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밤이다.

나는 30대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고 여자친구는 나와 띠동갑 정도 차이가 난다.

본래 걱정도 많고 경계심도 강한 성격이라 처음에는 그저 나이에 맞게 귀여운 친구라고만 생각했다.

우리의 시작은 정말 우연이었다.
첫 번째는 우연,
두 번째는 거절,
세 번째는 호기심.
네 번째에 좋아함이 되었고
다섯 번째에 비로소 인연이 되어 지금은 사랑을 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 여자친구가 직장에서 남자친구 나이를 질문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삼 우리의 나이 차이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토록 그녀를 밀어냈던 건 과거의 연애에 내 모든 '코인'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었다.

몸과 마음을 후회 없이 다 줬지만 결국 남는 건 없었고 나이가 차면서 이제는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할 재료가 내겐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나에게 보여주는 몸짓, 표정, 말투 하나하나에 사랑이 듬뿍 묻어있었다.

그 진심 어린 밀어붙임에 결국 나도 모르게 모든 마음의 빗장을 열어버렸다.

평생 연애를 쉬어본 적이 없어서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의 한계가 어디인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사랑의 최대치 위에도 뚫려있는 천장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래서 노력을 좀 해봤다.

안 하던 인스타그램도 시작하고, 담배도 끊고, 요즘 애들이 쓴다는 유행어도 배워봤다.

그런데 그녀는 투덜투덜하며 말한다.
"아저씨니까 그런 거 하지 마. 그냥 아저씨답게 행동해."

사실 아직도 그 말의 진짜 의미는 모르겠다.

배워서 써먹으면 좋은 거 아닌가 싶다가도 나 같은 '아저씨'보다 또래의 젊은 사람을 만나는 게 그녀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미안함이 앞선다.

하지만 이제는 그 미안함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커져서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녀는 내가 이런 고민을 한다는 걸 몰랐으면 좋겠다.

그저 내 욕심이지만,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싸우고 웃고 울며, 때로는 상처 주는 말도 하겠지만 끝까지 옆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이렇게 적다 보니 잘 자고 있나, 아픈 곳은 없나 걱정되면서 유난히 더 보고 싶은 밤이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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