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40iEy0AAztw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브라보 브라보 아빠의 인생
-오기택 '아빠의 청춘' 가사 중 발췌-

나는 아빠가 없다. 정확히는 없어졌다.
그날이 지난후 1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을 잊지못한다.

오늘처럼 아빠의 기일이 가까워지는 날엔 간혹 아빠가 즐겨듣던
노래 가사가 꿈속에서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아빠는 집 앞 작은 상가건물 1층에서 cd와 음반기기를 판매하는
가게를 했다.

유치원이 마치면 항상 아빠 가게에서 엄마 퇴근시간까지 기다리곤 했는데 10평 남짓한 작은 가게를 빼곡히 채운

수많은 cd와 라디오, 카세트 테이프등은
나에겐 장난감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빠는 항상 가게 구석 소파에 앉아 아빠의 청춘이란
노래를 틀어놓고 잠에 들곤 했다.

내가 들어온지도 모르고 잠에 빠져있을 때
몰래 다가가 아빠의 코를 꼬집고는
놀래서 잠을 깨는 아빠를 보는게 내 하루 최고로 재미난 순간이었다.

그날은 내가 유치원 소풍이 끝나고 평소보다 늦게 온 날이었다.
상가 앞에 들어서자 평소와는 상가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을 느꼈다.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상가건물을 애워싸고는 무슨 좋은 구경거리라도 생긴듯했다.

내 키에 두배가 되는 어른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니 아빠의 가게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웅성이는 어른들의 대화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부자연스럽게 크게 굵은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자네가 그 유명한 시디인가! 아쎄이!"

그리고 곧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디는 제가 아니라 저 둥근 원판을 cd라고 부릅니다 손님"

"새끼... 기열! 내가 너를 오늘 오도기합 해병 시디로 만들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기에도 꽤 오래 걸릴법한 굉장한 거구의 사내가 아빠의 멱살을 쥐며 소리를 지르고있었다.

난 겁에 질려 그 괴한을 막아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리가 떨려 움직일 수 없었다.

"너 대현이 아니니?"
옆에서 지켜보던 한 중년 여성이 말을 걸었다.

우리 옆집 살던 후남이네 엄마였다.

아는 사람을 보니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아줌마 저 아저씨 왜저래요? 구해주면 안돼요?"

아줌마는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안됐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아쎄이!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괴한이 아빠를 들어올리자 그의 바짓속이 꾸물텅대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순간 아줌마는 나의 눈을 가렸고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빡깡!

나는 아줌마의 손에 안긴채 울다가 기절했고 정신을 차리니 이미
집에 도착한 후였다.

몇분후 엄마가 참혹한 표정을 지으며 집에 들어왔고
몇몇 사람들과 통화를 하더니 아빠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지우기 시작했다.

사진, 옷, 액자, 그리고 아빠가 즐겨듣던 cd까지
나는 울면서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아 땡겼다.

엄마는 입술을 꽉 깨물면서 내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넌 이제 아빠없어! 원래부터 없었던거야!"

그후로 10년이 지났고 난 고등학교생이 되었다.

나는 한부모가정 특혜를 받아 어렵지않게
특목고인 풍출남고로 진학하게 되었다.

아빠를 잃은게 7살이었고 지금은 17살이니
아빠와 함께한 시간보다 아빠 없이 지낸 세월이 더 컸기에
어느정도 아빠를 잊었다고 생각될 무렵.

그가 찾아왔다.

"(들)쎄이! 새끼 기열!! 그 복장은 무언가! 어서 다른 선임해병
께서 보시기 전에 각개빤스로 환복하도록! 선임이
보 는 앞에서 찐빠를 내게 되어있나! 다른 해병들이
고 생하여 만든 해병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싶 은 것이냐!
었 써 갈아입을 수 있도록! 기열찐빠스런 교복따위를 입다니
어 설픈 정신으로 오도스런 선임들을 본받을 수 있을까 싶더냐!
입 술을 팔각으로 만들어라 아쎄이! 당장 팔각전우애를 실시한다!
학 생의 본분은 전우애! 기열땅개스런 공부는 집어치우는거다!
축 축한 부랄이 탱탱해질때까지 즐기는거다!
하 악교에 갈 생각은 말아라!
해 병 정신을 배우는거다!"

부담스러울정도로 거대한 근육에 빨간 치마 한장 입은
이 요랄스런 여장남자는 입학식이 끝난 후 집으로 가고 있던
내 앞을 가로막곤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몇분간에 걸친 그의 이상한 소리가 끝나고 그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과도한 몸짓으로 정확한 직각을 유지하며 뒤돌아서곤 걸어나갔다.

그의 눈이 어렸을때 기억하는 아빠의 눈매와 사뭇 닮았다는 걸
깨달은건 몇분이 지나고 나서였다.

왜 그걸 이제서야 깨달았는지 후회도 해보았지만 이미 그의 뒷모습은 온데간데 찾을 수 없었다.

그냥 비슷한 사람이겠지. 아니겠지. 스스로 되뇌이며
집으로 돌아갔다.

분명 마음속으로는 아닐거라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집 대문 앞에서 한참을 울어댔다.

대문앞에 서니 퇴근하고 집에 올땐 항상 목마를 태워줬던 아빠의 어깨가 생각이 났다.

왜 잊고 있었을까.

아빠없이 지난 세월이 더 길다며 이제 아빠없이도 괜찮다며 생각했다.

왜 몰랐을까.

아빠와 함께 한 7년의 모든 순간이 내가 지나온 모든 장소에
모든 시간에 스며들어있었다.

그렇게 또 3년이 지났다.

내가 20살이 된 해 2월,
학교 강당에서 졸업식을 했고
학생회장이자 수석으로 명문대에 입학한 나는 졸업연설을
하고있었다.

"그동안 고생한 모든 분들께 특히 선생님들께 감사인사를 드리며 이상 졸업식을 마치도록..."

마지막 멘트만 남았을 때 강당 입구 창문으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야 뭐해"
옆에 선 부학생회장이 작게 나를 불렀다.

"아! 그리고 그동안 우리 곁을 지켜주신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졸업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졸업식이 마치고 나는 반으로 돌아와 서랍과 사물함을 비우기 시작했다.

빡깡!

방학기간동안 녹이 슨 듯한 사물함이 삐걱이며 열렸다.
사물함 안에는 cd가 들어있었다.


-해병의 청춘-
원더풀! 원더풀 해병의 청춘~
브라보! 브라보! 해병의 인생~
헤이빠빠리빠! 헤이빠빠리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