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은 수박밭에 숨은 똘빡의 머리를 보고, '올해는 풍년이구나' , 조용히 막걸리를 따랐다






대갈똘빡은 아주 신이 난 채 긴빠이 해온 초록색과 검은색 페인트 통을 들고 달렸다. 부대 내 브레인으로 소문 난 결과 여지껏 모든 육체 노동에서 열외된 자신의 처지가 서글픈 나머지 소똥같은 눈물로 지새운 밤이 그 며칠이더냐!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자그마치 69년만에 선임들이 심부름을 시켜주었다. 오도짜세 해병이라면 기쁘게 받아야 하는 것. 팔다리는 빼짝 마르고 배는 뽈록 나와서 해병 거미가 된 체형으로 열심히 달린다!



"이병 대갈똘빡! 지금 돌아왔습니다!"



"고생했다, 똘빡. 여기 와서 앉아라."



이렇게 말하는 선임들은 고무줄 봉지를 뜯어 바닥에 늘어놓고 있었다. 주변엔 이미 한 번 터진 수박이 붉은색 과즙을 널리 퍼뜨려 달달한 냄새가 훅 끼친다. 아, 이 얼마나 기합스러운 여흥이란 말인가!



"톤"



톤톤정 해병이 초록색 페인트 통을 낚아채 그대로 똘빡의 머리에 부어버렸다. 그리고 검은색 페인트로 줄을 긋기 시작했다.



'아, 선임분들께서 나에게 이토록 관심을 가져주시다니, 이 얼마나 영광인가!"



"톤....톤...톤,,,,톤...."



아예 톤톤보지가를 부르며 열중한 모습을 본 무모칠이 화들짝 놀라 붓을 낚아챘다



"여보게, 톤정이! 지금 뭐하는 겐가!"



"톤?"



"직선으로 쭉 긋기만 하면 어떡해! 수박의 줄은 지그재그로 내려간다고! 요렇게 살살 뽀인트를 넣어줘야 한다는 말이야!"



"토온.... 톤!"



그러자 톤톤정도 질 수 없다는 듯 손가락에 페인트를 찍어발라 똘빡의 몸을 푹푹 찔러댔




간지러움에 키득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던 똘빡은 평소 버릇대로 대가리를 굴리다가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저, 그런데..... 지금 뭘 하고 계시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새끼, 기열! 중첩의문문을 빼먹다니!"




그러면서 더욱 줄 긋기에 박차를 가하는 무모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조곤조곤 설명해주었다




"민준이가 요즘 유투부에 빠졌드라. 옆에서 잠깐 봤더니 요즘 세간에 수박 고무줄 챌린지가 유행한다더군! 그래서 우리도 해보는 것이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수박은 어디 있습니까?"




그러자 고무줄을 오백개씩 세어 소분하고 있던 황가슴팍 호랑님이 벌떡 일어났다




"좋은 질문이다 대갈똘빡. 우리 부대의 단점은 식물이 자라지 않는다는 것. 다른 지역에서 긴빠이해온다 하더라도 이 앙증맞은 해병 조바심으론 기다릴 수 있을 리가 없고, 견쌍섭 이 씹새끼는 무등산까지 가서 긴빠이해온 걸 다 갖고 지 혼자 날라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해병, 안 되면 되게 한다!"




그러면서 똘빡의 보통보다 세 배 이상 부푼 핏줄 돋은 대가리를 찰싹찰싹 두드리며 너털웃었다




"여기 아주 탱탱한 조롱박이 있지 않은가!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냐는 말이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줄을 그으면 수박이 된다는 뜻이지. 아, 이 얼마나 기합스러운 해결책이란 말인가!"




달콤한 냄새가 비릿한 냄새로 바뀌는 것을 깨닫자, 급성 해병치매가 발현한 똘빡은 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철퍽철퍽 도망쳤다




"으아악!!! 이게 뭐야!!!!!!!!!!!!!!!!!! 엄마!! 엄마!!! 엄마!! 살려줘 씨바알!!!!!!!!!!!!.............. 오잉???? 철퍽철퍽?"




그러자 나무 위에 앉아있던 견쌍섭이 똘빡의 앙증맞은 두 다리를 들고 외쳤다




"새끼.... 기열! 이런 오물을 다리에 달고 다니다니, 이번만큼은 내가 수거해주마!"




"옳커니, 쌍섭! 이 공로를 치하하여 저번의 찐빠는 봐주도록 하마."




비명하는 똘빡의 두피를 양손으로 우드득 쥐어 당기며 황근출이 말했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새끼.... 이 무슨 추태난 말이냐! 네가 선택한 해병대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그러면서 입가에 묻은 과즙을 닦아 츄릅 핥았다





"......참고로 황룡은 6000개까지 버텼다."





뒤에서 양 손아귀에 고무줄 오백 개를 쥐어 쭈우욱 잡아당기는 톤톤정이 다가왔다





"....톤."





"아무래도 한 개씩 끼는 건 효율적이지 않은 거 같아서 말이지.





오 백개씩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