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육군훈련소에 자대배치 받은 의무병이었고


그 날은 내가 당직이었다.


육훈소 의무대에는 항상 비는 일 없이 5~6명 정도의 훈련병들이 입원하는 게 평균이었는데


그 날 입원해 있는 훈련병은 5명이었다.


내 역할은 밤 중 그들이 맞고 있는 수액과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뿐. 


딱히 밤새는 게 가장 힘들 뿐인 별 거 아닌 임무다.


그러나 그 별 거 아니었어야 할 임무에 기어코 별 일이 생기고 만다.


하나 둘 셋... 넷.


어둠 속에서 숫자를 센 나는 식은 땀을 흘렸다.


한 명이 없다.


내가 있는 자리를 지나지 않고서는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구조인데도 분명 어둠 속 침상 위에는 4명의 훈련병만이 누워있었다.


너무도 놀란 나는 즉시 불을 켰고, 다행히도 사라진 다섯 명째 훈련병을 곧장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밖으로 나간 게 아니었다.


그는...


자신과 함께 입원한 다른 전우(102번 훈련병)의 침상 밑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은 채 빼꼼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내가 들어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호다닥 숨는다고 숨었던 것이다. 

 

아직도 그 녀석의 당황한 얼굴을 잊지 못한다.


축축하게 젖어있던 녀석의 입가와 홀라당 내려가있던 102번 훈련병의 바지, 훤히 드러나 있던 그의 앙증맞은 포신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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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발각된 후 해병스파이 훈련병은 빠르게 귀가조치를 받았다. 


병명은 신경정신과적 관찰... 


물론 "귀가조치"는 군 면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회에 나가 해당 병을 치료한 뒤 다시 입대하란 의미의 지극히 군대스러운 "뒤로 미루기" 행정에 불과하다.


아마 그는 다시 입대하여, 내가 모르는 곳에서 또다른 102번 훈련병을 만들어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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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번 훈련병은 이 날의 진실을 모른다....


해병스파이 훈련병과 102번 훈련병은 같은 부대원이 아니었고


그는 102번 훈련병을 의무대에 와서 처음 본 사람이라 진술했다.


그 행위가 이루어지고, 내가 불을 켤 때까지 그가 단잠에 빠져 일어나지 못했던 걸 그에게 있어 행운이라고 해야할까? 불행이라 해야할까?


모르겠다...


단지 이 사건으로 그가 살자하면 좆되니까 당직사관과 나는 긴 논의 끝에 이 문제를 본인에게 숨기기로 결정했다.


그래.. 그게 옳은 일이겠지. 


강제로 끌려온 군대에서 호모한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좆이 빨렸다는 사실 따위 누구도 알고 싶지 않을 테니까.


아무도 모른다면... 처음부터 없었던 일이다.


나는 그저 그가 이 진실을 영원히 모르길 바랄 뿐이다.