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
어두운 시야는 빙빙 돌며 사람의 형체와 입김이 뒤섞여 어떠한 형체를 이룬다.
"..이...게...있나?"
순간 끔찍한 충격이 오른쪽 정강이에 전달된다. 정강이는 추운 겨울에도 뜨겁게 타올랐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같은 부위에 같은 위치로 세무워커 발이 날아들었다. 당연 사회였으면 소리를 지르며 쓰러져 굴렀으리라. 정강이를 싸매며 문지르는 대신 목구멍까지 차오른 신음소리를 꾸역꾸역 참아내며 부동자세를 유지했다.
"존나 흘렀네. 일병 따리 새끼가 초소에서 졸아? 추워 뒤지겠는데 좇같게 하네 씨발거."
"야."
"일병 흠딸춘!"
"야."
"일병 흠딸춘!!"
"니 총 내놔봐."
"악! 김합열 해병님! 잘 못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김합열 해병님께서는 내 왼쪽 정강이도 오른쪽 정강이처럼 따뜻하게 해주셨다.
"잘 들었잖아."
"..."
순간 나의 해병 지능은 얼어붙어 그 어떠한 글자도 뇌에서 얼어붙어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떠오랄ㅆ을것이다. 다만 그것을 입 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하였을 뿐. 1초 1초가 영겁의 시간이였다. 지금 이 순간. 나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내 차디찬 K2도, 내 몸도..
"초병은! 무기를 양도하..."
"ㅋㅋ"
이번엔 세무워커 발이 명치로 향했다. 다시 한번. 시야가 흐릿해졌다. 숨이 막히며 얼어붙은 공기가 폐를 부드럽게 돌았다. 여기서 쓰러진다면 기수 열외가 되겠지. 그러나 이제는 기수 열외고 뭐고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저 악마같은 김합열 새끼한테 지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냥... 사람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선임 말 무시하게 되어 있냐?"
"악! 아닙니다!"
"내놔."
"...훌륭하신 흠딸춘 해병님 말씀대로 초병은 무기를 양도해서는 안되는데, 양도했네?"
"죄송합니다! 무기를 양도한 찐빠를 용서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눈가가 시큼해지며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너무나 억울했다.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이 장면을 누구든지 잡아와 앞에서 보여주어 내 억울함을 달래고 싶었다. 집에 계실 어머니, 아니 행정반에서 배를 긁으며 쳐 자고 있을 당직사관이라도 당장 깨워 보여주고 싶었다. 이 장면은 쥐좇만한 뇌와 공감 능력을 가지신 황근출 해병님이라도 경악을 하시며 김합열 해병 수육을 만들 만 했었다.
"잘못했지?"
"그렇습니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겠지?"
나는 인간 말종 김합열 상병의 얼굴에서 순수한 죄악을 보고 말았다. 천천히 노리쇠로 오른손을 옮기고... 어찌할 줄 몰라 절뚝이며 엉거주춤 서있는 나를 흘겨보며 노리쇠를 마구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탄알집을 결합한 상태에서 노리쇠를 잡아당기면 총알이 여기저기로 마구 튀어 나간다.)
총알이 하나.
총알이 또 하나.
또 다른 총알이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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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초소 바닥을 뒹구는 쇳소리에 얼이 빠져버린 나...
....탱그르르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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