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손아귀 1편을 막상 쓰고 보니 기열 찐빠인 것 같아서 다시 쓰게되었습니다. 

              본래 여러 편으로 나눠서 시리즈 물 형식으로 쓰려했지만 단편소설이 원작인만큼 

              한 페이지에 모든 글을 담을까합니다. (며칠전에 다시 썼다가 업로드키를 잘못눌러서 다 날아가는 바람에 다시 씁니다)

              해병르네상스의 부흥을 바라며 




소나기



                                                  작가: 황순출



소년은 개울가에서 해병을 보자 곧 톤해병네 맞후임임을 알 수 있었다.

해병은 개울가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서는 이런 '맑은' 개울물을 보1지 못하기나 한듯이


벌써 며칠째 해병은 개울가에서 물장난질이다.

그런데, 어제까지 개울가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버렸다. 새로 온 해병이 또 어떤 행동을 할지 궁금했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징검다리를 건너려고 하였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수육만 늘어나 해병의 배를 채우는 것이었다.


개울둑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니 

맨손인줄 알았던 해병의 손에 무언가 감겨있다.

검은 실과 같은 털뭉텅이가 자세히 보니 사람머리채 같기도 했다.

휴대용 황룡이었다.

보관하기 좋게 컴팩트한 사이즈로 나온게 신형 휴대용 황룡이었다.


황룡을 몇번 물에 담그자 입을 뻐끔거렸다.

그제서야 마음에 드는 대답을 들은 듯 휴대용 황룡을 뒷주머니에 집어넣고

징검다리를 건넜다.


다음날에는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이 날은 해병이 개울물에 들어가 군가를 부르며 해병 박수를 치고 있었다.

연신 라이라이차차차를 외치며 각개빤스를 걷어올린 두 다리와 

물기묻은 시커먼 목덜미가 여간 기합이 아니었다.


한참 군가를 부르더니 이번에는 가만히 물 속을 빤히 들여다 보았다.

자신의 얼굴이라도 비추는구나 생각했다.


해병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몸을 떨었다.


그러자 잠시 주춤이더니 물이 일렁이기 시작했고

기포 몇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오더니 

물고기 몇마리가 배를 뒤집어까고 올라와 아가미만 뻐끔거렸다.


그 맑고 투명하던 물이 해병의 피부와 같은 색으로 물들었다.

그제서야 물빛이 마음에 드는냥 몸을 깊이 담갔다.


그러다가 물 속에서 먼저번에 본 황룡을 꺼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폴짝폴짝 건너편으로 뛰어간다.


다 건너가더니만 훽 돌아서서는


"이 바보"


황룡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각개빤스를 나풀거리며 해병이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간다.

해병의 등 뒤로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바닥에 처박힌 황룡 부스러기들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변왕추 이 시팔 좆게이새끼"


소년은 널부러진 황룡 조각들에서 황룡 땅콩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날부터 조금 더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해병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해병이 보이지 않는 날이 계속 되자

소년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주머니 속 황룡 땅콩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한 어떤 날 소년은 해병이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물 속에 손을 잠갔다.

세수를 하였다.

물속을 들여다 보았다.

해병과 달리 뽀얀 흰 살이 그대로 비치었다.

싫었다.


손을 더 깊이 담그고 저 바닥의 진흙을 움키었다.

진흙을 몸에 바른다.

한 순간에 시커멓게 칠해진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 소년은 일어나고 말았다.

저 멀리서 해병이 걸어오는 것 아닌가.


'이크! 숨어서 내 찐빠를 지켜보고 있었구나.'


소년은 달리기를 시작했다. 디딤발을 헛딛였다.

한쪽 발이 물에 빠졌다. 다시 달렸다.


몸을 가릴 데가 있으면 좋겠다. 주변엔 갈밭도 없다.

지난번에 학교서 배운 대상 영속성을 까먹기라도 한듯

고개를 땅에 묻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해병이 안보인다. 완벽하게 숨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분명 완벽하게 숨었을 터인데

어찌 알았는지 해병의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가까이서 바보바보하는 소리가 들린다.


톤요일이었다.


개울가에 이르니 며칠째 보이지 않던 해병이 건너편에 가있고

물장난을 하고있었다.

모르는 체, 징검다리를 건넜다.


"얘"


못들은 채 했다.


"얘, 이게 무슨 조개지?"


자기도 모르게 돌아섰다. 해병의 시커먼 유륜과 눈을 마주쳤다.


"코끼리조개"


"이름도 참 곱다."


해병은 우람한 코끼리조개를 자신의 바지 뒷주머니로 넣었다.


해병이 손을 가리키며


"너 저기 육군부대에 가본 적 있니?"


"저래뵈도 멀다. 근처엔 공군기지도 있다."


"공군기지가 가까워야 얼마나 가까이 있다고? 포항서는 50km나 가까이 가봤다."


해병의 눈이 금방이라도 바보바보할 것만 같았다.


논 사잇길을 지났다.

해병 허수아비가 세워져있다. 

소년이 새끼줄을 흔들었다.

줄에 묶인 해병 허수아비가 따흐흑 소릴내며 춤을 춘다.


"이야, 재밌다."


해병이 신이나서 새끼줄을 흔들어댄다.


"이 시팔 좆게이새끼들 내 몸에 무슨 짓을 한거야."


저 멀리까지 허수아비가 서 있다.

해병이 신이나서 뛰어간다.

이번엔 아까 것보다 더 크게 흔들린다.


허수아비 옷깃이 볏잎에 스치는 소리와 함께

따흐흑 소리가 메아리 친다.


해병의 왼쪽 볼에 보조개가 패었다.


논이 끝난 곳에 도랑이 하나 있다. 해병이 먼저 건넜다.

소년도 따라 건넜다.


거기서부터 부대 밑까지는 초소다.


"저게 뭐니?"


"위병소"


"저기 아쎄이 탱글하니?"


"그럼, 저기 아쎄이도 탱글하지만 저 위 수색중대 아쎄이는 기합이다."


"하나 먹어봤으면"


소년이 위병소를 지나는 코란도에서

일병 하나와 중령 하나를 뽑아온다.


엉덩이를 앙 물어 찌익하고 바지를 벗겨낸다.


기합이었다.


부대에 가까워지자 저 멀리서 비행기 소리가 들려온다.

그럴리가, 정기 폭격은 시기가 아니고 여기는 육군부대다.


우리를 본 것일까.


땅이 울리더니 연기가 하늘을 메웠다.

백린탄이 우수수 떨어진다.

연기속에 방공호가 보인다. 그리로가 폭격을 피할 수밖에.


방공호 기둥은 기울고 천장도 이리저리 뚫였다.

구멍난 천장사이로 백린조각이 들어온다.


그런대로 백린이 덜 들어오는 곳으로 해병을 들어서게 했다.

해병의 입술이 파랗다. 어깨를 자꾸 오들오들 떨었다.

널부러진 육군의 자켓을 벗겨 해병의 어깨에 싸 주었다.


구멍난 천장 아래로 들어온 백린이 자꾸 소년의 어깨를 태웠다.

타들어가는 소년의 어깨에서 김이 났다.


해병이 손짓을 하며 소년을 불렀다.

가까이 와도 좋다고 한다. 그렇게 했다.

좁은 방공호 안에 나란히 앉아있다.


소년의 찝찔한 땀내음이 확 코에 끼얹혀졌다.


소란하던 폭격 소리가 뚝 그쳤다. 널부러진 수육이 한가득이다.

도랑있는 곳으로 내려오니 폭격에 부서진 강둑에

물이 한껏 불어났다. 뛰어 건널 수 없었다.


소년이 등을 돌렸다. 해병이 순순히 업히었다.

소년의 다리가 흔들릴 때마다 해병은 

'어머나' 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목을 꼬옥 껴안았다.


그 뒤로 해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개울가에 가보아도 

자동차 보닛을 열어봐도

지붕위에도 없었다.


해병을 기다리며 있을 만한 곳에

캣잎과 츄르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뵈지 않았다.



그날도 소년은 주머니 속 땅콩을 주물거리며 개울가로 나왔다.

그랬더니 이쪽에 해병이 앉아있는 것 아닌가.


소년은 가슴부터 두근거렸다.


"그동안 앓았다."


"그날, 폭격을 많이 맞은 탓 아냐?"


해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제 다 나았나?"


"아직."


"그럼 누워있지."


"하도 갑갑해서 나왔다. 그날 참 재밌었어."


각개빤스 위에 어울리지 않는 육군 자켓을 아직 입고있다.


"이 옷도 참 마음에 들구... 근데 어디서 이런 물이 들었는지 지워지지 않는다."


해병이 자켓을 내려본다.


해병이 보조개를 띄우며

"생각해보니 전에 너한테 업혔을 때 니 등에서 옮은 물이다."


소년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저, 우리 이번에 전출가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다시 포항가는게

설레지만은 않는다. 그래도 선임들 결정이니까..."


해병의 유륜이 쓸쓸한 빛이 감돌았다.


해병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주물거리던

땅콩을 한알 입에 까 넣는다.


소년은 혼자 속으로 해병이 전출간다는 말을 몇번이고 곱씹었다.

무어 그리 안타깝지도 서럽지도 않다. 금방 갈 것도 알고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소년은 입안의 땅콩의 고소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소년은 이날 밤, 변소에 들어갔다.

깊은 변소에 잠겨 손을 더듬었다.

물텅한 변들 사이로 딱딱한 무언가 잡혔다.


마을 행사나 제사때나 쓰려고 묵혀둔 똥들이 엉겨 만들어진

똥 결정이다.


이 모습을 어른들께 들켰다간 집안 재산 거덜낸다 소리들을게 뻔하건만

소년은 어서 이 결정을 해병에게 먹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에서 낫거들랑 전출가기전에 개울가에서 만나자는 말을 한다는 것을 잊었다.

새끼 기열, 새끼 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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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결정덩이들을 손에 쥐고 잠에 들었다.


다음 날이었다. 아침부터 기열 잡는 소리에 잠에 깼다.

아버지가 a급 정복을 꺼내입곤 닭장에서 안돌격을 잡고있었다.


어디가시느냐 물었다.


그말에 대꾸도 없이 손에 든 기열의 크기를 가늠질하며

"이만하면 될까?"


"요 며칠간 사료도 잘먹었는걸요. 크진 않더라도 살은 좀 있을거에요."


다시 어디가시느냐 묻자

"이번에 톤해병네 간다. 제삿상에 놓으라고"


"그럼 저 큰놈으로 데려가시지."

줄에 묶인 황룡이 살이 한껏 올라있다.

허구헌날 싫다며 빽빽거리더니 이젠 사료도 거부않고 잘먹는다.


"이눔아. 그래도 이게 났다. 실속있고."


아버지가 떠나고 소년은 닭장에서 황룡에게 사료를 주고있다.

같이 지내던 안돌격이 떠나자 서러운지 사료도 안먹고 버틴다.


주머니 속 남은 땅콩 하나를 주무르며 갈대 하나를 주워다 휘둘렀다.

밤이 되자 아버지가 돌아오셨다.

삯바느질을 하던 어머니 무릎에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뛰어갔다.


방에 앉아 공부하는 척 앉아있으니 옆방에서 얘깃소리가 들린다.


"허 참, 세상 일도.."


"무슨 일 있대요?"


"톤해병네도 참... 그 많던 후임들 다 떠난지 얼마나 됐다고.."


"남은 후임이라곤 변해병 하나 뿐이었지요?"


"그렇지, 잘하면 이번에 분대장까지 달줄 알았더니마는"


"그러게요. 그 기합넘치던 놈이 설마 육군 전투복을 입고다니다 걸릴줄은...."


"하여튼 톤해병네만 속 시끄럽게 됐어, 하나 남은 후임이 기열될줄이야.

그런데 참, 그 놈 줄에 묶여 끌려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런 말을 했다지?


자기가 해병 가축이 되거든 입고있던 옷만큼은 꼭 그대로 입혀달라고"


"하기사, 마을에 소 한마리 늘었으니 우리는 좋을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