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萬年雪)은 국어사전에서의 정의와 백과사전에서의 정의가 좀 달라서 글을 올려봅니다. 하하 저도 저 밑에 질문 올라오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일단 국어사전의 정의인 “언제나 녹지 않고 쌓여있는 눈”이라는 설명은 보다 지리학적인 개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영구적으로 지표를 피복하고 있는 특징적인 상태는 지리학적인 관심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백과사전에서 정의하는, “눈과 빙하빙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고화된 싸락눈”(이상 daum사전 참조)이라는 설명은, 보다 지질학적 개념에 가깝습니다. 광물의 상태 변화에 보다 더 관심을 가진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부연하자면 얼음도 광물입니다. 수산화기(-OH)를 가지고 있으므로 엄연한 수산화 광물의 일종입니다.
위키피디아에서 만년설을 찾아보니 한국어에는 없고, 일본어인 万年雪이 있는데, 그 인터위키에는 firn이 걸려있습니다. 그 설명에 다르면 firn은 얼음 결정의 형태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지질학적인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얼음은 광물이므로 결정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가장 흔한 형태의 얼음은 육방정계를 이루는데, 눈이라는 형태의 얼음은 공중에서 아무런 공간적이 방해작용 없이 형성되기 때문에 이런 육방정계 구조를 잘 가직하고 있습니다. 예술적인 눈 사진들을 찿아보면, 다들 육각형이 기본적인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눈이 쌓이면, 먼저 쌓였던 눈들은 압축됩니다. 그 동안 눈송이들의 모양에도 변화가 일어나는데, 눈송이들이 조금씩 녹으면서 눈송이들 사이의, 공기로 차 있는 공간이, 축소됩니다. 그 결과 눈덩이의 밀도는 높아집니다. 압력이 높아지면, 낮은 온도에서도 얼음이 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재결정작용이 일어나는 것인데, 녹았다 얼었다 하는 작용이 반복되면서, 특히 기온이 높은 여름에 활발하게 이런 작용이 일어납니다. 여름이 끝나면, 지난해 겨울에 쌓였던 눈송이들은 재결정작용을 통해 만년설로 그 모양을 바꾸고 있는 것이죠. 8미터 정도 쌓인 눈은 만년설로 모습을 바꾼 후 1미터 정도가 되며 그 때의 밀도는 0.4에서 0.8 g/cm^3이 됩니다.
거시적으로는 눈덩어리가 매우 딱딱해져서 삽도 잘 들어가지지 않습니다.
다음 단계의 변성작용은 만년설이 빙하빙이 되는 과정인데 이 과정은 거의 압력에 의해서 진행됩니다. 만년설은 투수성인 반면 빙하빙은 물이 통과하지 않습니다. 결정의 크기도 무척 커지고, 결정 사이의 공기도 빠져나가면서 밀도는 얼음의 밀도가 됩니다. 이제는 사면에서 눈사태 같은 것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덩어리 전체가 중력의 방향으로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그것이 빙하입니다.
그렇다고 백과사전의 정의와 국어사전의 정의가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닌 것이, 쌓인 눈이 어쨌든 지질학적 개념의 만년설이 되기 위해서는 1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데, 1년 살아 남은 눈이 몇 년이든 못 살아남겠습니까. 승화가 없다면 말이죠. 따라서 1년 내 만년설이라는 광물로 덮여 있는 곳은, 즉, 지리학적 개념으로도, 만년설로 덮여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만년설이 쌓일 수 있는 가장 낮은 고도를 설선(雪線)이라고 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