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야기한걸 기억했다면
중세 봉건 체제 아래서의 기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판타지 기사랑은 거리가 멀다는걸 알았을거야
오늘 소개할 기사단이 우리가 알고 있는 '판타지 기사'과 더 비슷하거든
기사단은 기사들의 조직이야
하지만 봉건 체제 하에서 기사들은 영주의 부름 말고는 굳이 자기네들끼리 모일 필요가 없었는데
십자군 전쟁은 봉건제 밖에서 살아가던 영지 없는 다수의 기사들이 모이는 계기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기사단을 만들게 되었어
기사단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세속 기사단'과 '종교 기사단'이야
세속 기사단은 이익에 따라 곧잘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해서 역사에 깊게 흔적을 남긴 경우가 드물지만
종교기사단은 뚜렷한 명분 덕분에 오래 존속되었고 심지어 지금까지도 남아있어
중세 사람들은 사회구성원을 세단계로 나눠서 이해했어
싸우는 사람(정치,국방, 정복) / 기도하는 사람(학문, 종교, 문화) / 일하는 사람(전반적인 경제)
보통의 경우 이 단계를 넘어가는걸 이상하게 여겼지만
이도교로부터 기독교인 보호, 성지 예루살렘의 수호와 순례자들의 지원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기사 + 성직자인 종교 기사단이 등장할 수 있었어
또 내부적으로 국내 불안요소가 될 수 있는 2,3번째 귀족 자제들, 영지를 못 얻어 불만에 찬 떠돌이 기사들을 많이 흡수할 수 있었고,
성지순례라는 훌륭한 '관광상품'을 안정적으로 팔고 싶지만 아랍인들의 눈치 때문에 총대 메는건 싫었던 이탈리아 상인들의 지지와 후원,
종교와 군사를 둘 다 황제가 관리하는 동로마를 보면서 손가락만 빨던 가톨릭의 군사력 확보 욕심 등등
여러가지 현실적인 요인들이 쿵짝이 맞아서 종교 기사단이 만들어졌어
이렇게 교황의 인가를 받아 만들어진 종교 기사단을 '기사 수도회''라고 불렀어
기사단을 영어로 Order라고 부르는 이유가 원래 수도회여서 그래
기사단의 인원은 대부분 기사 교육을 받은 귀족이였어
수도사들에게 군사 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귀족들에게 수도원 교율을 가르치는게 군사적으로 더 이득이었거든
그리고 종교 기사단은 단원이 모두 성직자 신분이야
그래서 엄격하게 통제된 삶을 살았고, 일반 수도사처럼 청빈과 검약을 의무로 삼았어
혈기왕성한 쌈 잘하는 청년들을 모아놓고 수도사의 삶을 살라고 하니까
앞으로는 지키고 뒤로는 몰래 일탈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대외적으로는 청빈한 삶을 살아야했지
그리고 당시 학문의 중심지가 수도원이었던만큼 단원들의 교육에도 열성적이어서 기사단의 문맹 비율은 낮았고, 심지어 2, 3개 국어(모국어 + 라틴어 + 아랍어)가 가능한 기사들도 있었어
기사 수도회는 그 목적에 알맞게 이슬람 교도들과 접경하는 곳에 집중 배치되었어
아프리카에서 넘어와 세력을 넓혀나가던 이베리아 반도와 예루살렘 왕국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난 적 앞마당에서 싸운 예루살렘과는 달리 유럽의 앞마당이었던 이베리안 반도는 많은 기사단이 만들어졌고 큰 활약을 하며
이베리아 재정복 운동인 '레콩키스타'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어
다만 목표를 이루고 조용히 국가에 흡수되거나 해산하였기에 예루살렘 쪽보다 이름이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유명한 이베리아 기사 수도회로는 '아라곤 기사단'이 있어
예루살렘은 그 우명한 템플 기사단, 성 요한 기사단, 튜튼 기사단 및 여러 군소기사단들이 이 활약했어
템플 기사단은 엄청난 자본을 가졌지만 그 때문에 교황과 프랑스 국왕의 타겟이 되어 비참하게 몰락했고,
독일계인 튜튼 기사단은 본국으로 돌아와 독일의 이도교들과 성전을 벌여 기사단국을 세워 (나중에 동프로이센의 기초가 되었어)
성 요한 기사단(몰타 기사단)은 원래 창설 목적인 의료봉사 외에도, 예루살렘 함락 이후 이슬람만 골라터는 해적업을 선택해서 오랫동안 오스만 투르크의 뒤통수를 심심할때마다 후려치는 짜증나는 존재가 되었어
다만 해적업도 충분한 명분이 있었는데 당시 지중해에서 가장 가혹한 직업인 갤리선 노잡이에 아랍인들은 기독교 노예들을 몰아넣었거든
해적업은 기독교 노예들을 해방시켜서 본국으로 돌려보냈기에 이 직종전환에 큰 문제는 없었나봐
이후 명군 술레이만 1세가 로도스 섬의 본거지를 공략하여 '명예롭게 철수'시키는데 성공했어
(양측 다 피해가 극심하고 작은 섬에서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기사단의 명예로운 후퇴를 조건으로 로도스 섬을 양도 받는걸로...)
이 후 몰타섬에 가서 다시 기사단을 재건하지만 나폴레옹에게 항복했고
지금은 이탈리아에 존재하며 자선사업과 봉사를 하는 단체로 살아남아있어
기사단은 봉건사회라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존재였어
귀족 출신의, 정예병 수업을 완료한 킬링머신들이 군역 날짜제한 없이 종교적 신념으로 계속 전장에 남았기 때문이야
반면 상대하는 이슬람 국가들은 군역 날짜만 채우면 집에 돌아가는 봉건군대가 대부분이었어
군역 날짜를 초과해서 동원하면 모든 부담과 정치적 리스크가 왕에게 쏠렸기에 홈그라운드 임에도 장기전으로 가면 아랍측도 많이 답답해지는데
기독교 측은 봉건 날짜에 상관없이 정예병력을 언제나 동원 가능하기에 아랍보다 적은 병력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굴릴 수 있었어
기사단의 재정은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이야
예전에 이야기했듯 완전무장한 기사 한명을 위해 엄청난 돈이 필요했는데
기사단은 이걸 기부와 스스로 사업하는 방법으로 해결했어
기본적으로 수도원이고 자식을 남기지 않는데다 사유재산을 대부분 부정했기에 기사단에 들어오는 기부는 분산되지 않고 계속 유지될 수 있었어
또 입단원이 귀족 자제니까 아버지들이 자식과 함께 기부를 많이 보냈다고 해
기사단 규모가 커지면 이걸로도 부족해지니까 기사단이 직접 무역이나 금융업, 부동산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이도교 아랍상인'을 호위하는 수도원 기사라던지, 아랍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고리대를 뜯는 기사단장이라던지 웃픈 그림이 많이 나왔어
(기독교인은 같은 기독교인에게 이자를 받는걸 금지했어 그래서 유대인들이 금융업을 독점하며 고리대를 물렸고 유럽에 반유대 감정이 생겨나는 계기가 되었어)
템플 기사단은 유럽에 기부받은 영지를 관리, 운용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필립 4세의 주목을 받아 탄압받고 결국 해산되었어
#5 끝
다음이 기사 연재 마지막 ㅇㅇ
기사추
템플 기사단은 현대에도 살아남아서 다국적 기업으로 암약하고 있는 거 아니었음?
이해의 아버지가 우리를 이끌어주시길.
아 그래? 유대인놈덜 의문의 블루오션 헤엄쳐다녔던거네
템플 기사단하니 생각나는게 딱 있는데
종교 기사단은 자료가 많아 찾기가 쉬운데 드래곤 기사단 같이 역사에 이름을 남긴 세속 기사단을 다뤄죠
안돼. 돌아가. 다음화까지 쓰고 끝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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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스 공방전이나 몰타 공방전 같은거 보면 킬링머신 맞는거 같음 ㄹㅇ
템플러들은 엡스테르고로 살아있다
템플 기사단과 필리프 4세 관한 팩션 드라마로 히스토리 채널에서 만든 나이트폴이라는 미드가 있는데 솔직히 내용은 모르겠고 시즌1 마지막 전투신이 좀 볼만 했음.
궁금한게 아라곤 기사단이 아라곤 연합 왕국의 시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