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그라드에서 보드카의 배급량은 원칙적으로는 하루 100g였다.
보드카를 꺼내면 모든 병사들이 입을 다물고 병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들이 한가운데에 있었던 지옥도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 배급량이 충분하다고 여겨진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병사들은 술(이라고 행복회로를 돌릴 수 있는 것)을 얻기 위해 온갖 정줄을 놔버린 짓을 서슴치 않았다.
의료용 알콜은 도무지 원래 용도되로 사용되는 일이 없었지만, 이 정도는 한참 애교였다.
산업용 알코올이나 부동액을 방독면의 활성탄 여과장치에 거른 뒤 마셔버렸던 것이다.
많은 병사들이 지난해에 패주를 거듭하는 와중에 방독면을 잃어버렸으므로,
방독면을 가지고 있는 운 좋은 놈들은 거래에서 늘 갑의 위치에 설 수 있었다.
대부분은 젊고 건강하며 이런 알코올을 많이 마시지 않았으므로
뚝배기가 박살나는 두통을 겪는 선에서 끝날 수 있었지만
끝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 손을 대는 놈들은 결국 시력을 잃었다.
(중략) 혁명기념일 다음날 밤, 제 248소총사단의 병사 28명이 행군 중에 칼마크 초원에서 급사하고 말았다.
장교들은 그들이 추위와 행군의 피로를 견디지 못했다고 둘러댔지만,
도저히 납득하지 못한 NKVD 특수부는 시체들에 대해 부검을 실시했다.
사인은 "가스해독제 과다복용" 으로 밝혀졌다.
병사들은 독가스 공격을 당했을 시 소량 복용하도록 되어 있는 용액을 술 대신 죄다 마셔버렸던 것이다.
이 독성의 액체에는 알코올이 들어 있었다.
생존자 중 한 명은 병원에서 받은 취조 중, 누군가가 그것을 "일종의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주장했다고 진술했다.
(중략) 천왕성 작전은 대성공으로 끝났고, 소련군들은 철로 교차지에서 물자로 가득한 많은 화차들을 노획했다.
나치놈들이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강도질해 온 물자들을 역으로 빼앗았다는 사실이 기쁨을 배로 더해 주었다.
그러나 알콜중독이라는 소련군의 고질병이 여기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한 중대의 중대장, 부중대장, 그리고 18명의 병사들이 노획한 독일군의 부동액을 다같이 나눠 마시고는
세 명은 죽고, 나머지 17명은 죄다 중태가 되어 야전병원으로 실려갔던 것이다.
- 앤터니 비버 저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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