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는 해병대 출신은 아니고, 국직 ㅇㅇ부대 육군간부 출신임.
하도 본인 주변 여기저기서 아쎄이 같이 해병드립 치길래 뭔가 싶어서 들어왔다가, 드립치고 노는 거 보면 재밌길래 가끔 눈팅만 해오고 있었음.
각설하고, 본인 근무한 부대 ㅇㅇ장교 자리가 해병대 ㅇ위 편제임. 본인 갓 중위 달았을 때 그 ㅇㅇ장교가 바뀌어서 말년 한 분이 오셨음.
국직부대 같은 소속 장교들끼리는 소속군 상관 없이 선배님, 후배님 하고 친하게 지내는 편이었고, 그래서 본인도 선배님 하면서 잘 따르고 친하게 지냈음.
그 선배가 진짜 대단했던 게, 솔직히 어떤 부대건 안 하고 짬된 업무들이 꽤 쌓여있다고는 알고 있지만, 국직은 그게 상상을 초월함.
그 짬된 업무들, 다 찾아가지고 파일철까지 새로 해서 싹 정리해뒀음. 심지어 병사나 후배장교들 짬시키는 거 없이 본인이 주도해서 싹 정리함.
그러면서도 사람이 착해서 후배나 병사들이나 싫은 소리 한 마디 안 하던, 에이스면서도 천사인 선임이었음.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본인도 말년이 됐고, 그 선배는 본인보다 전역일이 1개월 앞섰던지라 전역 전 날에 일과 끝나고 미리 찾아가서 차 마시면서
'그동안 고생하셨다', '축하드린다.' 로 시작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데, 이 선배 표정이 영 별로였음.
그래서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조심스럽게 여쭤 보니까, 해병대 사령부였나, 병과실(각 병과별 병과장 있는 본부)이었나
거기서 '해병대 장교는 전역신고해도 전역한 거 아니다.', '부대 전역신고는 알아서 하고, 여기로 와서 또 신고하고 나가라.' ㅇㅈㄹ했다고 함.
천상 착해서 비속어도 잘 안 쓰던 사람이 ㅅㅂㅅㅂ 거리면서 어차피 해병대 정나미 다 떨어져서 전역하는 마당에 그 사람들 만나기 싫다고까지 표현하던데,
그래도 그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모양이었음.
결국 그 선배는 부대 전역신고 하고 나서 포항인가 진해인가 까지 가서 또 전역신고 하고 해방됐다고 함. (지역명은 오래돼서 가물가물한 거 양해바람.)
흘러빠진 육군이 옆에서 보기엔 꽤나 신선한 문화충격이었던 거 같음.
요새 해병대갤러리에 문학 말고 수필이라는 게 올라오길래 나름의 경험담 비슷한 걸 적어봤는데,
암튼, 해병대 장교들부터가 그렇게 오도기합짜세가 들어들 있는데다가, 병 부조리라는 것도 결국 장교는 보고를 듣는 입장이지 당사자가 아니잖음.
당사자가 아니고선 그 괴로움은 절대 100% 이해할 수 없는 거니까, 그래서 병사 간 부조리를 '그 정도는 그럴 수 있는 거지' 하면서 별 거 아닌 것 치부하고,
그렇게 묵인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음.
결론은, 아무리 장교를 적이라고 하는 해병대라 해도 '장교는 군대의 기간'이라는 말이 있듯이, 군대가 나아가는 방향은 결국 장교단이 결정하게 돼있음.
지금 와서 해병수필이라는 쇼킹한 간증들이 속속 나올 정도로 부조리가 심하게 곪아 터진 배경에는,
해병 장교들끼리도 오도기합을 잡아대면서, 또 그런 문화를 자랑스레 여기는 풍조가 깊숙이 배어 있어서
아마 그래서 조기에 식별돼서 빠르게 조치될 수 있던 병사들 간의 문제들이 묵과되고, 덮이면서 곪아온 게 아닌가 싶음.
이번에 군무이탈 굵직한 사고 제대로 터졌던데, 그저 무마하려고 하기보단 이번 기회에 윗물부터 아랫물까지 철저히 자정해줬으면 하는 게 바램임.
※ 주작이다 싶은 분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 그냥 사실확인 안 되는 것들이니, 안 믿는 사람은 그냥 허언증 환자 글인갑네 하고 넘어가 주시면 됨.
간부들이 해결할 의지도 없고 모른척하기만 하니까 개선이 안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