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보니까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쌉뇌절이라서 빨리 마무리 짓고자 함






어차피 얼마 남지도 않았으니 후딱 끝내자


















포스트코러스






혹시 내가


그들의 일부라면?


혹시 내가


그들과 다를 게 없다면?


무언가 깨져버린 듯한


머릿속의 메아리뿐








자아의 상실이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메아리’는 청각 영역에서의 ‘그림자’와 거의 완전히 같은 장치라고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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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또는 본질’을 흉내 내어 일견 그럴싸해 보일지언정,





실제로는 스스로 주체적, 창조적인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며, 







그러한 메아리가 온전하지도 아니고 ‘무언가 깨져버린 듯’하다고 표현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어딘가 많이 망가진 것 같다는 자기 고백까지 겸하고 있다












아웃트로






손을 뻗어 닿으려 해도


차가운 공기만 흐를 뿐


나는, 나는 살아있는 걸까?







마지막 마무리가 상당히 의미심장한데,




‘손을 뻗어 닿으려’ 한 대상이 무엇인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차가움’과 연결한다면 괴물의 손으로 상상하여,




마지막까지 괴물과의 교감을 시도하고 있으나, '그림자'를 만질 수는 없으니 끝내 좌절한다는 결말로 상상해볼 수도 있고,





후렴에서 반복되는 것처럼 ‘거울 속 비친 나’에게 손을 뻗어보려 했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닿으려 한 대상이 무엇이든 큰 의미는 없다







대상을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외로 그 대상이 중요하지 않으며,




‘닿으려 했다’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기를 바라는 것이 제작자의 의도일 수 있기 때문







즉, 무엇을 만지려 했든 간에, 그것이 차가움이라는 감각만 전달해주는, 공기만이 흐르는 빈 공간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며,




이로 인해 화자의 좌절감과 상실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정리







이 노래는 ‘그들’로 상정되는 ‘괴물’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하지만,




반복되는 후렴도 그렇고, 가장 마지막 가사도 결국 ‘나는 살아있는 걸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그들’을 관찰하고 묘사하여 '그들'이 어떤 존재라고 정의하는 것이 이 노래의 주제가 아니고,





그들과 함께 있음으로써 화자의 자아 정체성이 오염되는 데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가 더 핵심적인 주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창팝들이 어떠한 사실 또는 내면의 감정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과 비교하여,




전혀 다른 층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한다는 측면에서 FAXE가 가지는 중요성이 대두된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처음 감상하는 사람들은, 인간적이지 않은 모습과 행동으로 묘사되는 ‘괴물’에 대한 이미지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그로 인해 수반되는 '화자'의 변화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고찰을 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 핵심 이슈가 되는데, 







직관적인 메시지 전달의 측면에서 보았을 땐 상당한 단점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와는 별개로, 주제의식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오히려 더 높이 평가한다








즉, 청자가 괴물 묘사와 분위기에 매몰되면서 화자의 상태 변화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임으로 인해,




오히려 화자의 자아 정체성이 모호해지는(FADE) 과정을 놓치기 쉬우며,




화자에게 공감하거나 화자를 동정하기 어려운 환경을 대단히 자연스럽게 조성하고 있다







이로써 화자와 ‘괴물’ 간의 거리가 시시각각 가까워지는 와중에도,




청자는 화자와의 거리감을 마지막까지 좁히지 못한 채 노래의 끝을 맞이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쉽게 말해서, 노래의 화자는 ‘노래를 듣는 사람들’로부터마저 버림받고 소외당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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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장르예술의 근간은, '공포'라는 상황과 환경 속에 등장인물들을 밀어넣어 인간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인데, 





많은 상업예술은 (카타르시스 이론에 의거해서) 친절하게 "이 사람에게 공감하세요"라고 찝어주지만, 







FAXE는 인디예술답게, 화자를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현실 세계와 철저히 유리 및 단절시킴으로 인해서,





‘그로테스크’로 대변되는 예술 사조를 매우 전형적으로 보주고 있다








이로써 관객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소격효과를 경험하고,




화자에게 전혀 몰입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화자를 가상의 괴물 세계에 내버려두고 빠져나와 버림으로 인해,




화자의 입장에서는 최후의 비극이 완성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가사 마지막 문단의 “손을 뻗어 닿으려 해도”의 대상이,





괴물 세계가 아닌 이쪽 세계, 당신이 존재하는 바로 이 현실 세계라고 상상해 본다면,






화자가 느끼고 있을, 마치 저그에게 고립되어 구조받지 못한 케리건과도 같은, 깊은 절망감과 두려움을 어느 정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러브크래프트식 코즈믹 호러 장르의 기본 뼈대를 잘 가져다 활용했음에도, 





'미지에 대한 공포'보다는 '그러한 공포에 무너지는 등장인물들에 관한 몰입'에 지나치게 매몰된 나머지




결국 코즈믹 호러의 가장 깊은 핵심을 빗맞춰버리는 상당수의 매체들과 비교해보더라도 절대로 부족함이 없는, 







상당히 교과서적인 코스미시즘 노래라고 평가한다












한 줄 총평






감춰야 할 것은 드러냄으로써 감추고, 드러내야 할 것은 감춤으로써 드러낸, 탁월한 균형감각의 가면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