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 @@ 나라 같은 초등학생 입문용 역사책을 보면 마치 무기의 발달이 기사 계급을 종결시킨 것처럼 나와


하지만 중세사람들이 멍청한 것도 아니고 기사들은 무기의 발달에 따라 자신의 무장을 강화하면서 시대를 극복해갔어


처음에는 갑옷을 두껍게, 랜스를 길게 만드는 방법으로 신무기에 대응했어


초창기 화약무기까지는 그 정도로도 대응이 가능했지만 점차 화망이 두꺼워지고 장창과 총의 연계가 긴밀해지자 떡장의 상징인 기사들도 큰 결단을 내리게 되었어


한계까지 무거워진 전신 갑옷을 포기하고 투구와 흉갑만 착용하여 최소한의 생존성을 유지하는 대신 기동력을 높혔고


부무장으로 피스톨을 챙겨서 마치 1회용 원거리 랜스처럼 운용하는 모습도 목격되기 시작했어


그들 나름대로 변화에 대응한거야




기사를 전장에서 몰아낸건 전투력의 부족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변화였어


봉건제와 함께 탄생한 기사는 봉건제가 끝나면서 함께 끝났어


중세 장원제를 뒤흔든 흑사병이 지나간 후 장원 중심의 자급자족 경제가 서서히 무너지고 화폐경제가 발달하면서 나름 소영주였던 기사들도 직접적인 피해를 받게 되었어



기사들은 돈 안되는 영지 관리 대신 화폐 수익을 얻길 원했고 그 방법으로 군역을 세금으로 대납하고 용병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생겼지


보통은 장원 없는 떠돌이 기사나 용병을 뛰었는데 말이야.



군주들도 제약 많은 봉건 군대 대신 용병이 더 쉽고 효율적인 군대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시간이 갈수록 봉건제에 반하는 용병단이 합법화되는 지역이 늘어났고 기사들이 설 자리는 좁아졌어


물론 기사들도 용병 사업에 뛰어들어서 이익을 볼 수 있었지만, 동시에 스스로 목을 조르고도 있었던거야


기사가 용병업을 안 했더라도 봉건제가 붕괴했겠지만...


아무튼 이런 용병 기사들은 국가간 전쟁이 자주 일어나지만 기사가 부족했던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용병으로 많이 갔고


요리조리 소속을 바꿔가며 알바 뛰는 기사들을 칭하는 말인 '프리랜서'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어







중세말이 되고 국가간 전쟁의 주역이 기사에서 용병으로 완전히 넘어오자


기사의 존재는 희박해졌지만 존속 할 수 있었어


하지만 국가통치체계 고도화의 상징이자 훨씬 대규모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국민병'이 등장하면서 봉건 기사는 완전히 끝나게 되었어



훈련과 장비는 기사 + 용병이 훨씬 우월했어


하지만 국민병은 통일된 장비, 일정한 훈련, 높은 사기, 낮은 비용의 병사들을 압도적인 숫자로 동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고


돈보다도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연료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국민병이야말로 점점 규모가 커지는 전쟁에 더 적합한 병사였거든.



화약무기의 발달로 보병만으로도 높은 화력을 투사할 수 있게 되고


국가가 스스로 기병을 육성할 만큼 중앙집권화되자


전쟁의 핵심인 기병은 이제 봉건영지가 아니라 기병 학교에서 대량으로 육성되었어



강하지만 투박하고, 돈을 밝히며 때로는 돈 때문에 주인도 바꿔가는 현실의 기사가 역사 속의 존재로 사라지고


기사 문학과 기사도, 소수의 기사 수도원만 남게 되자


기사는 중세 로망의 집대성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어


귀족들은 자기들끼리 기사 사교 클럽을 만들었고, 스스로를 기사나 기사단으로 칭하면서 놀고 자빠졌고


왕들도 '군주에게 충성을 다하는 도덕적인 군인'의 이미지를 따와서 기사 작위를 만들어 수여했어



이제 기사는 명예직이자 명예 신분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2009년, 기사 작위를 받는 드라큘라 백작 + 사루만 + 두쿠 백작.


크리스토퍼 리 경(Sir)


#6 끝


유럽 기사의 삶 (완)





차회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