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이들 안녕?



오늘은 경제지리학계의 가장 유명한 애증의 인물, 폴 크루그먼에 대한 논쟁을 담은 정보글을 써 보려고 해. 





다들 폴 크루그먼은 이름 들어봤을 거라고 생각해. 


뉴욕타임즈 칼럼리스트로도 유명하고, 





2008년 노벨 경제학상도 받은 초 엘리트 경제학자야. 




노벨상을 받은 연구 주제는 바로 신 경제 지리학이었고. 


경제학자가 지리학 연구로 노벨상?


드디어 지리학 붐은 오는구나..!


지리학자들 입장에선 완전 땡큐였겠지.




현실은 정 반대였음. 


당시 지리학계는 박수 대신, 

"어? 저새끼는 이제와서 저런걸로 뭘 하는거야?" 라며 따지기 시작했고, 이 논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걸까?



1. 신경제지리학 요약


일단 크루그먼이 뭘 주장했는지부터 알아보자. 


" 왜 세상은 골고루 발전하지 않고, 어떤 곳은 대도시가 되고 어떤 곳은 깡촌이 될까??"


크루그먼: 사람과 기업은 지들끼리 뭉치면 이득이니까 뭉치지(집적경제).

              근데 너무 멀면 물건 옮기는데 돈(운송비)가 많이 드니깐, 이 두 힘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는 곳에 도시랑 산업이 집중되는거임 ㅇㅇ


이걸 수학 모델로 증명해 낸 거야. 

주류 경제학이 지금까지 무시해 왔던 공간과 지리의 중요성을 수학적으로 설명해 냈으니, 경제학에서는 "와! 이건 혁신이다!:" 하면서 난리가 났고 노벨상도 받게 된거야. 



2. 지리학자들이 빡친 이유


본론은 여기부터야. 

지리학자들, 특히 경제지리학자들이 이걸 보고 뒷목을 잡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어. 


첫 번째. 아니 그거 우리가 100년 전부터 하고 있던 이야긴데? 




크루그먼이 새롭게 발견했다는 핵심 개념들이란, 

- 집적경제: 기업들이 한 곳에 뭉쳐서 얻는 이득

- 핵심-주변부: 잘사는 중심지와 못사는 주변부 구조

- 경로 의존성: 어쩌다 한번 먼저 자리 잡은 곳은 계속해서 발전하게 되는 현상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내용 아니냐?


맞음. 1학년 전공때부터 듣게 되는 기본중 기본 이야기. 


위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알프레드 마셜이 19세기부터 이야기 하기 시작한 걸 20세기 한동안 내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던 핵심 주제들이었음,

근데 쿠르그먼은 이 선행 연구를 단! 하나도! 인용하지 않고 마치 지가 처음 발견한 것처럼 발표해버린거임. 


지리학자 입자들에선 자기들 연구 주제도 빼앗긴 것도 빡치는데, 심지어 족보까지 무시당한 셈이지. 





두 번째. 아니, 그거 우리가 쉰내나서 버린 떡밥을 왜 퍼가냐?


크루그먼이 쓴 방법론, 즉 현실을 극도로 단순화시킨 가정 아래에 수학 모델로 공간 법칙을 설명하는 시도는 지리학계에선 이미 1960년대에 계량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대 유행했던 거였어. 


근데 10년동안 이걸 판 지리학자들은.

"아... 수학적 모델만으로 현실 세계에 나오는 사회, 문화, 역사, 정치, 제도를 도저히 반영할 수가 없다... 이거 한계가 있구나"


그래서 70년대 이후 지리학계는 단순 모델링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고, 마르크스 지리학, 인본주의 지리학, 문화적 전환처럼 더 복잡한 현실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나아가기 시작해.

즉, 계량혁명의 방법론은 지리학의 발전 과정에서 나온 "한계가 명확해서 극복해야 할 '과거의 산물', 즉 쉬어버린 떡밥"이었던 거야.


근데, 갑자기 뭔 경제학자가 30년 전에 우리가 이건 한계가 명확하다고 결론 내린 방법론을 그대로 퍼가서는, 마치 새로운 딱지 하나 붙여서 발표하니깐 어이가 터지지.





셋째. 지리학 무시하냐? (경제학 제국주의)






이건 학문 권력의 문제이기도 했어.

사회과학의 왕으로 군림하는 경제학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리학의 연구 영역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가서 자신들의 방식대로 재포장하고 노벨상까지 받아버린 사건이니깐.


이건 지리학자들의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린 사건이었어.





3. 결론


물론 크루그먼때문에 공간의 중요성이 경제학계에서 재조명되고, 경제지리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대중적으로 더 알려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어.


하지만, 이 사건은 경제학과 경제지리학이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얼마나 다른 철학과 역사를 가지고 접근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어.


경제학: 현실을 단순화시켜서라도 수학적 모델을 만드는데 중시

경제지리학: 수학 모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의 복잡성(역사, 문화, 제도)을 더 중시


지리하의 역사를 무시한 크루그먼의 태도는 분명히 비판받아야 할 것이지만, 

이 사례를 통해 지리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고유 강점이 뭔지를 다시 한번 생각 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모두 지리를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