 않은 구라도 침.
그러면서 다시 은근 슬쩍 남친이랑 일본에서 잘 만나고 왔냐고 물어봄
근데 안만나고 왔고, 헤어질 것 같다고 하더라고. 서로 연락 안하고 회피중이라고.
친구모드로 나온 난 갑자기 마음이 존나 복잡해짐.. 애초에 모쏠찐따가 여기서 생각회로가 돌아가겠냐고....
밥먹고 2차를 다시 와인바 가서 둘이 마시는데, 엄청 더워하길래 컵 아이스크림을 시켜줌.
아이스크림 스푼이 두개 있었는데, 얘가 갑자기 자기가 먹던 아이스크림 스푼으로 나한테 먹여줌.
이 행동 전까지는 그냥 얘는 나에 대해 "타지에 와서 외롭던 와중에 한국 친구가 있으니 건전하게 놀 친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나는 확신했는데,
일련의 스토리 숨김 후 해제, 남친이랑 헤어질 거 같다 이야기, 마지막에 아이스크림 먹여주는 거 까지 하니까 없던 마음도 다시 생겨버림...
진짜로 친구가 아니라 남자로 보고 이런 행동 한거라면 어장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다만 일녀 성격이 워낙 좋고 술도 많이 마셔서 취했으니 그정도 행동은 친구끼리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음.
끝나고 택시 잡아준다음, 조만간 다시 보자고 연락했음.
유부녀인 걸 아는데 숨기는 눈치이고, 어장인 거 같기도 하고, 그냥 친구 대하는 거 같기도 해서 모쏠 병신 찐따로써는 뭔가 다음 행동을 하기가 너무 벅찼음.
주변 사람들한테 상담 존나하고, 마지막으로 한번 다시 확인해보려고 "친구 모드" 로 다시 만나기로 함. 이번엔 걔가 운영하는 라멘집에서 보고 2차 가기로 함.
근데 이번엔 얘가 뭔 게이스태프랑 같이 마셔도 되냐고 물어서 싫었지만 친구모드이니 오케이 하고 셋이서 마심....
난 또 병신같은 방어기제 발동해서 오늘 소개팅 했는데 ㅈ같았고 하는 그런 개소리 늘여놓음.
근데 일녀가 너무 진지하다, 자기는 남친 있지만 바람 피고 싶다, 이런 얘기를 하는거임. 옆에 게이친구는 존나 호응해주고... ㅋㅋ
근데 난 여기다대고 병신같이 "남친이 슬퍼할거다" ㅇㅈㄹ함.... 뭔가 바람피고 싶다고 하는거에 좀 정떨어지기도 하고 오늘 이후에 얘가 날 차단해줬으면 오히려 마음 편할거 같아서...
근데 다음 날에 얘가 자기 술 너무 취했었다, 미안하다고 dm 옴.
스탠스를 어떻게 취해야 할지 시간이 갈수록 애매해지고 모르겠어서 자꾸 내가 병신같아진다고 느꼈음.
이 여자는 솔직히 나한테 과분할 정도의 이상형이고 좋아하는 마음이 하루가 지날수록 너무 커지는데
얘는 유부(?)녀 내지 약혼녀이고, 그냥 타지에서 외로워서 어장 치는거 같기도 하고, 하는 거보면 그냥 친구 대하는거 같기도 하고..
고백을 박기엔 얘가 나한테 호감이라는 확신이 없고, 안하기엔 지금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정도로 얘 생각 밖에 안남...
애초에 내가 모쏠에겐남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대처 잘못한 거 아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밀어부쳐라. 니 마음을 전해. 흔들리지 마라.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쉽지 않다. 형 말을 들어.
일본은 원래 바람에 관대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