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혹한기 훈련을 마치고 마지막 40키로 행군만이 남았을 때였다.
혹한기.. 그야말로 혹한지옥과도 같은 추위 속에서 먹고 자고 싸며 단 1분이라도 몸이 떨리지 않은 적이 없었던..
아무리 껴입어도 얼어붙은 바람은 막질 못했으며 귀도리, 마스크로 얼굴을 빈틈없이 덮어도 모든걸 도려내는 칼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고.
이거 자도 되는 건가, 이대로 잠들어 버리면 내일 진짜 얼어 붙어 죽어있는 게 아닌가 싶어 겁이 나 잠들지 못했던..
침낭에 핫팩과 몸뚱어리를 쑤셔 넣고 덜덜 떨며 체온 유지를 해도 모자랄 판에,
체감 추위가 100배는 강해진 듯한 새벽에 텐트 밖에 나와 꽁꽁 얼어 붙은 맨 땅에서 근무를 서며 차라리 죽어버릴까 생각도 했었던.
드디어 혹한기가 막바지에 이른 것이다.
지옥같은 혹한기가 드디어 끝났다니!
지금만큼은 '부대복귀'라는 말이 이렇게나 반가울 수 없었다.
얼른 복귀에서 뜨뜻한 물로 샤워 조지고 따뜻한 내무반에서 뜨끈한 컵라면 한사발 끓여 땀 뻘뻘 흘리며 후루룩 해야지!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혹한기 40키로 행군.
천국에 복귀해서 곧 누리게 될 혜택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숙영지를 철수하고 군장을 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헉..헉.. 씨발"
혹한기의 40키로 행군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발가락은 얼어 붙어 감각조차 없었고 군장의 어깨끈에서 전해지는 무게는 말 그대로 내 승모근을 박살내버렸으며
추위에 몇주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해 정신은 반병신이 되어 시야는 울렁울렁 거렸다.
점점 도중에 픽픽 쓰러지는 이탈자 몇몇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내 몸뚱어리도 슬슬 한계가 느껴져 휘청거렸으며 이제 그만 포기해야지.. 생각했던 그 찰나..
"그래! 포기하고 싶으면 포기해라!"
우리 중대의 에이스라고 불리우는 함봉례 해병님의 외침이 들려왔다.
"너희가 짊어진 군장의 무게, 부모가 짊어진 짐보다 가볍다! 이까짓 추위, 너희가 부모에게 대하는 태도보다 덜 차갑다!
너희들은 포기해도 좋다! 그럼에도 너희들을 포기하지 않을 부모님이 옆에 계시니 말이다! 어이! 거기 앞에 아쎄이 -!"
"악! 일병 김!용!두!"
"방금 휘!청! 거린 것인가! 너 때문에 니네 집안 휘!청! 거리는데 너라도 똑바로 서야하지 않겠는가!"
"악! 일병 김!용!두! 죄송합니다! 똑!바로 걷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걸!어라! 니따위 땡땡 얼어붙어도 좋다! 그대로 나자빠져 얼어붙은 몸뚱어리 와장창 깨져버려도 좋다! 그래도 걸어라! 인대가 끊어져도 걷고 저기 오는 차에 치여도 걷는다! 니새끼 주워 키우느라 전신이 갈기갈기 찢어진 니 부모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는가!"
함봉례 해병님의 주옷같은 말씀에 왠지 모를 뜨거움이 가슴속에서 용솓음쳤다.
심장은 두근대기 시작했고 뜨거운 혈기는 온몸 곧곧에 퍼져 얼어붙은 몸을 녹여가는 것만 같았다.
붉어진 눈두덩에선 가열된 체액이 칼바람에 다져진 빙판과도 같은 쌍판을 녹여갔고, 이내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도 벅찼던 두 다리는 어느새 힘차게 땅바닥을 박차나가기 시작했다.
"악! 일병 김용!두! 함봉례 해병님! 주~옷같은 말씀! 감!사!합니다!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금방이라도 방전될 것만 같았던 몸뚱어리가 급속충전이 되어 또다시 진격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평생을 짊어왔을 무게,
난 고작 40키로만 짊어지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그래, 포기하지 말자
걷자, 또 걷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하아... 하아악.."
철푸덕
"아~아악~! 씨~빨!"
"어이! 아쎄이! 괜찮나!"
급작스럽게 찾아온 어지러움에 그만 맨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몸에 얼마 남지도 않은 정신력을 쥐어 짜고, 또 쥐어 짯으니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말이다.
꽁꽁 얼어붙어 약해진 살갖은 쭈욱 찢어져버렸고 무릎 부분에 피가 흥건하게 맺혀 전투복 바지 위를 적셔갔다.
"아~악! 함봉례 해병님! 의무병 좀 불러주십쇼!"
"이런! 상처가 심각하군! 조금만 참아라 아쎼이! 일단 응급처치부터 시작하겠다!"
함봉례해병님은 즉시 내 전투복 바지를 벗겨 상처 부위를 드러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신의 전투복 바지 지퍼를 열어 찬란하게 하반신을 수놓는 길쭉한 밀키웨이를 꺼내시더니
압도적인 속도로 피스톤운동을 해댔다.
"함..함봉례 해병님! 이게 지금 무슨...!"
"하...하아앙.. 아무...말.. 말게 아쎼..흐악~!이..! 상처부..위를 소독해야 하.... 흐아아아앙~~~~~!... 하니.. 좀만 기다리도록.."
함봉례해병님의 응급처치술을 감탄하며 구경하던 주위 선임들도 하나둘 모여들더니 내 주위를 빙 둘러쌓았고
선임들 모두가 바지를 내리더니 모두가 한 마음으로 잠룡을 꺼내들어 신성한 의식을 행하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아아~앙!"
푸슛푸슛푸슛
이내 내 상처부위는 선임들의 잠재적인 인간의 가능성을 내재한 수천 수만억 마리의 생명으로 뒤덮혔다.
"하.. 아주 좋아. 상처부위 소독을 끝났네 아쎼이!"
"정..정말입니까!"
"그렇다. 남성의 생명액은 여성 몸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요도의 유해한 균을 죽이는 살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산성인 여성의 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산성을 중화시키는 물질도 포함되어 있지. 고로 나는 너의 상처부위에 생명액을 뿌림으로써 상처를 소독하여 응급처치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이다. 빨간약을 챙겨오지 않았을 때 이 하얀약을 발라주면! 효과 만점이란 말이다!"
"가..감사합니다 함봉례 해병님... 그리고 도우러 와주신 변재익, 류필호, 방준오, 여길홍 해병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고마워 할 필요 없다 아쎄이! 이곳에선 우리가 너의 부모다! 너가 도중에 포기했어도! 우리는 널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린 너의 부!모 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릴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계까지 끌어올린 아쎄이! 우린 너가 자랑스!럽다!"
"그래 아쎄이. 군대에선 우리가 너의 부모다. 부모는 무슨일이 있어도 자기 자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 부모의 사명이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고생 많았고, 너도 우릴 믿고 끝까지 포기 안해줘서 고맙다. 이만 엠뷸란스 타고 부대로 복귀하도록."
그렇게 난 선임들의 부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엠뷸런스에 호송되었다.
"죄송합니다 해병님들..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됐다. 고집피우지 말고 더 다치기 전에 푹 쉬어라."
"흑... 감사합니다 해병님들... 아니.. 내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부모님!"
서러웠다. 날 믿어준 해병님들과 함께 행군을 완주하고 싶었는데..
의무병은 내 상처부위를 보며 완벽한 응급처치에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고
엠뷸은 선임들을 뒤로한 채 도로를 거침없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쎄이 저녀석.. 부대 복귀하면 너무 낙심하지 말라고 냉동이나 사줘야겠구만."
"그니까.. 참! 근데 우리가 저녀석 부모라면.. 누가 엄마고 누가 아빠지?"
"그러네! 그걸 안정했구먼! 그럼 우리 역할을 한번 정해보지 않으련? 참고로 난 엄마를 선호한다네 ㅎ"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엠뷸 창 밖에 보이는 겨울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게 정말 방금까지만 해도 극도로 혐오했던 혹한의 겨울이 맞나 싶었다.
"따흐흑~~"
저 뒤에 선임들의 행렬에선 뭔지 모를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고통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쾌감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참으로 오묘한 소리였다.
그렇게 차가웠던 겨울의 밖.
따뜻한 엠뷸에서 바라보는, 눈으로 포옥 뒤덮힌 풍경은 그렇게 아늑해 보일 수 없었다.
"따흑... 따하~~따하아아아아아아앙~!~!"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겨울처럼,
또다시 오묘한 비명이 하늘을 뒤덮었다.
기합!
왜 강세를 지좆대로 넣노 ㅋㅋㅋㅋ
새끼...문학!
고전명작
근데 진짜로 상처에 올챙이 크림 발라도 되냐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