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엄밀히 따지면 어제란 것도 불확실한 추측일 뿐이다. 그의 시신이 발견된 시각은 새벽 1시, 드림워킹을 하던 박철곤 해병이 황근출 해병의 꿈에 들어갈 수 없어서 벌어진 일이니.

아침이 되자 박철곤 해병은 해병성채내 모든 해병들을 모아 황근출이 죽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아쎄이들이 그 소식을 듣자마자 해병짜장과 맥주를 내뿜으며 머리가 터져 죽었고, 기합 해병들과 기열 황룡만이 간신히 그 소식을 담담히 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도 자신의 눈에서 흐르는, 투명하고 짭짤한 액체가 흐르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기쁨의 전우애를 느낄 때도, 비열한 참새 놈들을 만나 역돌격을 할 때밖에 흐르지 않은 그것이었지만, 이런 상황이 되자 해병들은 따흐앙 거리며 비애를 나눴다.

놀랍게도 황룡은 아무렇지도 않아했다. 평소처럼 좆게이 새끼 드디어 뒤졌네라 하지도, 다른 해병들처럼 울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박철곤에게 다가가 황근출이 어디 있는 지를 물었다.

"기열황룡! 어째샤 황근출 해병님에게 갈려는 거냐. 너같은 기열찐빠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황룡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야, 철곤아. 부탁이다. 네 선임으로서 부탁이다."

평소 때와는 너무나 다른 황룡의 모습에 놀란 박철곤 해병은 눈을 끔뻑이곤 어디에 있는 지 말해줬다. 다른 해병들이 괜찮냐고 물어보자 박철곤 해병은 이리 말했다.

"새끼... 기열! 동기를 만나러 가는 선임을 방해하는 건 찐빠다!"

황룡은 해병성채 지하 6974층 가쟁 깊숙한 곳에 누워있는 황근출 해병을 내래다봤다. 조명을 바로 보고 있음에도 그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는 반타블랙처럼 여전했다. 황룡은 그의 곁에 앉았다.

"하아.. 씨발. 너도 드디어 뒤지는구나. 아니 뒤질 수도 있구나. 존나 이 포항이랑 한국이랑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있을 줄 알았는데, 너도 뒤지는 구나."

"생각나냐? 너랑 나랑 알동기로 들어와서 좆빠지게 까인 거 말야. 선임부터 간부들까지 아주 씹새끼들이 없었는데. 악기바리라고 물도 없이 과자 존나게 먹이고 토하며 그것도 먹이고, 내 좆 만지고 불알 튕기고 지들 거 만지게 하고. 어디서 변압기 가져와서 우리 관자놀이에 대고 전원 올려서 존나 뒤지기 직전까지 가지고 놀고, 똥 묻은 휴지 먹이고."

"그러다가 네가 동기들이랑 후임들 모아서 그 새끼들 다 의가사 제대 시키거나 후임 만들었잖냐. 그 다음에 전우애인지 애미 똥게이 짓이나 하고 똥을 뭔 짜장이라고 쳐 먹고 정액을 올챙이크림이라며 무안단물처럼 쓰고. 공군들만 보면 참새라고 도망치고."

"솔직히 네가 그런 거 하면서 존나 병신같고 그랬는데, 네가 우리 아쎄이때 선임이랑 간부들이랑 단 한 가지가 달라서 그러려니 했다."

"최소한 너한텐 악의가 없었거든. 아니 시발 나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너랑 나랑 좆나 짬 당해서 대가리가 망가진 건지, 넌 진짜 그 새끼들처럼 악의는 없었어. 그게 더 씨발련인지는 모르겠다만.."

"너네를 만난 건 내 인생 최악의 경험이자, 최고의 경험일지도."

황룡은 일어나서 경례를 박았다. 그가 한 경례 중 가장 각이 들어간 경례였다.

"근데 너 어떻게 뒤졌냐? 아니 애초에 죽은 게 맞긴 하냐?"

황근출 해병은 아무 말도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마련이니.

"뭐, 됐다. 나중에 나도 따라갈테니 지옥에서 악마 새끼들이랑 '전우애'나 해라."

황룡은 문을 닫으며 속삭였다.

"잘 있어라, 근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