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존나 양심에 찔리는게 뭐냐면 이 모든 일을 겪고도 결국 나 개인으로서는 이번에 얻어간게 너무나 크다는 거임




일단 내 이야기부터 하자면 난 인소야부터 메벤까지, 그 문제의 사이트들을 거진 10여년간 있었던 놈임. 하는 꼬라지가 ㄹㅇ 메벤남 그 자체였어 진짜 시발 존나게 싸워댔지. 거기서 길게 절여져서 그렇게 됐다고 꼬리 자르기도 못하는게,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거기서 맨 처음 공략글 올렸을 때도 바로 풀악셀 밟고 댓글로 싸웠던게 기억나더라. 물론 거기 분위기에 휩쓸려서 원래보다 더 나빠진 것도 있긴한데 이것도 리미제라블로 고대로 반박되겠지 "결국 선택한 건 전부 너잖아"


그런데 너희들은 아무리 골머리 아플 상황이 와도 표현을 곱게 하자고 말하더라고. 한두번이 아니라 몇달간 계속해서 말이야. 보고 있으려니까 솔직히 많이 부끄러웠어. 누구는 아무 생각 없이 바로 들이박는 짓만 10년 넘게 해왔는데 여기 애들은 어떻게든 나쁜 말 안하려고 노력하잖아? 심지어 그 디씨에서?


그래서 나도 너희들 하는거 따라서 최대한 감정들 억누르고, 글을 최대한 절제해서 써보니까 "어 시발 이거 괜찮은 것 같다?" 하는 느낌 바로 들더라?ㅋㅋㅋㅋㅋ 내가 봐도 효과가 좋게 느껴지는거야. 아 애들이 왜 그렇게 둥글게 말하라고 했던건지 조금 알겠더라고. 그걸 이제 와서 깨닫는 것도 레전드라면 할 말 없긴한데ㅋㅋㅋㅋㅋ





잠깐 딴 이야기 하나 해보자면, 10월쯤이었나 언제 한번 갤떡밥이 "창팝의 독기" 관련으로 나왔던 적이 있었어. 대놓고 독기 표출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순화하고 재미있게 해야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일반인들 또한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 개인적으론 거기에 별로 동의하던 편이 아니었어.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냥 원체 싸워대던 새끼라서 그런가 그 이야기 자체가 이해가 가질 않았지


근데 정작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하더라. "뭐 쌀숭이니 리선족이니 비하 표현이 없는건 아닌데, 그래도 정상화다, 건강해진다 라고 둥글게 말하니까 부담이 덜하다. 상황을 아예 모르는데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라고. 이런 이야기들을 몇번 들으니까 나도 "아 그래요?" 하고 생각이 좀 바뀌었어. 당사자들이 그렇게 느낀다는데 내가 여기서 뭘 어쩔거야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 때도 결국 지금이랑 거의 같은 맥락 아니었나 싶어. 감정들을 절제하며 표현할수록 희한하게 글의 설득력이 확 오른다는 거





그래서 난 이번에 저 교훈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배우고 가는 것 같음. 비록 오늘 일 자체는 안 좋게 끝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이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할거라 생각해. 지난 10여년간 험한 말들 써오면서 살아왔으니 이젠 앞으로 10년간 고운말 쓰면서 살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