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에 입대해서 복무하고 있는 친구가 나에게 말해 준 슬픈 이야기다.


 


이전에 그는 김포에 있는 부대에서 근무하면서 특수 부대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그의 상관인 김이신장장백호씨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30여년 전 어느 저녁, 부근의 산중에 해병 수송으로 쓰이는 청룡버스가 추락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전우에게 일어난 사고였기 때문에 김이신장장백호씨의 부대에도 즉각 구조 명령이 발령되었다.


 


그렇지만 길조차 없는 산 중이었던데다 사고현장의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출동하게 되었다.


 


결국 그들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사고가 발생한 후 반나절 가량이나 지난 다음날 아침에서였다.


 


그들의 필사적인 구출 작업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생존자는 거의 없었다...


 


사고처리를 대충 끝내고 그가 부대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사고가 일어나고 1주일이나 지난 뒤였다.


 


[기분 나쁜 일은 빨리 잊어야겠지...]


 


그리 기분이 좋지 않은 임무를 끝낸 그는 부대에 복귀하자마자 부하들을 데리고 전우회 컨테이너로 갔다.


 


[필승! 892기 김 이 신 장 장 백 호! 인사 올립니다!]


 


[아쎄이! 오래간만이군! 자, 어서 이쪽으로 오도록.]


 


그들은 각자 안쪽에 앉아 전우애들 나누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몸에 들어온 올챙이 크림과, 임무종료의 해방감으로 인해 그들이 해병혼에 취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시 후 김이신장장백호씨는 자신의 옆에는 아무도 눕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컨테이너의 해병님들은 쉴새없이 자리를 오가며 부하들과 전우애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그 중 단 한명도 그의 곁에는 오지 않았다.


 


[나도 이젠 기열인가. 선배님들도 역시 나이 적고 조임 좋은 아쎄이들을 좋아하시겠지...]


 


조금 쓸쓸한 생각으로 그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임 공구팔 이병을 바라보았다.


 


[김이신장장백호, 찐빠가 따로 없군.]


 


그와 눈이 마주친 공구팔 이병은 얼굴을 찌푸리며 그렇게 말했다.


 


[찐빠라고? 내가?]


 


후임에게 모욕적인 소리를 들어 묘한 기분이 된 그는 당황해서 왼쪽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왼쪽 옆의 테이블 위에는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크림 파스타]가 들어있는 접시가 하나 있었다...


 


그 날로부터 그의 주변에 기묘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혼자 식당에 들어가면 반드시 잔이 2개씩 앞에 놓인다.


 


또, 아무리 붐비는 열차나 버스 안에서도, 그의 왼쪽 옆의 자리는 어쨰서인지 비어있는 채 아무도 앉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아쎄이, 원위치.]라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후임들에게 귀신 같은 해병이라 불리던 그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는 황근출 해병님에게 자신의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기묘한 일들을 이야기하고, 이 일에 대해 무엇인가 알고 있는 것은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황근출 해병님은 말하기 어려운 듯 팔짱을 낀 채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 최근 네 옆에 기열 땅깨가 함께 붙어 다니는 것을 동료들이 여러번 목격했다고 한다.]


 


[악! 기열 땅깨 말입니까?]


 


[그렇다. 부대 안에서도 밖에서도, 계속 네 곁을 떠나지 않고 따라다니고 있다고 한다.]


 


김이신장장백호의 등에 소름이 쫙 끼쳤다.


 


[최근이라니... 도대체, 그것은 언제부터였습니까?]


 


[아,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다만... 아마 모두 함께 사고처리를 끝내고 돌아온 다음 그런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 같더군...]


 


[.........................................]


 


김이신장장백호는 기억해냈다.


 


그 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잔해 속에서 그가 안아올렸던 황 룡 해병의 산산조각난 신체를.



그 후 김이신장장백호는 사고가 일어났던 곳으로 돌아가 생전 황 룡 해병이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올챙이 크림과 해병 짜장을 공양했다.



이후, 다시는 그의 주변에 기열 땅깨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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