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출 해병님!!!!!!!! 안돼!!!!!!!"

"황근출 해병님!!!!!!!!!!!"

"황근..."

"황... 어라?"






영광의 시대는 끝났다. 한때는, 그러니까 내가 입대하기 전에는 해병대가 전세계에 힘이 닿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참새들에게 포항의 패권마저 빼앗긴 상황이다. 다행히 양심적인 지식인들의 자발적 기부로 (구)포항공대 부지에서 연명하고는 있지만, 어찌 이것이 기합차다 말할 수 있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해병대원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있다. 부대 내 최고참이자 최고의 오도짜세기합해병으로 불리는 황룡 해병이다. 대부분의 해병대원들은 그에게 의지한다. '대부분'이 말이다.


"아쎄이!"

"악! 이병 박철곤! 무슨 용무로 부르신 것인지 여쭤보는 것을 승낙받는 것을 허락해주시는 것을 윤허하심을 요청드리는 것을 건의드리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하여 주심을 말씀드리는 것을 허가하여 주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새끼... 아직도 기열! 어찌 이리 기열찐빠스러운가!"


황룡은 나에게만 엄격하게 대한다. 사실, 엄격하게 대하는 것을 넘어 내 모든 행동을 꼬투리잡아 기열찐빠짓으로 간주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더군다나 근무표에는 항상 내가 황룡과 같이 근무를 서도록 되어 있다. 내 추측이지만, 아마 황룡이 근무표를 조작해 (그는 이것을 재창조라 부르리라) 나를 단독으로 괴롭히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다른 해병대원들과 달리 나는 황룡이 결코 곱게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선임 해병이라지만, 나는 황룡이 정말 증오스럽다.

며칠 전부터는 황룡을 볼 때마다 머릿속에서 "황룡 이새끼...기열!"이라 외치는 정체모를 굵은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정체모를 누군가가 황룡을 해병 수육으로 만들어버리는 환상이 보인다. 아마 황룡에 대한 증오 때문에 생긴 현상일 것이다.


또 황룡과의 경계근무가 찾아왔다. 여느 때와 같이 황룡은 온갖 이유로 나를 갈궜다.

"새끼... 역시나 기열! 도대체 기열찐빠민간인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이 말은 해병대원으로서의 내 자존심을 건드렸고, 나는 고개를 들어 황룡을 노려봤다.

"이새끼... 아쎄이가 선임을 노려보게 되어 있나? 날 죽이기라도 할 것인가? 나는 죽어도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 아쎄이! 그러니 포기해라!"

그래도 내가 고개를 떨구지 않자 황룡이 기가 차다는 듯 각개빤스에서 몽키스패너를 꺼내 내 머리를 후려쳤다.


나는 그 즉시 바닥에 쓰려졌으나, 왜인지 아프지는 않았다. 아프다는 감각을 느끼기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환상들이 너무나도 생경했기 때문이었다. 환상, 아니 그보다도 더욱 생생한 무언가였다. 마치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악으로 깡으로 먹어라."

"아무도 너가 토한 것을 대신 먹어주지 않는다."

"박철곤 이새끼... 기합!"



이 환상(또는 기억)이 경계근무가 끝나고도 내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었다. 각개빤스만큼이나 붉고 빛나는 눈빛을 한 근육질의 사나이와, 그의 굵고 위엄있는 목소리가 도무지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 알지도 못하는 그에 대한 그리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직감 등이 뒤섞여 나는 잠에 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