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투맨의 계절 가을이 왔다. 가을이 아니었지만 맨투맨을 입었던 네가 생각난다. 길을 걷다 보며 마주치는 수많은 회색 맨투맨을 입은 사람들, 그중에 네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그저 헛된 희망일까?

그날도 나는 무심코 거리를 걷고 있었다. 회색 하늘, 차가운 공기, 그리고 사람들 속에서 눈길을 주지 않으려 애쓰는 내 마음이 더욱 외로워졌다. 거리에는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어딘가 같은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들이 입은 회색 맨투맨은 다 똑같았다. 하지만 나는 자꾸만 그 무리 속에서 너를 찾아 헤맸다. 어쩌면, 아니 분명, 이리도 회색의 옷을 입은 사람 중에 네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 순간, 반대편에서 한 사람이 다가왔다. 리복의 로고가 선명한 회색 맨투맨. 나는 순간 숨을 멈추고 그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익숙한 실루엣, 너일까? 아니면 그저 또 다른 회색의 인물일까?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거리를 걷는 이유가 그저 너를 그리워하는 것임을, 그렇게라도 너와 마주하고 싶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얼굴은 네가 아니었다. 낯선 사람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내심 실망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 그렇게 불쑥 나타나면 어쩌지? 네가 여전히 그 회색 속에 묻혀 있다면, 나는 여전히 과거에 머무른 채 살아가는 건 아닐까?

그렇게 걷던 중, 작은 카페 창가에 앉아있는 또 다른 회색 맨투맨을 본 순간,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이번에는 너일까? 마주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도, 혹은 마주칠까 봐 두려워서도 아닌, 그저 그 자리에 멈춘 채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그 사람. 나와 같은 가을, 같은 공기를 느끼고 있을까?

다시 한 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면서 생각했다. 아마 네가 회색 리복 맨투맨을 입고 이 거리에 나타난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를 모른 척 지나칠지도 모른다고. 그게 어쩌면 우리가 선택한 거리일지도. 그러나 나는 그날 이후로도 계속해서 회색 맨투맨 속에서 너를 찾고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