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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웅...부우웅..빵빵~부웅..


도로위를 지나가는 다른 색을 띄는 자동차들

서로 각자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쓩 지나가는 차들은 진한 붓질과 같고

정차하는 차들은 붓 끝으로 콕 찍은 점과도 같으며

라이트는 아직 칠해지지 않은 여백과 같아보인다.









한 남자가 늦은 새벽, 한강다리 주변에서 택시를 잡고있다.

주황색 패딩에 보라색 바지를 입은 차림새는 택시기사가
절대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지 못할 눈에 띄는 색깔이다.


그러나 시간이 시간인지라 그는 1시간 하고도 9분동안
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남자가 차디 찬 새벽공기에 지쳐갈 무렵
저 멀리서 붉은 색깔의 차 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차도 추웠는지 정수리에 네모난 모자를 하나 걸치고 있으니,

그것은 분명한 택시의 특징이었다.


남자가 허공에 손짓하니 곧 붉은 색의 택시가 그의 앞에
정확히 정차했다.



덜커덕.


"어디로 모실까요?"


"...."


"손님? 어디로.."


"...데나..."


"예?"


"아무데나 갑시다.."


"아무데나...알겠습니다."




부르릉~


그렇게 붉은 택시는 남자를 태우고 차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후우...하아아..."


남자의 끊기지 않는 한숨소리가 점점 택시 안을 가득 메운다.


당연히 택시 안에 있는 사람은 남자 뿐이 아니니,
택시기사가 미러를 통해 남자를 흘깃흘깃 본다.


택시기사가 미러를 통해 본 남자의 안색은

추위에 떨어 좋지 못한 것 또한 있었으나 히터가 원활히 켜져
내부를 순환하기에 단지 추위때문에 짙은 안색은 아니었다.


"그...무슨 일 있어요?"


"...네 수능을 망쳐서 대학을..."


택시기사의 물음에 남자는 창 밖을 보며 대답한다.

입김때문에 곧 창문에 뽀얀 김이 서린다.

뽀얀 김에 남자의 눈물이 흐르니 표면에 눈 덮인 숲이 보인다.


"...꼭 이 주변에서 탑승하시는 손님들을 모시면 종종 있어요
손님과 같이 옳지 못한 생각을 했었던 사람들."


"그런데, 그거 알아요? 꼭 나중에 한 번은 그 사람들을 손님으
로 다시 모실 때가 있어요"


"그러면 눈물 뚝뚝 흘리면서 말해요 얼마나 꺼이꺼이 우는지
악악 소리를 지르면서 고맙다고..너무 고맙다고..."


"얼굴보면 전부 다 하나같이 마음속에 곪아 썩고있었던
상처들을 말끔히 이겨낸 얼굴들이에요"


"제가 왜 이 얘기를 꺼내는지 이유를 알겠어요?"


"...제가 자살을 하려던 사람으로 보이셨나 보네요"


"삶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시지 않아주셨음 좋겠어요"


"멋지고 낭만적인 일이 얼마나 많나요? 당장 창 밖만 보셔도

멋과 낭만이 가득한데..."


초점 없이 창 밖을 바라보던 남자가 창 밖 풍경에 초점을
바로 잡자 보이는건


새카만 새벽의 어둠 속에

달빛에 살짝 비치는 한강의 사이사이에 알알히 빛나는 별들

수려한 조명으로 한 껏 꾸며진 한강다리

저 멀리 거리에선 깜빡깜빡 점멸하는 누런 빛의 가로등

그리고 창문에 비춰진 눈물을 흘리는 남자의 얼굴이었다.


"저는...잘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 한 평생 삶을 바른 길로 살아온 것 같은데...!!"

"왜 제가 이런..이..대체..!"


"꼭 남들이 지시하는 길이 바른 길은 아니에요"


"나 자신이 원하는 길, 그 길이 바로 바른 길이 아닐까요?"


"남들이 잘못된 길이라고 손가락질 하여도 나 자신이 원하는길이라면 그 길은 잘못된 길이 아니라 올바른 길이에요"


남자는 아마 그 누가 지켜본다 하더라도 오열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그 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가속 페달을
밟아 운전할 뿐이었다.












"...기사님 감사했습니다. 거여동으로 가주세요"


"거여동..알겠습니다."


택시기사는 네비에 거여동을 치고 다시 출발했다.


-약 300미터 앞 우회전입니다.

택시기사는 직진을 했다.

-약 500미터 앞 직진입니다.

택시기사는 좌회전을 했다.

-어린이 보호 구역입니다.

택시기사는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기사님, 이젠 아무데나 가는게 아니라 거여동에 가주세요"


"...."



-약 250미터 유턴입니다.

택시기사는 우회전을 했다.


"기사님? 위로가 됐으니 이젠 거여동으로 가주시라니까요?"


택시기사가 못들었을까봐 남자는 다시 말했으나 이번에도
택시기사의 반응은 묵묵부답이었다.


"아니 기사님 이제 괜찮으니까 거여..."


"이거 놔!!!"


"...?!"


남자가 택시기사의 어깨를 잡자 택시기사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지르고 남자의 손을 뿌리쳤다.


"자네는 한 평생 바른 길로 살아왔다고 했었지?"


"이 만큼 바른 길로 살아왔다면 한 번 쯤은 잘못된 길

걸어보는것도 해봐야하지 않겠는가!!"


"그..그렇지만.."


"그래서, 싫은가?"


"...그건 아닙니다!!"


"결정났군"




부우우우    ...     아아아아아앙!!!!!


-약 1.5키로미터 앞 포항 톨게이트 입니다.


콰광쾅꽝! 으그드드드득!!!!


택시기사는 속도를 높이더니 차도를 호랑이처럼 질주하여
포항의 톨게이트를 하이패스했다.


그리고 이제는 도로가 아닌 산과 바다를 주행하기 시작했다.


"기..기사님! 여기는 차도가 아니잖아요!"


"아니 차도가 맞다."


"도..도로 이름이 대체 뭡니까 그럼?!"


"오도(誤導)"


말과 동시에 택시기사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그 속도는 실수로 물감을 엎지른 것과 같았다.


"크으...크응윽...끄으으으!!"


남자는 뒷좌석 천장의 손잡이를 잡아도 속도를 이기지 못해
몸이 붕 뜨니 마치 하늘다람쥐가 된 모습이었다.


끼이익-


얼마나 달렸을지 체감도 못할 질주가 끝나고 택시가 멈췄다.


"끄으윽...기사님...여기가 어디죠?"


"아무데나 데려가달라는 나의 해답은 바로 여기다."


[해병대]


"아무데나 가자고 한걸..해병대로.."


"아마 너도 여기에 들어갔다 다시 나를 만나는 날이 온다면
아마 앞의 손님들과 구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러 올 거다."


"아니요, 저는 지금도 기사님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네요"


"하하하 새끼..."


툭-


택시기사가 스위치를 건들자


해병대의 입구 앞에까지 라이트의 빛줄기가 이어지더니


마치, 유명인이 차에서 등장할 때 사용되는 레드카펫과
매우 흡사했다.


"기사님 요금 내겠습니다."

"요금은 안에있는 우리 아들에게 안부나 전하는걸로 퉁치세"

"아드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모칠이, 무 모 칠"

"알겠습니다."


덜커덕.


남자가 택시에서 내려 라이트의 빛을 밟으며 안으로 향한다.

그리고 새하얀 도화지의 여백에 찍히는 붉은 색깔의 점들

그의 발자국이 왜 붉은 색이냐고?


보라색과 주황색은 붉은색에 섞으면 색깔이 변하는것이 아닌

더욱 더 진한 붉은색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