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곳  https://gall.dcinside.com/m/ttwar/4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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윾갤에 올리는 김에 여기도 올림


생각해보니 여기가 더 어울리는 곳 같아









기병 돌격은 소설 게임 영화 가릴것 없이 자주 나옴. 전근대 전쟁 묘사의 꽃이라 해도 무방할거임


위의 짤 두개는 이쪽 분야에서 현대에 가장 유명한 물건들이라 갖고 왔는데... 기병vs보병 기병vs기병의 차이도 있고, 무게감의 차이도 있고 뭐 말하면 끝도 없겠지만 더 중요한 점은 차이점보단 공통점임


기병이, 더 정확히 말하면 말이 겁대가리 없이 적에게 막 달려가서 퍽퍽 부딪치고 짓밟고 한다는거임


인터넷에서 이런 떡밥 좀 뒤적거려본 애들은 이 지점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알거임


'현실의 기병은 말들이 적한테 정면으로 갖다박는건 못했다! 영화의 묘사는 과장이다!'


ㅇㅇ 자주 들어봤을거임


저 문장에서 '갖다박는 것'은 짤에 나오는것처럼 무지막지한 몸통 박치기로 보통 정의되는 것 같다


근데 이게 정말 사실이고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룰일까?


사실 우리가 전투의 흐름에 대해 소상하게 알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고중세의 역사서들은...전투 과정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썼느냐는 제각각 차이가 있지만 일단 표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든 동의하는 정설이다









예전에 윾갤에서 윾동 하나가 찍어서 올린거 도용해봄. 중세시대 부빈 전투 얘긴데 고대 사서의 전투 묘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주인공들' 활약만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으면 낫지 어떤 사서에서는 읽는 놈이랑 쓰는 놈끼리 'ㅋㅋ 알아듣고 있지? 우린 이 교양을 공유하는 엘리트 맞지?' 같은 놀이 쳐하려고 전투 묘사를 일리아드 문장 복붙해서 세력이랑 인명만 바꿔놓은 사례도 있다. 씨발년 진짜...이런 한계 때문에 고중세의 전투 실상에 대해선 논쟁이 끊이지 않는데 기병 전투 역시 마찬가지임


그럼 대체 저런 돌격불가론 같은 자신만만한 얘기들은 뭘 근거로 나오느냐가 문젠데...









그 시작은 바로 나폴레옹 전쟁이다


워낙 전쟁의 규모가 컸고, 기간도 길었고, 마침 시대도 근대였기 때문에 굉장히 자료들이 많아진다. 이 시대 즈음부터 전투서열이니 몇월 몇일부터 몇일까지 무슨 사단의 기동로니 하는식으로 이전 시대 같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의 세세한 자료들이 있고...전투의 전개 과정에서 병사들이 겪는 경험도 많이 수집되었다


근데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발견된거임


근접전 돌입하는 두 군대의 싸움은 거의 언제나 한쪽이 제대로 싸움이 붙기 전에 멘탈이 바스라져서 도망치는걸로 끝나고, 설령 양쪽 모두 이악물고 근접전에 들어가더라도 서로 대열이 부딪히기 전에 거진 결과는 결정나 있었다는거임


이 시기 사상자들에 대한 의료진의 기록은 거의 언제나 총검과 칼에 의한 사망률을 극히 낮게 잡고 있고 대부분의 사상자가 원거리 무기에 의해 발생했음


19세기에 장교로서 유럽 전장을 겪고 저술을 남긴 앙리 조미니도 총검 백병전은 극히 극히 드물다고 회고했음


존 키건의 경우 기병 간 싸움도 마지막 순간에 속도를 줄이고 접근해서 개별적인 결투가 벌어지곤 했다는 결론을 냈음


조금 더 뒷 시대인 19세기 말에 기병으로 마흐디 전쟁에 참가한 처칠도 기병이 돌격해서 보병이랑 싸우는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음





이런 근대의 자료에, 비록 부실한 편이지만 중세 시대의 기록들을 결합한 결과가 '보병과 기병은 직접적인 충돌을 거의 하지 않음. 기병은 돌격할때 창만 꽂고 돌아와서 새 창을 받아 다시 돌격하고 이게 각 제대별로 사이클 차지를 넣다가 보병이 무너지면 추격이 시작됨' 모델임. 이는 근대 기록을 소급만한게 아니라 중세 기록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모델임


이런 자료들과...존 키건의 연구 결과에 데이브 그로스먼의 '전투의 심리학' 같은 것들이 조합되어 고대사 분야에서 핫하게 떠오른 펄스 이론, 다이나믹 스탠드오프 이론 같은 것들도 이런식의 모델에 힘을 보태줌. 개별 병사들의 체력적 한계와 생존 의지 같은 것 때문에 상대에게 몸을 내던지다시피하는 '방패 밀치기' 같은 것은 없었다는 것이 저런 모델들인데, 기병과 말 역시 굳건히 버티는 적 보병에게, 혹은 무너질 기세 없이 정면으로 달려오는 기병에게 자기 몸 생각 안하고 퍽 들이 받는건 말이 안되거든




그럼 맨 위의 짤들, 특히 더 현실적으로 보이는 두번째 움짤 같은 것도 다 개구라였을까? 기병과 기수가 주저없이 적에게 달려들어서 말이 넘어지고 기수가 붕붕 날아다닐 정도로 자살적인 돌격은 각 병사 개인의 생존 의지를 무시한 판타지일까? 마우스 클릭으로 생과 사를 가르는 토탈워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이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거임ㅋㅋ


https://books.google.co.kr/books?id=6RBkDwAAQBAJ&printsec=frontcover&hl=ko#v=onepage&q&f=false










원래 발췌 번역하려고 했는데 시간 아까워서 요약만 함


처칠은 저 위에서도 언급 했듯이 마흐디 전쟁에 기병으로 참전했고 옴두르만 전투 당시 직접 칼 휘두르며 싸운 경험이 있었음


이때 처칠이 소속된 영국군 기병 1개 연대 400명이 수백명의 적이 점거한 통로를 장악하러 가고 있었는데, 사실 마흐디군은 2000에 달하는 보병을 그쪽에 매복시켜둔 상태였고 영국 기병들은 이걸 지나치게 늦게 발견함. 기병대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마흐디군 보병대에게 돌격했는데 보병대 역시 굴하지 않고 그대로 백병전에 돌입했음. 캡쳐해둔 부분 보면 알겠지만 심지어 돌격해오는 기병 상대로 맞돌격하는 미친 보병들까지 있었음 ㄷㄷ;;; 돌격의 충격만으로 기병 30여명이 낙마했고 보병 200 남짓이 날아갔음. 처칠 말로는 기병대가 적 대열 돌파하는데 2분 정도가 걸렸다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400인의 기병 중 70명이 죽거나 부상 당했다


처칠의 묘사를 보아하건대 이 전투는 진짜 사람이 붕붕 날아다니고 말에 짓밟히고 치이고 하는식으로 전개됐음엔 딱히 의문의 여지가 없어보임


위에서 돌격전은 거의 없었다던 나폴레옹 전쟁때도 반도 전쟁 당시 영국군 기병대가 프랑스 보병 방진을 몸으로 갖다박아 뚫어버린 사례가 있었고


그러나 이런 사례들은 당사자들 회고에서도 그렇고, 발생한 사상자 비율을 봐도 그렇고 극히 예외적인 일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음


근데 여기서 또 의문이 남는다


중세시대에도 그랬을까?






중세 시대에도 기병이 적에게 들이받는 돌격은 극히 드물었고 예외적인 현상이었을까?


중세 회전에 대한 묘사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부족한 면이 많고...실제 전쟁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던 소규모 유격전은 기록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창 꽂고 돌아가고 또 와서 창 꽂고 돌아가고...를 분명히 실시했던 사례들이 있지만 이것이 일반적인 전술이었다고 단언할 레벨까진 아니고, 기병 대 기병의 싸움으로 가면 분명히 쌈박질은 많았지만 나폴레옹 시대처럼 결투의 연장선이었을지, 아님 움짤처럼 말과 사람이 날아다니는 자살 돌격이었을지는 아모른직다


단...이 시기 병사들의 사기와, 백병전에 돌입하려는 의지가 나폴레옹 시대보다 더 강했고 튼튼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은 분명히 존재한다.


https://books.google.co.kr/books?id=cBqgOXfMxAoC&printsec=frontcover#v=onepage&q&f=false






이 책은 성전기사단의 FM인데, 룰 172가 흥미롭다


성전기사단 소속 서전트는 갑옷을 입고 전투에 임할땐 기사단 정회원과 같은 의무를 졌지만(전장에 기독교도의 깃발이 서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싸울 것을 요구받음) 갑옷을 입고 있지 않을땐 따로 허가 받지 않고도 자의적으로 후퇴하는 것이 가능했다. 갑옷의 보호가 전투 의지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간주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갑옷도 방패도 없이 날붙이 한번 번쩍하면 장기자랑해야 했던 나토 시대 병사들이랑 미토, 롬토 시대의 병사들을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할 수 없다는거지


그 외에 중세기의 빡센 명예 문화, 주로 같은 지역 출신 지인들로 구성된 부대 편제 등이 영향을 줬을거라 간주되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이러저러한 요소가 서로 상반되게 작용하니 구체적으론 모른다는거다






한줄요약: 몰라 씨발




읽으면 좋은 책: 존 키건의 'The Face of battle', J.F. Verbruggen의 'The Art of Warfare in Western Europe During the Middle Ages' 에이드리언 골즈워디의 책 거의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