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물상시간에 배웠던 대륙지각과 해양지각의 구분은 나에게는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주제였다. 지대가 낮아 물이 고인 곳은 해양이고, 그렇지 않은 곳이 대륙인데 그 바
닥을 구별한다고? 그럴 이유가 없는데? 이해되지 않는 설명이었다.

지금은 그 이유를 안다. 바다는 우연히 낮은 곳에 물이 고인 것이 아니라, 지각이 더 무겁기
때문에 지각평형설에 따라 필연적으로 표고가 낮아지는 곳이라는 것을. 그리고 조금 더 안다
. 원래부터 대륙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바다가 처음 생긴 지구에는, 육지는 있었는
지 몰라도, 적어도 대륙은 없었다. 대륙을 이루는 암석은 원래 지구에는 없었다가,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별 작용에는 물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
이다.

원시지구에 대륙은 없어도 판구조 활동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해양판끼리 충돌해도
생길 수 있는 호상열도가 산재했을 수 있다. 호상열도를 구성하는 암석은 해양지각에 비해서
도 보다 더 가벼운데, 물을 포함한 해양지각은 낮은 온도에서 녹으며, 그런 마그마는 금속을
덜 포함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작용은 표면에서 일어나는 분별작용이다. 금속을 포함하는 광물은 대체로 더 빨리
풍화된다. 따라서 수면 위에 노출된 곳에서는 금속이 선별적으로 녹아 바다로 빠져나가고,
석영과 장석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남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벼운 암석들은 맨틀 안으로 잘 돌아가지 못한다. 가볍기 때문이다. 그 결
과 이들은 표면에 축적되고, 움직이는 판에 실려 돌아다니다가 뭉쳐지고 흩어지기를 반복하
면서 대륙을 형성한다.

따라서 대륙에서 오래된 부분과 새로운 부분을 구별할 수 있으며, 이상적인 경우라면, 나이
테처럼 대륙의 중앙은 오래되고, 바깥으로 갈수록 새로운 암석으로 이루어져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것이 오래되고 안정한 대지인 순상지를 대륙 성장의 핵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실재 북아메리카 대륙은 그러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캐나다 순상지는 매우 오래되었지만,
애팔래치아는 고생대 습곡산맥, 미시시피 계곡은 중생대 퇴적암, 로키산맥은 신생대 습곡산
맥이다. 완전히 대칭적이지는 않지만 주변부가 중심보다 젊은 암석으로 되어있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위키에서 퍼온 짤방에서 그러한 경향을 잘 볼 수 있다. 유라시아 대륙은 좀 더 복
잡해서 앙가라 순상지와 발틱 순상지, 두 핵을 볼 수 있고 그 사이에 오래된 우랄 산맥이 있
다. 그 두 핵을 남쪽으로 긴 습곡산맥이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중생대에 곤드와나 대륙을 이루던 대륙들(남미, 인도, 아프리카, 남극, 호주)
은 그 이후 퍼져나가기만 하고, 대륙 연변에 습곡산맥을 만드는 경우가 드물다. 안데스 산맥
과 아틀라스 산맥이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예외일 듯 하다. 반면 로라시아 대륙을 이루던 대
륙(북아메리카, 유라시아)들은 활발하고 복잡한 지구조활동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그러한 지구조적 차이가, 농업이 시작될 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조건에 기여했을 수 있다.
현재에 비하여 생산력이 극히 낮았을 원시농업이, 수렵, 체집, 어로, 유목에 비하여 유인동
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비옥한 토지와 안정적인 기후가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생산력 있는 농
업을 지탱할 수 있는 비옥한 토지는 습곡산맥에서 흘러내린 강이 퇴적시킨 풍부한 퇴적물이
다. 또한 습곡산맥이 바람을 교란하여 비를 부르기도 한다. 오래된 안정한 지괴에서는 이런
조건이 형성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