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씨 나 노래 만들어야 되는데 하필 이거에 꽂혀서 이러고 있다
워드에서 글 초안을 쓰다 보니까 양이 좀 많아지길래,
숏폼의 시대에 맞게끔 잘게 잘라서 연재해보기로 함
· FAXE 창팝 분석해보는 글 - 1절 편
· FAXE 창팝 분석해보는 글 - 2절 편
· FAXE 창팝 분석해보는 글 - 뇌절 편(끝)
이번 글에서는 우선 제목부터 뜯어먹어보도록 하자
제목은 FAXE, 한국어로 페이X라고 친절하게 적어줬는데,
저 X에 뭔가를 집어넣는 것이 거의 확실해보인다
이에 맞게 가능성이 있는 단어들을 나열해보자
FACE (페이스) 얼굴
FAKE (페이크) 거짓, 위조
FATE (페이트) 운명
FADE (페이드) 희미해지다
FAZE (페이즈) 당황스럽게 하다
노래의 배경화면으로 가면을 띄워놨기 때문에,
표면적인 의미로는 페이스(얼굴)와 페이크(거짓)에 가장 어울리겠으나,
가사 분석에 들어가면 더 자세히 다루게 되겠지만,
나머지 페이트, 페이드, 페이즈 모두 노래 내용과 어느 정도 어울린다는 점이 재미있다
우선 거짓 얼굴, 꾸며낸 얼굴로서의 '가면'이 이 노래 전체의 핵심 요소이므로,
이에 관한 사전 배경지식을 정리해보자
가면은 2가지 상징을 갖는데,
하나는 인격을 교체하는 것,
하나는 인격을 은폐하여 보호하는 것이다.
각각 나누어 얘기해보자
1. 인격 교체로서의 가면
모든 인간은 '짐승'으로서의 본성을 가진다.
즉, 인간은 근본적으로 폭력적이고 야만하다
그리고 이 위에 가면을 씀으로써 인간은 자신의 본성을 감추고,
'사회화된 인격'을 연기하게 된다
위에 첨부한 사진은 <폴아웃 뉴 베가스>에 등장하는 '하얀 장갑 공동체'의 조직원 모습으로,
이 공동체는 한때 악명높은 식인종이었으나,
뉴 베가스(라스베가스)가 문명화되면서 식인 풍습을 버리고
시내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즉, 이를 뒤집어 말하면,
가면 안에는 짐승으로서의 본성이 여전히 감추어져 숨어있다는 의미이며,
하얀 장갑 공동체에게 굳이 '가면'을 씌운 것은,
그들의 맨 얼굴(본성)을 감춤으로써 거꾸로 맨 얼굴(본성)을 강조하는 장치가 된다
이렇게 내면을 '감춤'으로써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을 잠시 기억해두자.
다다음편쯤에 다시 나올 거임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 person, 인격과 성격을 뜻하는 영어 단어 personality는
라틴어 페르소나(persona), 희랍어 프로소폰(prosopon)에서 왔다
어차피 모든 어근은 인도유럽조어에서 왔을 테니,
대충 가장 알기 쉬운 라틴어 단어 페르소나를 선택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라틴어 persona는 per와 sonare로 나누어서, "~을 통하여 소리가 울림" 정도의 의미이다
즉, persona는 소리를 울리는 장치, 확성기를 말한다
음향장치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에는
화자(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크게 키우기 위해 둥글게 말린 고깔 같은 확성기를 활용했는데,
광장에서 연설하는 정도면 가능할지언정,
연극 무대에서 온몸으로 연기를 하는 상황에서 손에 고깔을 들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아예 확성기가 입에 달린 가면을 얼굴에 썼으며,
이렇게 쓰이던 연극 용어가 법정 용어로 옮겨가면서 법정에서의 발언자 등을 나타내고,
결과적으로는 (법적인) 인격체를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길게 얘기했지만, 아무튼 페르소나는 인격이다
그것도, 가면처럼 본성 위에 덮어씌어 사람의 말(=사회적 상호작용)을 크게 키우는, 도구적인 인격이다
이러한 페르소나는 상황에 맞게 갈아끼울 수 있다
목사와 함께 있을 때의 티니핑 페르소나가,
쌀숭이와 조우했을 때 급격히 해충박멸업자 페르소나로 갈아끼우는 것에서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이처럼, 가면은 기본적으로 내면의 호전성을 감추는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또는 비유되곤 한다
2. 인격을 은폐하여 보호하는 가면
가면의 또 다른 활용방법은, 오히려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춤으로써,
타인에게 드러나는 인간성을 봉인하고 비인간적인 위압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얼굴은 인격을 외부로 드러내는 창이자, 감각기관 및 신경계가 잔뜩 몰린 급소인데,
이것을 감춤으로써 자기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거리낌없이 호전성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얼굴을 완전히 감싸고 특징적인 호흡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서,
비인간적인 섬뜩함을 강조하는 다스 베이더가 가장 전형적인 사례이며,
은행강도가 복면을 쓰는 것이나,
중세 일본의 장수가 면갑(가면 형태의 얼굴 보호 갑옷)을 쓰고 전쟁터에서 활약하는 것도 이러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가면은 이처럼 호전성을 감출 수도 있고, 호전성을 드러낼 수도 있는 양가적인 요소이며,
따라서 '가면 무도회'라는 단어는,
자신의 폭력성과 적개심을 최대한 숨긴 채로 제식이나 밀어주는 티니핑 광대 리선족에게도,
반대로 로슝좍을 가장하여 리북공정이나 던북공정 등의 불판을 피우는 쌀숭이 분탕에게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된다
또한 가면은 인격을 은폐하여 보호하거나 인격을 교체할 수 있기에
그 자체로 주술적인 의미까지 갖게 된다.
가면 자체가 스스로 독립적인 주체가 되어, 가면을 쓴 자를 자기 뜻대로 조종하는 클리셰는,
원시 종교의 샤머니즘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오랜 문화 요소이기도 하다
가면을 지나치게 오래 쓰고 있다면, 자기 자신의 자아가 가면의 자아로 통합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인격의 분열과 흡수, 통합, 조율에 관한 내용은 가사 분석에서 더 자세히 다뤄볼 기회가 있을 것이니,
이 정도까지만 하고 넘어가겠다
나머지 단어들, 페이트(fate), 페이드(fade), 페이즈(faze)에 관해서는 깊이 있게 논할 내용은 없으나,
페이트에 관해서만 간략하게 언급하고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페이트라고 하면 절대 그냥 넘어가질 못하는 달쌤들을 위해 바치는 공물 한 장
페이트(fate)는 '초월적 운명'으로서, 대체로 부정적인 어감을 갖는다
이는 페이트가 인간 개개인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한 채, 전혀 뜻밖에 느닷없이 주어지는 사건에 해당하므로,
이를 받아들이는 인간에게 무력감을 주기 때문이다
대충 태초가 뜨는지 안 뜨는지, 가챠 천장을 치는지 안치는지에 관해 무력감을 느끼는 거라고 생각해보자
인간 존재에게 동정적인 절대자가 사전에 정해놓은,
'신의 섭리'로서의 프로비던스(providence)와는 어감상 많이 다르다
우선 여기까지가 FAXE 분석의 서론에 해당한다
본격적인 가사 분석 시작은 아마 월요일 중으로...? 사실 마음만 먹으면 하루만에 다 쓸 수 있기는 함
글을 읽으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 궁금한 부분, 기타 첨삭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필히 댓글로 남겨주기를 바란다
글 쓰는 사람은 독자가 어느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를 스스로 캐치해내기가 어렵다
님들의 피드백 없으면 저 죽어요
꼭 이 요
후속편이 궁금해지내요 잘봤습니다 중간에 이상한 예시가 있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모두 다 6.9초 간의 마라톤 회의를 거쳐 객관적이고 정교하게 선정한 예시입니다. 감사합니다
무슨 제목으로 고봉밥을 미쳤냐고ㅋㅋㅋ 메인 고기 반찬도 기대하겟음. 물론 작품 해석하는데에 있어서 곡 제목은 진짜 중요하긴함 (연관 없게 만들면 제작자 상어밥 만드는거고)
그런 의미에서, 창팝 중 '해석의 직관성이라는 관점'으로 보았을 때 가장 좋은 제목은 <꿀잠충 따따잇>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