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같이 해병문학이 흥하기 전에 있던 일인데, 2020년 말쯤에 코로나 퍼져서 헬스장 문닫네 뭐네 하던 때임.
맨날 앉아서 일하다 보니까 몸이 축나는거 같아서 인근 헬스장에 등록을 했거든. 직장이 가산 디지털 단지 쪽이라 직장인들 상대로 늦게까지 영업하는 헬스장이 많더라고.
근데 언제 운동 가까운거 해본적도 없는데 어디서 또 주워들은게 프리웨이트존 있는데가 레알이라고 해서 그런데를 찾음. 근데 ㅋㅋㅋ 프리웨이트 존은 근돼 성님들이 잡고 있다는걸 누가 알려줬어야지. 겨드랑이 못 붙이는 성님들한테 쫄아서 구석에 찌그러져서 덤벨로 컬만 깔짝대다가 집에 오기만 반복했음.

여튼, 거기 코치가 지금 보면 참으로 오도해병이었음.
우선 각개빤쓰.. 난 맨날 빨간 트렁크 같은거 입고 있길래 뭔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해병대 마크가 박혀있더라고. 거기에 웃통은 맨날 왜 벗고 다니는지. 각개빤쓰라는 이름도 요새 해갤 보고 뭔지 깨달았음.
그나마 사람들이 그거보고 뭐라고 않던게, 몸뚱아리는 진짜 사람새끼가 아닌듯함. 해병 팬아트가 상상이 아님. 각개빤쓰만 입은 근육덩어리가 프론트 스쿼트 200킬로를 조지는걸 보면 누구든 겸손해지는건 당연하겠지.
그래놓고 회원들이 뭐 좀 잘한다 싶으면 칭찬을 하는게 ㅋㅋㅋ 이정도면 해병대 와도 되겠다고 ㅋㅋ 자기는 해병 입영 담당이라고 ㅋㅋ 군필자들만 있는 가산디털단지에서 ㅋㅋㅋ

그냥 와꾸만 오도해병이냐.. 하면 그건 아니고, 무식해서 그런지 사회생활에 대한 이해가 없음.
하루는 자기는 헬스장이 너무 좋대. 왜 그러냐니까 창립 멤버라서 기수가 제일 위라는거야. 그러니까 고객이 지보다 아랫기수라고. 이게 고객 돈받아 먹고사는 사람이 할말임?
아.. 그리고 회원 하나가 중간에 환불해달라고 할때는 숫자계산같은걸 자기를 시킨다고 케틀벨이고 덤벨이고 집어던져서 경찰도 왔었음. 근데 ㅋㅋㅋ 경찰보고 몇기냐고 하더니 필승 경례받고 그냥 돌아감.

저런 양반이 나한테 지랄만 않으면 구경하는건 존나 웃기니까 헬스장 자주 갔는데, 내가 늦게 퇴근해서 헬스장 가면 불끌때까지 있거든. 정리하는거 도와주고 하면서 좀 친해짐.
그러다가 한번은 끝나고 술이나 먹쟤. 운동하는 사람이 술먹어도 되냐니까 해병 선임이 하는 가게는 술먹는것도 명령이니까 괜찮다고 ㅋㅋㅋ
그럼 아무 가게나 갈 수 없으니까 코치님이 골라보십쇼 했더니 평소 가는데가 있나봐. 가게 문열고 가서는 필씅 경례를 붙이더니 자기는 수육만 먹는대. 수육 보쌈 이런게 싸지도 않잖아. 근데 뭐 운동 하는 양반이니 고기만 먹나 하면서, 난 코치가 사주는줄 알고 그러십쇼 했지. 지금 보니 해병수육이네 ㅋㅋㅋ
앉아서 소주랑 수육이랑 한접시 내놓고 있으니까 ㅋㅋㅋㅋ 이 미치광이가 수육만 먹음. 술은 안드시냐니까 해병은 한번에 한놈씩 잡는다고 ㅋㅋㅋ 수육 다 비운 다음 술을 마심. 지금 보면 더 웃긴게 ㅋㅋ 나도 맞춰주느라 똑같이 수육부터 먹음.

그러고 나와서는 가산디지털단지 지하철역 입구에서 갑자기 싸가 일발 장전 이러더니 통통통통 ㅋㅋㅋㅋ 품질이 좋은 ㅋㅋㅋㅋ 시발 내가 쪽팔려서 집에 가려고 했더니 그 악력으로 내 팔을 꽉 잡더라. 팔 부러지는 줄 알았음.


그때였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면서, 나의 입도 함께 들썩거렸다.

나 하나의 몸간수도 못하는 내가
보따리 싸고 서울역에 내렸습니다
부모님 말씀도 안듣는 내가
포주의 부르심을 받았답니다

첫날 밤에 다홍치마 벗어던질 때
서러움에 눈물을 흘렸지만
예예예예
짜릿한 그 맛에 쾌감을 느껴
두고두고 평생 직업 삼으렵니다

통토로 통통통, 통토로 통통통, 통토로 통통통통통통

처음 듣는 海兵 싸가를 어떻게 따라하고, 나는 눈물 가득한 눈으로 무모칠 海兵님을 올려다 보았다.
그렇다. 海兵은 따로 태어나는게 아니다. 누구든 가슴 속의 海兵魂을 각성하면 海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을 포갰다. 저 강철같은 신체의 소유자의 입술이 저리도 보드라웠다니.
무 海兵님의 속에서 올라오는 알콜냄새, 그리고 그 이후의 개씹썅똥꾸릉내. 나는 이 海兵의 향취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악! 제게도 戰.... 戰友愛를 내려주실 수 있는지를 알고싶습니다!'
'아쎄이! 선임한테 요청하게 되어 있나! 戰友愛는 내리는게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지금 보면 찐빠 투성이인 중첩의문문임에도 불구하고도 무 海兵님께서는 거칠게 나의 옷을 찢어발기시더니 자신의 검붉은 포신을 세우셨다.
주위의 따듯한 시선 속에서 한참 동안 서로 戰友愛를 나눴을 쯤, 첫 海兵으로서의 경험으로 인한 눈물과 무 海兵님의 올챙이 크림으로 흐려진 내 시야에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붉은색 승합차가 들어왔다.

그리고 승합차 문을 열고 나오는 시꺼먼 덩치의 海兵.
'톤... 톤톤톤....'
사람의 말이 아닌듯 했지만, 나는 분명 이렇게 이해할 수 있었다. 海兵의 언어는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들렸기에.
'새끼.. 기합! 입대를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