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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경상북도 지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김돌석이라는 민간인이 신검을 받으러 병무청으로 향하는 고개를 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한창 중턱을 넘어 걸음을 재촉하는데, 어디선가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김돌석이 소리가 나는 곳으로 황급히 뛰어가보니, 붉은 빤스만 달랑 걸친 괴한이 한 학생을 희롱하고 있었다.



"아쎄이! 나와 같이 가자!"


"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



김돌석은 그 옷차림새를 보고 해병임을 깨닫고 즉시 근처에 떨어져있던 적당한 나뭇가지를 들고서, 빨간 마후라를 부르며 괴한에게 달려갔다.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따흐앙!"



붉은 팬티의 괴생명체는 군가를 듣자마자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귀에서 피를 줄줄 흘렸다.

김돌석은 재빠르게 다가가 나뭇가지로 마구 괴한을 때리며 끊임없이 공군가를 불렀다.


웅크린채 얻어맞기를 반복하던 해병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성치않은 몸으로 역돌격을 실시하였다.


시야에서 해병이 완전히 사라지자, 겁에 질려있던 남자아이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김돌석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곧 수능인데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지 뭡니까?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다 돕고 사는거죠."


"그렇게 말씀하셔도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렇게 두 번, 세 번을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한 학생은 김돌석과 눈물의 이별을 하였다.


그렇게 학생을 보낸 김돌석은 신검받으러 가는 길을 재촉하였다.

그러나 지리가 복잡하여 금새 길을 잃고 날이 어두워지고 말았다.

김돌석은 주변을 살피다가 민가 한채를 발견하고 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누구십니까?"



문을 열어준 것은 은발에 새하얀 피부를 가진 아담한 체구의 이국적인 미인이었다.

김돌석은 염치불구하고 거듭 고개를 숙이며 신검 받으러가는 길인데 시간이 늦어 하룻밤 자고 가도 되겠느냐고 부탁하였다.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지요. 남는 방이 하나 있으니 거기서 자고 가시지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나라 지키러 가시는건데 이정도는 해드려야지요. 괘념치말고 들어오십시오."



주인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김돌석은 소박한 저녁밥상까지 대접받았다.

식사를 마친 김돌석은 일찌감치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문득 김돌석은 왜 저렇게 아리따운 여인이 이런 첩첩산중에 홀로 사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슬쩍 말이라도 걸어볼 요량으로 화장실을 찾는 척 여인이 있는 방으로 갔다.



"저어, 화장실은 어디있습니까?"


"화장실은 이 안에 있습니다. 들어오시지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여자 혼자 있는 방에 어찌 들어간단 말입니까."


"바깥의 화장실은 고장이 나서 그렇습니다. 볼일은 보셔야지요."


"그럼 잠시 염치불구하고..."



김돌석은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키가 족히 8척은 될법한 시커먼 근육질의 거한이 김돌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김돌석이 예상치못한 상황에 비명을 지르자, 검은 거구가 김돌석의 목을 틀어쥐고 말했다.

아까와는 딴판으로 낮고 어두운 목소리였다.



"나는 톤톤정이다. 네놈이 오늘 내쫓은 해병은 나의 지아비되는 무모칠이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아쎄이 100명을 채워서 진급할 수 있었거늘, 딱 100명째에서 네놈이 그걸 몽땅 망쳤구나."



김돌석은 급하게 빨간 마후라를 부르려 하였으나 목을 꽉 틀어잡힌 탓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릴 수밖에 없었다.

톤톤정은 괴로워하는 김돌석을 보며 목이 째져라 웃었다.



"그런 기열참새들의 노래 하나 믿고 무적 해병에게 까불더니, 그 꼴이 우습구나. 내가 특별히 너를 위해 내기를 하나 제안하마."



톤톤정은 김돌석의 목을 틀어쥔 채 집밖으로 나와 저 멀리 있는 산꼭대기를 가리켰다.



"보이느냐? 만약 자정을 넘기기 전까지 저기 산 꼭대기의 종이 열두번 울리면 네놈을 살려주마."



그리고는 방안에 있던 시계를 가리키며 잔인하게 웃었다.



"앞으로 5분이다."



김돌석은 이미 목이 졸린지 오래되어 의식이 희미해져있었다.

반쯤 체념하고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있었다.


3분.


2분.


1분.


곧 열두시 정각이 되었다.

그러나 종소리는 들려오질 않았다.


톤톤정은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김돌석의 목을 조르는 아귀힘에 박차를 가했다.



"이대로 목을 분질러주마."


"이놈!!"



그때, 누군가가 톤톤정에게 달려들었다.

톤톤정은 놀고있던 팔로 상대를 후려쳤지만, 가볍게 피했다.


그 정체는 아까 낮에 김돌석이 구해주었던 학생이었다.

톤톤정은 소리높여 웃었다.



"오늘은 운수가 참으로 좋구나! 제발로 입대하는 아쎄이가 하루에 둘이라니!"



그러나 학생은 동요하지 않고 품속에서 수능특강을 꺼내들었다.

그것을 본 톤톤정의 표정이 굳어졌다.

학생은 수능특강을 치켜들고 소리쳤다.



"분명 아까 낮까지는 고2였다. 그러나 이제 자정이 지났으니 고3이 되었다."



그렇게 말을 마친 고3 학생은 톤톤정의 목에 주먹을 단 한방 꽂아 쓰러트렸다.

한방에 급소를 맞고 쓰러진 톤톤정은 울부짖었다.



"따흐흑! 분하다! 여보... 민준아...."



그 단말마를 마지막으로 톤톤정이 그대로 죽어버리자, 학생은 김돌석에게 달려와 용태를 살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서로 돕고 사는거 아니겠습니까?"



고3 학생은 시원하게 웃으며 다시 품속에 수능특강을 집어넣었다.


김돌석은 이후 신검을 받고 1등급을 받는 쾌거를 달성하며 빨리 전역하려고 육군으로 입대해서 개같이 굴렀다고 한다.

고3 학생 역시 몇년 후 신검을 받고 육군가서 좆뺑이쳤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 일이 있었던 경상북도의 한 산골에서는 이를 기려 원펀맨이라는 책을 저술하였으니, 후대에 큰 족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